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16
안다미로가 온새미로* 되기를 바라며
부산 안다미로
모이는 사람들 _ 부산대 학생들
모이는 장소 _ 부산대 학회실, 강의실
읽는 책 _ 문학, 인문학
동아리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안다미로’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건가요?
“저희 동아리는 2009년에 처음 만들어졌어요. 사실 그 당시에는 독서동아리라는 게 거의 없었어요. 친구에게 이런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 라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친구는 그때 ‘카르마’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어요. ‘카르마’는 시사토론 위주의 모임이었는데, 저는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모임 회장한테 제가 짠 커리큘럼을 보여 주면서 이런 걸 하고 싶다고 했더니, 회장도 괜찮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독서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안다미로’라는 이름의 뜻은 ‘그릇에 넘치도록 많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에요. 그땐 사실 스물한 살 어릴 때여서 주변 애들이 골이 비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웃음) 그래서 다 함께 지식으로 머리를 채워 보자는 의미로 ‘안다미로’라고 이름을 지었었죠. 사람들이 ‘안드로메다’랑 헷갈려서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했었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어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테마를 짜서 경제부터 시작해서 2011년에는 철학책도 읽어 보고, 2012년에는 음악·문학책을 읽었어요. 이제는 1학기에는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읽고, 2학기에는 테마를 정해서 읽는 것으로 자리가 잡혔어요. 이번 2학기에는 제가 주관하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어요. 매주 한 번씩 모임을 갖고 있어요.”
책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동아리 회원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하면 그중에서 정하고 있어요.”
요즘은 어떤 책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나요?
“요즘은 문학 위주로 모임이 진행되고 있어요. 지난주에는 『노르웨이의 숲(상실의 시대)』을, 지지난 주에는 『표백』이란 소설을 읽었어요.”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 것 같은데 속도가 굉장히 빠르시네요
“사람들이 다 읽고 온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웃음)”
대학생이라서 가능한 걸 수도 있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웃음) 책을 돌려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읽고 넘기기도 해요.”
학교 도서관에는 책이 한두 권정도 밖에 없는 경우가 있어서 회원 모두 책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겠네요
“네, 이번 주 선정 도서 같은 경우는 신간이거든요. 신간 같은 경우는 가끔 비치가 안 되어 있을 때도 있어요. 한두 권 비치되어 있어도 대출 중인 경우가 많고, 어떨 때는 7순위까지 예약이 되어 있기도 해요. (웃음) 그럴 땐 그냥 책을 사서 돌려 읽어요.”
이번 주 선정 도서가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인데, 선정 이유가 뭔가요?
“이 책은 요즘 영미권에서 베스트셀러인 책인데요.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게 많이 읽나 궁금해서 같이 읽게 됐어요. 지금은 그래서 읽어보니 어떤 책이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어요.”
“영미권의 십 대 이야기라 그런지 저는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웃음) 하지만 이야기가 담담하게 전개되면서도 여운이 남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왜 책 제목이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일까 궁금했어요. ‘안녕, 헤이즐’이 더 맞을 거 같은데. (웃음)”
“보통 이렇게 시한부의 사랑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들을 보면 대개 모든 걸 미화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세상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공장이 아니다’라는 문구처럼 이상적인 것보다 현실에 딱 발붙이고 있는 작품이라 좋았어요.”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면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게 오늘 우리의 주제예요.”
어떻게 보내고 싶으세요?
“제가 6년인가 7년인가 학교를 다녔고, 매년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필요하거나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어요.”
“저는 못 가 본 곳에 한번 가 보고 싶어요. 저는 아직 외국에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이탈리아에 아름다운 곳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탈리아에 가서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 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두 번째 꿈이 작가가 되는 거예요. 죽을 때까지 남은 생을 기록해서 그걸 출판하고 싶어요.”
“저는 솔직히 큰 꿈이 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평범한 꿈들을 갖고 있는데, 그중에서 좀 다른 꿈이라고 한다면 엄마랑 같이 페루 여행을 하는 거예요. 엄마는 저에게 있어서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인 것 같아요. 엄마가 직장에 다니셔서 그런지 엄마와 가까이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래서 엄마랑 둘이서 꼭 여행을 가 보고 싶어요.”
“저는 선천적으로 다리에 장애를 갖고 태어나서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관심과 보살핌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그래서인지 생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저 혼자 모든 일을 알아서 해 보고 싶어요. 저는 여행을 가는 것보다 저의 죽음을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요.”
