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15
생태주의적 실천과 학습이 공존하는 곳, UFO
울산 UFO(울산 생명의 숲)
모이는 곳 _ 울산생명의 숲, 사랑의 학교
모이는 사람 _ 성인, 직장인
읽는 책 _ 환경도서
울산은 전국에서 GDP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1인당 주민소득은 4만 달러에 육박하는 지역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가 가능한 것은 그야말로 울산이 공업도시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공업단지가 자리 잡은 울산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을지 모르나 오랜 시간 동안 공해 도시라는 오명 또한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의 울산은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태화강 생태복원사업과 여러 녹화사업으로 턱없이 낮았던 녹지율도 점차 올라가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결과물 사이에는 울산생명의숲이라는 한 환경단체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 노력이 더욱 원숙해지고 보다 힘 있는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단한 이론적 배경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명의숲 회원들은 환경에 대한 이론과 생각을 정립할 수 있도록 UFOUlsan Forest Obeyer라는 독서동아리를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동아리 모임을 찾았다. 장소는 울산의 대안교육센터인 사랑의학교에 마련되어 있었고 총 9명의 UFO 회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커다란 책상 위에는 회원들이 각자 정성껏 준비한 다과와 클레어 킵스의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라는 책이 놓여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우연히 만나 평생 우정을 나눈 어느 피아니스트와 작은 참새의 이야기에 대해 서로의 감상을 나누고 있었다.
모두 생명의숲이란 환경단체의 회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환경에 관련된 책을 집중적으로 읽기 위해 모이셨는데 그 계기를 알 수 있을까요?
“저는 푸른환경21에서 일하고 있는 3년 차 활동가입니다. 환경에 대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론적인 내용들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오히려 환경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환경에 대한 이론이나 책을 읽고는 싶었는데 혼자 하려니 힘든 점이 많았어요. 이곳에서 같이 읽으면 분명 배울 점도 있고 좋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보험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영업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 제 자신이 황폐화되는 것을 느꼈어요. 뭔가 열정을 채워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다가 환경 책을 읽었는데, 『생태주의자의 숲』이란 책이었어요. 이 책에 매료됐어요. 그래서 환경단체에 가입하게 되고 그리고 제가 환경운동가까지는 아니지만 내 노력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중에 UFO를 알고 되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같이 하고 싶다는 분들이 두 분 정도 계신데 일단 제 선에서 튕기고 있습니다. (웃음)”
“저는 울산생명의숲의 사무국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의숲에는 회원들을 위한 여러 동아리 활동들이 있는데 독서 모임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한번 해 보자, 한 달에 한 번, 책 한 권을 읽고 마지막 월요일에 모이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모임 대표의 카리스마 덕에 지금까지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일 신참입니다. 5개월 정도 됐어요. 저는 환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귀한 제안을 받아서 여기에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들어오고 싶어 하시는데 뭔가 쉽게 참여한 것 같아요. 저도 책을 읽고는 있었는데 혼자 읽으면 피드백도 없고 한 번 읽고는 끝이라 이곳에 와서 책을 읽고 정리하면서 새롭게 발견하는 부분이 있어요.”
“이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김묘정입니다. 시작할 때는 회장도 없고, 모임비도 따로 없었습니다. 장소는 이렇게 일하는 곳을 사용할 수 있고 다과도 회원분들이 각자 알아서 준비했었죠. 굳이 환경책을 읽는 동아리를 만든 계기라면 환경과 생태 관련하여 강의를 많이 하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야기의 근원적인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근원적인 내용이 담긴 환경 책에 대해 “아시죠?” 물으면 “네”라고는 하는데 “읽어 보셨나요?” 하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요. (웃음) 제목만 알려져 있고 읽지는 않는 환경 책을 읽어 보자 하고 이렇게 모여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다행히 다들 잘 따라와 주고 있습니다. 저희 모임이 한 달에 한 번 날짜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가 결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라 요즘 출석률이 안 좋은 분에게 집중적으로 연락하고 있죠.“
“제가 항상 혼나는 당사자입니다. (웃음) 대표님과 오랜 인연으로 여기서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그저 환경에 대한 이야기만 듣고 감탄만 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환경 이야기가 더 와 닿게 되었어요. 책도 좋지만 여기 모이시는 분들이 좋아서, 이 모임에 나와요. 저는 아직 사람이 더 궁금한 거 같아요. 술도 한 잔 하면서 여기 회원 분들의 주사는 어떤지 사람에 대한 정보도 모으고요. 그리고 저희가 책을 읽고 매달 하는 숙제가 있는데 책에 대한 감상문이에요. 이게 우리 모임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잘 써오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아요.”
