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을 읽지 않는 사회는 창조적 문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 책을 외면하는 사회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없다. 책을 멀리하는 사회는 위험한 사회이며, 위기의 사회다. 책이 죽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 문학 창작의 활성화, 출판문화 진흥, 도서관 인프라의 확충과 서비스 질의 개선, 독서 생활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책을 읽는 시민의 문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일은 국가와 사회의 엄중한 책임이다.”
2017년 3월 29일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발표된 성명서 〈책 읽는 대통령, 책이 문화정책의 기본인 나라를 위한 성명서―문학·출판·서점·도서관·독서·교육 관련 단체의 제19대 대통령 후보 공약 제안〉의 한 대목입니다.
이 날,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를 비롯하여, 한국작가회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문화연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한국학교도서관협의회, 전국학교도서관모임,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등 책·출판·독서·서점·도서관 관련 20개 단체는 각 대선 후보에게 차기 정부의 문화정책 10가지를 공개적으로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 10가지 문화정책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창작, 출판, 독서, 도서관의 자유 보장
(2) 검열 금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문화예술기관의 독립성 보장
(3) 국민의 생애주기별 독서활동 프로그램 확대
(4) 문화부 ‘독서출판정책국’ 신설 및 ‘독서출판진흥위원회’ 설치
(5) 도서구입비에 대한 세제 혜택 마련
(6) 문학창작기금 및 출판진흥기금 조성
(7) 공공도서관을 3천개로 확충
(8) 공공도서관 도서구입비와 전문인력 확충
(9) 도서정가제 강화와 서점 활성화
(10) 공공대출권과 판면권 도입
이러한 10가지 문화정책의 내용들은 문학·출판·서점·도서관·독서·교육 관련 단체들이 거듭 모여서 협의를 거친 뒤 내놓은 정책 제안입니다. 모두 작지 않은 과제입니다만 책 문화를 살려내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마저 독서와 출판과 도서관을 비롯한 문화정책이 홀대받는다면, 그리고 문화정책 영역에서 독서와 출판과 도서관이 콘텐츠와 영상과 디지털 등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면, 과연 우리 사회의 ‘책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나온 절박한 요구였습니다.
2.
2017년 4월 5일 오후2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도종환, 김민기, 유은혜, 소병훈이 주최하고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가 주관한 토론회,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 차기정부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장대익 교수(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가 ‘독서력과 시민의 품격’, 백원근 대표(책과사회연구소)가 ‘출판문화진흥정책 이대로 좋은가’, 이민호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가 ‘제4차 산업혁명시대 독서사고 표현과 책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하였고, 정우영(시인), 안찬수, 김한청(한국출판인회의 기획정책위원장), 박효상(대한축판문화협회 유통담당 상무이사), 정성훈(서울서점조합 대외협력위원장), 박세중(언론노조 출판노협 의장) 등이 지정토론을 펼쳤습니다. 이 날 토론회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국회 세미나실의 자리를 가득 채워서, 차기정부에서는 출판 정책에 뚜렷한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는 기대감을 표출하였습니다.
이 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것 가운데 제가 주목했던 것은 백원근 대표의 글 가운데 한 대목이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전체 문화재정은 3.3조 원에서 6.9조 원으로 109% 증가한 반면 출판진흥 예산은 증가율이 9.8%에 불과했고, 문화재정에서 출판진흥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의 0.53%에서 올해 0.28%로 반감되었다. 이에 비해 상업성과 자생력,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춘 게임산업 육성 예산은 2016년 458억에서 2017년 642억 원으로 40.2% 늘어났다. 국가 정책이 출판문화산업 진흥을 얼마나 무시하고 홀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백원근 대표의 내용을 간략하게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3.
2017년 4월 13일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등 출판 관련 단체는 제19대 대통령 후보에게 제안하는 정책 자료집 〈책 읽는 나라가 미래다 ―거시적이고 담대한 출판정책이 필요하다〉을 배포했습니다. 이 정책 자료집의 한 대목은 이러합니다.
“책과 독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며, 지식복지와 민주주의의 씨앗이다. 그러나 국민의 독서율과 독서량, 도서구입비는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 지식 접근성을 상징하는 각종 도서관은 도서구입비조차 부족하여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부 정책도 제 역할과 기능을 못하고 있다. 책 생태계에 미래가 없다면 나라의 장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 담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책 읽는 나라가 미래다〉에서는 출판 진흥을 위한 정책을 6가지로 요약하여 제안하고 있습니다.
(1)읍·면·동마다 공공도서관―도서관을 도서관답게, 지식복지 실현
(2)초·중·고 ‘독서’ 과목 신설―요람에서 무덤까지 책과 함께
(3)독서출판국과 독서출판진흥위원회 신설―행정조직 통합과 민관 거버넌스 구축
(4)출판 예산 증액과 진흥기금 조성―지속 가능한 출판 생태계 구축
(5)정가제 강화와 동네서점 지원―다양한 책과 서점이 많은 나라
(6)출판의 가치를 보장하는 법제 도입―판면권과 사적복제보상금제도 신설
4.
2017년 4월 13일 오전 11시와 오후5시, 출협을 비롯한 출판 관련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당과 차기 정부의 독서 진흥 정책 수립을 위한 ‘독서·출판 진흥 정책 협약식’을 갖고 독서·출판산업 진흥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중앙선대위 정책본부(공동정책본부장 윤호중)가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책협약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공공도서관의 지속적 확충과 전문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한다.
(2)초중고 독서율 증진을 위한 교육·문화 정책을 추진한다.
(3)독서출판 진흥 예산의 확대와 민관 협의에 의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4)지역서점 육성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 출판시장 활성화와 독서문화의 토대를 마련한다.
(5)독서출판 진흥을 위한 법·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5.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후보들의 대통령 공약집에는 책·출판·도서관 관련 공약이 없었다.” 이는 지난 3월 29일 공약을 제안하는 자리에서 제가 말씀을 드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달랐습니다. 출협과 출판인회의 등 출판 관련 단체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주요 정당과 대통령 후보 측과 접촉하여 공약을 제안하고 정책협약을 추진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을 통해, 독서 출판 서점 도서관계는 기대한 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책 문화 생태계를 살려낼 방향을 함께 모색하였고, 긴밀한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섭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실천이 뒤따라야 합니다. 독서 출판 서점 도서관계는 함께 힘을 모아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독서가 민주주의다, 독서가 복지다, 독서가 미래다” 책 읽는 대통령의 머리맡에 이번에 만들어진 포스터가 걸려 있기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출판문화』 2017년 5월호에 실린 칼럼으로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