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 '헤이온와이'를 세계적인 책마을로 일구어낸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가 한국을 찾았습니다. 외딴 지역의 가난한 마을을 세계 책 애호가들의 ‘책의 왕국’으로 바꾸어내기까지 헌책에 대한 그의 평생의 열정을 공유하고자 2015년 9월 12일 ‘2015 군포독서대전’에서 열린 리처드 부스 강연회의 자료집과 연설문을 나비에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My Kingdom of Books
영국 중부의 웨일스 지방에는 작고 아름다운 전원 풍경 속에 자리한 헤이온와이Hay-on-wye라는 마을이 있지요. 멀리서 바라보면 그림엽서 속 풍경이 따로 없답니다. 원래 마을 이름 ‘헤이’에 마을 옆으로 잔잔히 흐르는 작은 강 이름 ‘와이’가 더해져 헤이온와이가 되었지요. 이 웨일스 시골 마을이 이름을 얻은 건 괴짜로 불리는 리처드 부스의 어찌 보면 무모한 도전 덕분이었습니다.
리처드 부스는 폐광촌인 헌책방을 열어 헌책과 오래된 성, 버려진 집, 창고 등을 사들이면서 세계적 책마을로 탈바꿈 시켰는데요. 이곳은 이제 헤이온와이에는 40여 곳 헌책방이 들어서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100만 권 이상 헌책이 팔립니다. 더불어 헤이온와이를 모델로 벨기에의 레뒤(Re여),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Bredevoort, 프랑스의 몽퇼리외Montulieu 등 책마을이 생겨났지요.
일개의 헌책방 주인에서 전 세계헌책의 왕이 되기까지!
1단계
헌책방은 어디나 차릴 수 있지
1961년 대학을 졸업하고 이 작은 마을에 헌책방을 연 청년 부스. 어릴 때부터 책을 사랑했던 그는 세상 모든 책이 다 모이는 책의 왕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하지요. 사실 그는 세상이 인정하는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엘리트였습니다. 부스는 영국의 수재들이 다니는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했고 원한다면 회계사로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이 펼쳐진 무난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뒤로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을 시작합니다. 그것은 바로 ‘헌책’이었죠. “새 책이 저자의 국가나 지역경제를 발전시킨다면 헌책은 세계를 오가며 인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닌 스스로가 정한 ‘성공의 목표’를 정한 것이 그의 성공의 시작이었습니다.
2단계
바보들이나 서두르는 거라고
1962년, 24살의 그가 고향 헤이온 와이로 돌아와 마을의 소방서를 사들여 헌책방을 열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딱 한 가지였어요. “미쳤군! 분명 3개월 안에 망하고 말 거야. 헤이온 와이에는 책을 읽는 사람도 없어.” 하지만 그에게는 “좋은 책은 반드시 팔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 사람들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좋은 책을 사 모으면, 온 세계에서 손님이 올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팔리든 말든, 가지고 있는 헌책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시 헌책을 사는 데 100% 투자했어요. 그때까지도 마을 사람들은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리처드는 아랑곳하지 않았죠. 하루 이틀, 일이 년 내에 성공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바보들이나 서두르는 거라고.” 그의 성공의 두 번째 요인은 바로 이러한 여유와 뚝심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고집’. 소방서에 책이 쌓이고, 영화관, 식료품점 등 마을 건물들을 하나둘 사들이며 책을 수집했어요. 급기야는 마을 상징인 헤이성까지 사게 됐죠. 뿐만 아니라 세계 책 애호가가 이곳을 찾게 만들었죠.
3단계
역사는 전략 없이 오래 노력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리처드 부스의 도전이 싹을 틔운 건 1970년대 초,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 작은 헌책방 마을은 점점 더 커지고 그 명성은 영국을 넘어 세계로 퍼지게 됩니다. 그저 잊혀가던 작은 시골 마을이 세계 책의 수도, 말 그대로 책의 왕국이 된 것입니다. 1988년부터 헤이온와이에서는 5~6월에 걸쳐 책의 축제가 열립니다. 20년 역사를 갖게 된 이 축제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라 부를 만큼 명성이 높아요. 책을 사랑한 무모한 청년 리처드 부스와 같은 세계 각지의 책 애호가들이 책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며 꿈과 이야기를 나누는 신나고 아름다운 축제입니다. 처음 부스를 ‘무모한 꿈을 꾸는 몽상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외톨이 책벌레’라고 놀리던 마을 사람들도 지금은 그를 진정한 도전가로, 마을을 일으킨 기획자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도전의 힘은 이처럼 위대한 것이지요. 자신의 내일은 물론 마을의 미래와 나라의 운명까지도 바꾸어낼 수 있으니까요.