대학에 있는 많은 동아리들 중에 독서동아리를 한다고 하면 주위의 반응이 어떤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고등학교 때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조용하고 말 없이 있다가 일침 날리고 그런 스타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이 너 같은 동아리 들었다, 라고 말해요. (웃음) 가족들은 이 모임이 저한테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좋아하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왜?’라는 질문을 하기도 해서 그게 좀 안타까워요.“
“제가 이 모임을 6년째 하고 있는데 가족들은 제가 이걸 계속하고 있단 걸 저번 달 쯤에 아셨어요. (웃음) 고등학교 친구들은 책을 같이 읽는 친구들이어서 당연히 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고, 대학교 친구들은 처음에는 그런 게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가 6년쯤 되니까 나도 한 번 해 볼까 하면서 관심을 보이기도 해요. 저는 제가 영업을 하고 다녀요.”
“저는 공대라서 주위에 책 읽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동아리에 들게 됐어요. 일단 친구들은 이상하게 봐요. 그렇게 재미없는 데를 왜 가느냐, 그게 대체 어디에 도움이 되느냐, 취직에 도움이 되냐는 반응이에요. 부모님은 긍정적이세요. 어머니께서는 읽은 책 중에 추천해 달라고도 하세요.”
“저는 책을 읽고 이렇게 모여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만족하는데 주위에서는 이런 반응들이 많아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니? 토론하고 뭔가 남기니? 다른 동아리 회장들을 만나면 ‘너희 동아리는 1년 활동하고 나도 남는 게 없는데 새내기들이 동아리에 남아 있겠느냐, 아마 2학년 되면 책 읽기 싫다고 나갈 거다’라고 해요. 우리는 단지 책 읽기가 좋아서 모인 건데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는 모임일 뿐인 거죠. 그래서 저도 사실 불안해요. 내년에 아무도 안 오는 건 아닐까. (웃음)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걸 보면 아무것도 안 남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서평을 안 쓰고 이야기만 나눠도 남는 건 많거든요. 가령 책을 반만 읽는다고 해도 ‘반이라도 읽은 게 어디야. 어떤 애는 아무 것도 안 읽는데’라고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안 남는 건 아닌 거죠.”
“요즘 부모님께 그런 얘기 들어요. ‘네가 지금 책 읽을 때냐.’ 사실 저는 그 얘기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10년간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책 읽을 때가 맞아요. (웃음)”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기업에 입사하는데 포트폴리오를 남겨야 하는데 이 모임은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남는 게 뭐가 있느냐고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요. 일부 다른 친구들은 요즘 인문학이 대세니까 공대에서 아무 책도 안 읽는 것보다 교양을 쌓고 졸업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하기도 해요.”
부산에 독서동아리가 많아요. 다른 동아리들과 연대해서 함께 활동할 계획은 없나요?
“다른 동아리와의 연대는 ‘안다미로’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계획했었고 추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다른 동아리와의 의견 조율이나 시기상의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아요.”
같은 대학생 동아리와의 연대도 좋지만 다른 연령대의 회원이 모인 동아리와의 연대는 어떨까요?
“지난 번 오티에서 좀 아쉬웠던 게 모두 책 읽는 사람들이라 공통점이 많아서 대화를 나누면 공유할 것들이 많았을 텐데, 진행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다른 동아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부족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걱정되는 게 있어요. 동아리라는 게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렵잖아요. 대학생이라 동아리 활동 이외에도 할 일이 많고, 그런 와중에 매주 책 한 권을 읽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동아리가 계속 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돼요. 그렇지만 어떻게든 계속 잘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간혹 스펙을 쌓으려고 독서동아리를 찾는 분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저 책을 읽고 재밌게 담소를 나누는 정돈데, 그 분들은 뭔가 거창한 걸 기대하는 거죠. 이런 것들이 동아리가 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하게 하는 부분인 거 같아요.”
“제가 이 동아리를 처음 만들 때, 치기 어린 마음이지만 이런 생각이었어요. ‘스펙에 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혼자 싸운다는 느낌이었어요. 세상은 인문학을 알아주지 않지만 나는 이걸 하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시작할 때는 최악이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가 지날수록 회원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다르긴 했지만 틀리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에는 혼자 동아리를 끌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만큼 믿고 맡길 만한 친구들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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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변함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