서점은 책을 독자에게 판매하는 출판시장의 최전선이다. 또한 서점은 도서관과 더불어 독서 공동체를 지탱하는 거점 공간이자 책 생태계의 보루이기도 하다. 서점의 건강성이 곧 출판산업과 독서문화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책 생태계의 가치사슬에서 저작-출판-유통 과정의 궁극적인 가치 실현은 판매자인 서점의 역할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고객을 부르는 서점의 마케팅, 지리적․심리적 접근성, 고객 맞춤형 상품 구색과 큐레이션 능력, 쾌적하고 머물고 싶은 공간 구성, 풍부한 상품 지식, 친근한 접객 서비스, 각종 전시와 프로그램 운영 하나 하나가 시민이 서점에 찾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요소들이다. 책 생태계의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서점이 다양한 독자와 만나고,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내는 것에 한국 출판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서점에 대한 요구는 온전히 서점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서점이 출판물 판매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거점 구실을 지속하려면, 서점계의 자구노력뿐 아니라 그 존립과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여건 조성이 불가결하다. 소비재가 아닌 공공재의 상품 특성부가세 면세, 각종 도서관에서의 무료 이용 등, 다품종 소량 생산, 생산자저자, 출판사와 유통 경로의 다양성이 중시되는 출판물의 특질에 비추어 공정하고 합리적인 거래관계 및 유통질서가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도서정가제의 형해화, 소규모 지역서점에 대한 출판사 공급률서점 매입률과 마케팅도서 공급과 굿즈를 비롯한 출판사 마케팅에서의 차별 문제가 대표적이다. 그 결과는 오프라인서점 수의 지속적인 감소와 소수의 대형서점, 인터넷서점, 기업형 중고서점의 급성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 자본 경쟁과 할인 경쟁, 박리다매 영업을 하기 어려운 소규모 지역서점들은 갈수록 사라지거나 피폐해지고 있다.
지난 10여 년 사이의 규모별 서점 수를 보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의 중대형 서점은 미약하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지역이나 시민의 접근성이 높은 소형서점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05년에 3,429개이던 전국 오프라인서점 수는 2017년에 2,050개로 40.2%나 감소했다. 2017년 기준으로 100평 이상 중대형 서점은 303개로 14.8%를 차지하며, 20평 미만 규모의 서점은 563개27.5%로 서점 수나 점유율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형 서점의 급감은 문화공간으로서 지역민의 독서 및 도서 접근성을 감소시키며, 지역 친화형 유통판매 경로의 상실로 인해 독서시장의 장기적 안정성을 저해하는 위협 요인이다. 시민이 생활권 가까이에서 새 책을 보고 구입할 권리가 후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인터넷서점은 급성장을 거듭하여 2009년 이래 도서 매출 규모가 1조 원대에 진입했다. 통계청의 서적 부문 전자상거래 매출 통계를 보면, 2001년부터 지속 성장하던 인터넷서점의 총매출액은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도서정가제 강화2014.11.21. 직후인 2015년에는 감소, 2016년1조 3,406억 원과 2017년1조 4,819억 원에 잇따라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반등했다.
근대 서점 형성기부터 1960년대까지의 소형서점 주도 성장기, 1970년대 이후 대형서점 및 체인서점 확대기, 1990년대 후반 인터넷서점의 비약적 발전에 이어 ‘4세대 서점의 등장’으로 볼 수 있는 개인 경영 특성화 서점이른바 ‘독립서점’ 붐은 2010년 이후, 특히 도서정가제 강화2014.11.21.를 배경으로 300여 개 이상으로 증가했으나 대부분 경영난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름난 대표적인 독립서점들조차 서점에서의 도서 판매 매출로는 유지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사정은 대형서점, 인터넷서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실질적인 경상이익률이 매출의 1% 안팎에 불과하다. 핵심 거래처이자 ‘을’의 위치에 있는 출판사들에게 온․오프라인 광고 부담을 안기는 무리한 영업을 하는 배경도 이와 같은 매출 압박에 기인한다. 출판사에 대한 광고 강매나 비도서 상품, 굿즈 등 출판물 이외의 매출, 무리한 기업형 중고서점 매출이 없다면 순이익 측면에서 마이너스 경영을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대형 체인서점과 인터넷서점의 현실이다. 최근 대형 체인서점들은 전국 각지의 대형 상가에 초기의 저렴한 임대 조건을 배경으로 삼아 매출만을 보고 점포 확장 경쟁에 나서고 있으나 실익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일본 기노쿠니야서점이 미국, 아시아, 중동 지역에 해외 서점 체인을 30개까지 확장하며 일본 출판시장의 해외 확대에 공헌하는 것과 달리, 국내 대형서점들은 단 한 곳의 해외 매장도 만들지 않고 침체된 내수 시장 안에서 매출 빼앗기 경쟁에만 나서고 있다.
대형 체인서점과 인터넷서점을 제외한 지역서점의 경우 평균 연매출 약 4억 원에 순이익률이 6%에 그쳤으며2016년 서울시 및 경기도 서점 조사 기준, 평균 매출 감소율도 서울이 –13.2%, 경기도가 –23.6%였다. 이처럼 서점 형태나 규모를 막론하고 지속 가능성 문제가 서점계 전체의 화두라 하겠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서점뿐 아니라 출판산업의 선순환 구조나 내일의 비전을 생각하기 어렵다. 최근 협동조합서점, 숍인숍 형태의 서점이 새로운 서점 비즈니스로 주목할 만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인 서점 경영환경의 토양 조성이 선결 과제라 하겠다.
(계속)
★ 이 글은 2018년 7월 26일에 열린 〈2018 책의 해 -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서 발표된 발제문으로, 필자의 동의 하에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