강연회 연설문
친절하신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오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책마을Booktowns은 ‘앞으로의 세계는 국제 칵테일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한국사람이 영국 소녀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사실에 기초하는 새로운 세계의 신 경제입니다. 그리고 책마을은 세계와 소통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저는 헤이온와이Hay-on-Wye라는 작은 마을에서 온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입니다. 헤이온와이는 웰시 마치즈Welsh Marches의 잉글랜드/ 웨일스 접경 지역에 있는 작은 시장 마을입니다. 토박이인 주민 약 2,000명이 살고 있는 헤이온와이의 일부는 브레크녹Brecknock 카운티(현재는 포이스Powys의 일부)에 속하고, 일부는 헤리퍼드셔Herefordshire에 속합니다. 헤이온와이는 농업과 목양업에 생계를 의존하는 시골지역이며, 특히 서쪽 고지대로 갈수록 목장이 많습니다. 와이 강River Wye 옆의 골짜기에 생긴 마을이라 강의 이름에서 와이를 따왔고, 헤이는 네덜란드의 헤이그Hague와 어원이 같습니다. 울타리로 둘러쳐졌다는 뜻입니다. 웰시어로는 'Y Gelli'이죠.
헤이 주변의 많은 농장들은 접근성이 나쁜 외딴 지역에 위치합니다.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농부들이 매주 헤이온와이의 시장에 가야 이웃들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 마을은 아주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목장에서는 양 외에도 토종 웰시 포니(조랑말)도 사육하였는데, 웰시 포니는 튼튼하고 영리해서 농부가 짐을 싣고 산을 넘어 여행할 수 있게 해준 귀중한 존재였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헤이는 정기적으로 가축시장을 열어 양을 매매하고 일 년에 한 번씩 말을 매매합니다.
헤이온와이의 많은 농장은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영세 농장이었기 때문에 우리 마을은 항상 저임금 지역이었습니다. 영농법이 발달하면서 농업에 필요한 일손은 줄어들었고, 농부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일을 하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부근의 다른 작은 마을에서도 그랬듯이,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더 좋은 노동 조건과 높은 임금을 찾아 도시로 빠져나가는 ‘두뇌 유출’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에 큰 공백과 불균형을 남겼으며, 지금도 현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한 헤이는 1960년대 초반 소규모 지선들이 대부분 폐쇄되었던 악명 높은 철도개혁Beeching Report으로 인한 철도 중단 사태와도 싸워야 했으며, 자영업자로서는 거의 경쟁이 불가능했던 이웃 도시 브레콘Brecon과 헤리퍼드Hereford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증가와도 싸워야 했습니다. 결국 헤이 같은 작은 마을의 전통적인 가게들은 살아남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헤이온와이가 어려움과 불안한 미래로 고민하고 있던 1961년, 저는 옥스포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우리 마을이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보았고, 비어가는 가게들을 책으로 채워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싼값에 예전 소방서 건물을 구매하여 저의 첫 번째 책방(지금의 보즈 북스Boz Books)을 오픈하였습니다. 마침 상속세로 인해 타격을 받은 많은 대형 도서관들이 수세기에 걸쳐 수집한 책들을 판매하기 시작하였고, 저는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이 보물들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혼자서 자동차로 장거리 운송을 하기에는 책의 양이 너무 많았습니다. 운전기사, 책을 포장하고 적재해줄 도우미와 함께 화물차나 대형 밴에 책을 싣고, 책이 포장을 풀고 분류되어 대중에게 팔려나갈 헤이온와이로 옮겨왔습니다. 물론 이 일은 엄청난 육체노동이었습니다. 책은 무겁거든요. 하지만 헤이에는 예전부터 시골에서 농사에 익숙한 육체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많은 양의 책을 분류하기 전에 보관해야 할 대형 창고도 필요했고, 책을 진열할 수 있는 긴 선반이 있는 넓은 가게도 필요했습니다. 운 좋게도 헤이에는 내부가 엉망이긴 했지만 1, 2층 모두에 잘 만들어진 선반이 있는 오래된 극장(여전히 시네마 북숍Cinema Bookshop으로 알려져 있는)과 더 리미티드The Limited라는 옛 빅토리아식 농업 창고(오늘날에도 여전히 헤이에서 책방으로 사용되고 있음)를 비롯하여, 책방으로 개조할 수 있는 창고나 큰 점포들이 많았습니다.