“전 울산도시개발공사라고 그야말로 환경과 거리가 먼 회사에 다닙니다. 어느 날 <아바타>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그 영화를 보고 내가 자연을 파괴하는 이런 회사에 다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그러다 생명의숲에서 어느 섬에 놀러갔는데 그때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어요. 그러다 이 모임에 참가했는데 이제는 차츰차츰 걸음마를 배운다는 느낌이에요. 그런데 걸음걸이가 늘어날수록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고 있어요. 함부로 말을 못 하겠달까. 일종의 과도기 같은 상태라고 저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데, 이 단계를 지나면 저도 모르게 제가 환경운동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부산에서 35년 정도 살다가 울산으로 온 지 5~6년 정도 됐습니다. 귀촌했다고 할 정도로 촌에 살고 있어요. 토요일마다 신문의 신간 소개를 보고 맘에 드는 책을 사서 보기는 했는데 어느 날 보니까 제가 좋아하는 책만 읽고 있더라고요. 생명의숲 독서 모임에 가면 한 달에 한 번은 제대로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저도 환경쪽 책을 읽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사실 관심이 없던 분야였습니다. 인문이나 사회, 자연과학 책만 주로 읽었어요.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는데 점점 세뇌가 되는 기분입니다. (웃음) 작년에는 무거운 주제의 책만 읽었는데 올해는 가벼운 주제의 책도 읽어서 좋습니다. 항상 여기 계신 분들이 그립고,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결석을 안 했습니다. (웃음)”
다양한 사연과 사람들이 만나 즐거운 모임이 된 것 같습니다. 잘 알려진 고전이나 인문학에 비해 환경 분야의 책들이 생소한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을 위한 추천 책이 있을까요?
“『침묵의 봄』을 읽는데, 저자가 굉장히 조용조용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도 확 와닿았어요. 제가 60대인데 20대인 제 아들과 같이 책을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안의 어떤 보수적인 면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제가 결혼하고 나서 모판을 보고 벼가 아니라 잔디라고 했어요. 그 정도로 식물이나 자연을 전혀 몰랐어요. 여기 와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는데 특히 『내 이름은 왜』라는 책을 보면서 너철쭉, 자작나무 등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아 가는 것이 저는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은퇴하게 되면 이런 것들을 꼭 한번 연구해 보고 싶어요.”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는 제 회사 책상 위에 항상 올려두고 있어요. 처음에는 육아를 하는 사람을 새에 비유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진짜 큰오색딱따구리의 새끼에 대한 애정과 육아 과정을 담은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남편한테 항상 ‘하물며 큰오색딱따구리조차도 육아에 신경을 쓰는데’라는 말로 유용하게 써먹고 있어요. (웃음)”
“『빗물과 당신』이라는 책을 읽고 빗물에 눈을 떴어요. 그 뒤에 저자이신 한무영 교수님을 모셔와 강연을 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울산에서 빗물조례도 만들 수 있었고 빗물시설에 대한 지원도 받게 되었습니다. 빗물에 대한 인식을 바꾼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는 책을 재밌게 봤어요. 사실 환경 책들을 읽다 보면 답답하고 우울해져요. 결국은 다 소용없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이 책 저자이신 박경화 선생님은 되게 미소가 좋으셨어요. 환경운동을 하면서도 그 미소를 잃지 않은 걸 보면서 희망적이었어요. 그래도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있고 그래서 해야 된다, 이렇게 힘을 얻었어요. 환경에 대해 굉장히 쉽게 접근하려고 해서 이런 동화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한테도 환경이 굉장히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책이 쓰인 것 같아 참 좋았어요.”
좀 전에 독서 감상문 이야기를 하셨는데 항상 이렇게 감상문을 써 오시나요?
“독서 감상문을 쓰면 자신의 시간이 묻어 나오면서, 삶의 몰랐던 부분을 들을 수 있었어요. 꼭 어떤 인문학이나 다른 책을 읽는다고 해서 그 사람의 철학이나 생각을 깊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각자 써 온 감상문으로 인해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컴퓨터 폴더에 독서감상문을 쓴 것을 모두 저장해 두었는데 그게 꽤 되더라고요. 가끔 볼 때마다 ‘내가 이 책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졌었구나’ 하고 한 번씩 감회에 젖어요. 그러다보니 우리 모임에서 읽었던 책뿐만 아니라 제가 개인적으로 읽은 그 외의 책도 요약하고 글을 쓰는 습관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힘들고 부담도 되지만 참 좋구나 하고 생각해요.”
“감상문을 써 오면 우리 모두 읽고 다 같이 마음이 가는 글은 매달 나오는 생명의숲 소식지에 싣고, 두 번째는 독서동아리지원센터에 동아리 서평 코너에 올리고 있어요. 나머지도 간직하고 있는데 단순히 잘했다는 기준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것이 기준이에요.”
그 뒤로도 《잡초의 재발견》,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 등 더 많은 환경 책들에 대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UFO는 다양한 나이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환경이란 주제로 모여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모임이었다. 내년에도 더욱 멋지게 성장할 UFO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