그 후로 선박과 항공편을 이용한 컨테이너 수송이 발전하면서, 저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훨씬 더 많은 양의 책을 구매해 헤이로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컨테이너는 미국에서도 왔습니다. 미국의 도서관에서 쓸모가 없거나 장작감이라고 여겨지는 책들이었지요. 그리고 이렇게 책의 르네상스가 시작되었습니다. 타이밍도 정말 좋았습니다. 3, 4세대 전의 많은 이민자들은 책을 포함한 귀중한 소장품을 미국으로 가져갔고, 우리는 불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의 외국어로 된(3, 4세대 후손들은 원하지 않는) 많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운 좋게도 이 책들을 획득할 수 있었고, 실제로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헤이의 이런 점에 매료됩니다. 컨테이너 수송이 개시되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책의 양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미국에서만 일 년에 4, 5개의 컨테이너로 책을 운반하였습니다. 한 컨테이너당 박스가 550개이고, 한 박스에는 평균적으로 양장본 30권이 들어 있습니다. 대략 82,000권 이상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과 영국 국내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책을 빼고서도 말이죠. 이 모든 책들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는지, 헤이온와이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지 실감이 나실 겁니다.
책을 가져온 후에 우리는 홍보가 필요했습니다. 노르만 성터 위에 세워진 재커비언 대저택인 헤이 캐슬Hay Castle을 매입하였고 1977년 4월 1일, 와이 강에 기지를 둔 자체 해군과 자체 공군이 있는 킹 앤 헤이 독립 왕국King and Hay an Independent Kingdom을 선포하였습니다. 저의 애마를 수상으로 임명함으로써 헤이는 자체 의회를 갖게 되었고, 나중에는 상원도 구성되어 왕실 금고에 기여한 시민을 상원의원으로 선출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헤이는 여권과 먹을 수 있는 종이로 인쇄한 화폐, 자체 신문도 발행하였습니다. 수백만 권의 헌책들이 있는 성과 독립 왕국의 왕은 좋은 기삿거리를 감지한 전 세계 기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르몽드Le Monde,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 보그Vogue 같은 간행물을 포함해 전 세계로 유통되는 신문 기사들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고, 세계의 관광객들이 헤이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헤이는 작은 시장 마을이었으므로, 관광객을 지원하는 일에 새로 적응해야 했습니다. 주민 한 분이 최초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민박 형태의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고 다른 집주인들도 그녀의 뒤를 따르게 된 이래로, 오늘날의 헤이온와이에는 약 20여 개의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및 농가 민박시설(아침 제공)이 들어서 있습니다. 헤이온와이를 찾아온 관광객들을 지원하기 위한 레스토랑과 카페들도 생겨났습니다. 헤이가 적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전통적인 농업 및 관련 직업의 침체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헌책이 많은 육체 노동력을 필요로 함으로써, 원래는 학문적 역할에 익숙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도 헌책을 통한 일자리를 보장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헤이는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은 마을로 변신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옥에 티가 있었습니다 – 웨일스 관광청Wales Tourist Board 그리고 대중매체 또는 넓게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과 스카이Sky의 영향입니다. 웨일스 관광청 관계자들은 책이 지역 경제를 얼마나 활성화시킬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대중매체는 마을 자체를 선전하는 데에만 치중하였습니다. 저는 ‘작가에 의해 홍보되는 새 책은 내수 경제이고 책의 주제 자체로 눈길을 끄는 헌책은 국제 경제이다’라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군포 시장님은 저에게 “책과 문화”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글쎄요 저에게 책은 문화이고,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적 문화입니다. 안타깝게도 학계는 책이 이제는 과잉 생산되는 산업 상품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 책의 95%는 1960년 이후에 제작되었으며, 책의 탈제도화는 활성화에 필수적입니다.
여러분은 항상 여러분의 편이라고 말하는 시장님이 계시니 정말 행운입니다. 시장님의 영향으로, 여러분 모두가 사업 홍보에 있어 관광청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 저는 우리 지역 주민들과 마찰만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나라의 문화의 완벽한 상징인 책은 관광 산업의 완벽한 파트너입니다. 국가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관광과 연계되고, 재활성화된 헌책은 지역 사회에 새책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문화”란 무엇일까요? 저는 이곳에 오기 전에 콜린스Collins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사회적 행동의 토대를 이루는 전승되는 사상, 믿음, 가치 및 지식의 총체”, “집단 구성원에 의해 전해지고 강화된 전통을 공유하는 사람들 집단의 모든 범위의 활동 및 사상”, 그리고 “예술, 예의범절, 복장 등의 면에서 사회나 계층이 가치 있게 여기는 예술적 및 사회적 추구, 표현, 취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여러분은 분명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한국의 예술 및 시 문학의 역사는 적어도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미 훌륭한 책과 독서 문화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울 외곽에 있는, 제가 알기로는 25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군포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서울은 ‘세계에서 삶의 질이 두 번째로 높고’ ‘지금까지 세계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아시아의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위키피디아Wikipedia의 군포시 항목 중 “문화”에는 예술, 건축, 요리, 현대 음악, 영화 및 텔레비전, 휴일, 기술 문화, 스포츠만 수록되어 있네요. 문학과 시詩는 어디에 있나요? 시장님께서 수정해 주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헤이온와이 마을을 책으로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을 때 저는 책을 대량으로 구입했습니다. 책의 주제가 어떤 것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그저 책으로 마을을 채워야만 했습니다. 저는 사용되지 않는 극장과 제가 찾을 수 있는 모든 점포들을 책으로 채웠습니다. 이는 점차적으로 전문화되기 시작하였고 각 책방마다 다른 분야의 책들이 채워져 갔습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아름다운 이 마을 주변을 걸으면서 이곳에서도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유럽인들의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구글에서 군포를 찾아보니 거주민이 28만6천 명이 넘고, 그중 83%가 공공 도서관 회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 훌륭합니다! 시장님의 독서 장려에 대한 관심은 책마을 건설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2년에 내한한 외국 관광객은 1,110만 명이었고, 2013년에는 1,200만 명(중국에서만 600만 명)이었으며, 2017년 목표는 2,000만 명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 좋습니다! 관광청이 광고를 통해 책마을을 홍보하게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이미 수립된 많은 책마을들이 그랬듯이, 관광객들은 책은 물론이고 또 다른 놀라운 책마을을 보기 위해 필연적으로 이 곳으로 올 것이며, 여러분의 책 문화에 빠져들 것입니다. 책방 주인인 제 친구는 ‘책방에 있는 책들을 둘러보러 오는 즐거움은 예상하지도 못했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중요한 책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에 생겨난다’고 말했습니다. 책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제 방침이 그러한 발견을 가능하게 만들고 세계 도처의 사람들을 헤이온와이로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럼, 관광객이 도착하면 그들과 함께 무엇을 하나요? 헤이에서는 그리고 세계의 다른 책마을에서는 민박부터 와이 강 카누타기 같은 모든 종류의 활동을 제공하는 활동센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서적상들은 다양한 시와 저자들에 대한 워크숍을 제공하고, 제본업자는 연 2회 지역 저자들의 시집을 출판합니다. 아마도 군포시에서는 이런 행사들을 이미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어쨌든 우리는 이런 일들이 매우 재미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늘날, 다른 책마을처럼 헤이도 아마존, 주문형 출판POD, 전자책eBooks을 포함하여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의 의견처럼, 정보의 디지털화는 정전을 동반하는 자연재해에 취약합니다. 그리고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주문형 출판이나 전자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이 인터넷에 게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책은 생존할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건강 문제로 인해 헤이의 중심에 있는 11세기 성을 팔고 마을 외곽으로 집을 옮겨야 했습니다. 때문에 수년 동안 성에서 개최되었던 연례 축제를 다른 업체로 인계해야 했습니다. 사업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매체-스카이Sky와 루퍼트 머독-가 매우 급하게 참여하게 되었는데, 두 곳 모두 이전에 비해 훨씬 상업적으로 접근하였고, 전체적으로 마을에는 이득을 주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역 상인들은 축제 주간이 여름 최악의 시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업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신중하십시오! 군포에서 이 책마을을 성장시킬 때 공공단체와 대중매체가 여러분의 그리고 우리의 메시지, 즉 ‘함께 일함으로써 좋은 기회가 창조된다’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의 참여는 많은 투자금보다 나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세계에서는, 책의 르네상스와 관광 산업의 개혁이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상업적 이익을 위한 정보의 타락보다 명백히 더 훌륭한 가치를 가질 것입니다. 독서대전 같은 멋진 축제를 통해 책을 전파하는 것은 군포 책마을을 홍보하는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여러분께는 이미 “책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것뿐입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세계책마을협회International Organisation of Booktowns에 가입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정기 회의(연 2회)는 내년에 스위스에서 개최됩니다. 다양한 책마을의 대표들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입니다. 각각의 책마을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지역사회 참여의 필수성이 강조될 것입니다. 군포 독서대전이라는 멋진 축제를 그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는 점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