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가발전과 도서관의 역할'을 주제로 ‘도서관발전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브라이언 애슐리(Brian Ashley, 영국예술위원회 도서관부문 디렉터)는 '도서관: 지역사회의 심장, 국가발전의 마이크로칩'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를 하면서, 잉글랜드예술위원회의 연구보고서 ‘미래 도서관 전망Envisioning the library of the future’에 대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영국의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알란 데이비(Alan Davey, 영국예술위원회 위원장) 씨가 정리한, ‘미래 도서관 전망’의 요약본을 번역하여 게재합니다. 원문은 http://goo.gl/9s7E65에 실려 있습니다. (편집자 주)
서문
공공도서관은 중요한 기관이다. 공공도서관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은 도서관이 수년간 해왔던 서비스를 지속하길 기대하면서도, 삶의 방식이 크게 변화하는 것에도 대응하길 기대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고, 인구는 노령화·다양화되고 있으며, 기술은 계속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또한 공공지출에 대한 압력이 커지는 동시에 시민들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길 바라고 있다.
최근 도서관에 대한 논쟁이 더 격렬해지고 있다. 논쟁의 초점은 재원과 도서관 폐쇄, 책과 디지털기술 사이에서 감지되는 긴장이라는 단기적 이슈에 맞춰 있다. 그 결과 도서관이 국가의 미래 성공과 복리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는 진전되지 않았다.
공공도서관은 시민과 공동체의 변화하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항상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갱신해왔다. 책과 정보는 한 세대 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공급되고 있고, 디스크부터 카세트와 CD를 거쳐 음악 다운로드가 생겨났으며, 엄격한 사서들이 이용자들을 정숙하게 하던 우스운 스테레오타입은 역사 속의 일이 됐다.
따라서 이제는 공공도서관의 가치와 역할, 목적을 다시 주장하고, 공공도서관이 공동체의 중심으로 남아있기 위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짚어볼 때이다.
잉글랜드예술위원회ACE와 공공도서관
잉글랜드예술위원회는 공공도서관 지원과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는 1964년 제정된 ‘공공도서관과 박물관법’에 의해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고 예산을 마련할 법적 책임이 있다. 도서관의 장기적 성공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공공도서관이 어떤 곳이고,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미래 도서관 전망Envisioning the library of the future’이라는 중요한 연구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연구 내용:
〇 앞으로 10년간 공공도서관의 모습을 결정할 최신 혁신과 동향
〇 이러한 변화의 영향에 대한 도서관 전문가의 의견
〇 도서관의 미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의 관점(도서관 직원, 지방의원, 작가, 학자, 활동가)
〇 온라인 토론과 전국 워크숍을 통해 청취된 여론(도서관 이용자와 비이용자)
이번 연구는 선행연구를 반영하여 설계되었으며, 우리의 파트너와 전문가, 조언자들과 함께 새로운 결과를 테스트했다. 조사자들은 총 800여 명과 대화를 나눴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1,400명이 응답했고, 1만 명 이상이 온라인 토론에 참여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예술위원회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의 시사점:
도서관 서비스에 공적 재원을 투자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하고, 강하고, 지속적이다.
우리는 모든 연구단계에서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이러한 말을 들었다. 도서관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의 가치에 대해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공공도서관은 신뢰받는 공간이고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된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독서와 정보, 지식과 문화를 탐색하고 공유할 수 있다.
공공도서관을 정의하는 세 가지 필수 요소:
〇 물리적·가상적으로 즐겁고 이용하기 쉬운, 안전하고 창조적인 공동체 공간
〇 훌륭한 품질의 도서와 디지털 자료, 기타 콘텐츠
〇 이용자가 혼자서든 도움을 받아서든 원하는 자료를 찾도록 돕는 숙련되고 친절한 사람들
공공도서관은:
〇 도서와 디지털 자료들을 통해 최신 문해에 관한 기본적인 능력과 습관을 발전시킨다.
〇 정보와 기술발전을 통해 비즈니스와 경제성장을 지원한다.
〇 우리 자신과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유산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〇 우리와 우리 주변 사람들의 문화와 창조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격려한다.
〇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를 알게 해 우리의 건강과 웰빙을 증진시킨다.
〇 우리의 견해를 만드는, 믿을 수 있는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
미래의 도서관은 사람들이 직접 방문할 수 있으면서도, 어디에 있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써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에 모두 존재할 것이다. 도서관은 홀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사람들이 원하는 광범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기관과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도서관 서비스가 공동체에 ‘제공되는provided’ 서비스에서, 도서관 서비스 설계와 서비스 제공에 지역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local people are more active and involved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 공동체나 비즈니스를 위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소통하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것이다.
뛰어난 리더십, 전문 기술과 경험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지만, 공동체와 디지털, 기업가적 능력이 더 강조될 것이다.
어떤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정보를 찾는 행위, 끝없는 즐거움의 욕구를 채워주는 책, 배움과 지식, 그리고 인간 삶의 기본 능력인 문해 훈련은 도서관의 핵심 서비스로 남을 것이며 도서관을 공동체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잉글랜드예술위원회는 공공도서관 발전에 큰 역할을 맡고 있으나, 혼자서 시도할 수도 없으며, 시도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지역의 책임과 유연성을 존중하면서도 전국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21세기 공공도서관 서비스를 위한 네 가지 우선순위
우리는 공공부문 구성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21세기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지속과 발전을 위한 네 가지 우선순위를 정했다.
1. 도서관을 공동체의 허브로 만들어라
2. 디지털 기술과 창조적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라
3. 도서관이 탄력 있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라
4.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능력을 보급하라
연구를 통해 드러난 핵심 이슈는 우리가 보다 넓은 문화예술 영역에서 다루던 사안들과 유사하다. 이 이슈들은 예술위원회의 5대 장기 목표와 들어맞는데, 때문에 이러한 과제를 풀어가는 것은 도서관과 예술기관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제1순위: 도서관을 공동체의 허브로 만들어라
우리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욱 고립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혼자 살게 될 것이다. 다양한 목적으로 무상의 공공공간에서 만날 기회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연구결과는 도서관이 그것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자료와 전문기술을 제공하는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고, 민주적인 공간으로서 여전히 가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도서관의 물리적 공간은 가상현실이 온라인 독서동아리, 사회적 관계망 형성, 다른 온라인 자료의 링크 등을 제공함으로써 더욱 유연하고 통합적인 것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독서와 학습, 아이디어·대화·지식 교환뿐만 아니라 창조적이고 문화적인 활동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다.
공동체 기반 서비스(의회, 건강, 비즈니스 지원, 학습기관 등)가 이뤄지던 공간은 지역 주민들에게 더욱 좋아질 것이고, 기술교환, 접근성 확대, 비용절감과 같은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도전: 도서관 공간 활용
〇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환영하면서 공유적·창의적 활동을 권장하도록 도서관 공간 활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
〇 도서관의 물리공간과 가상공간을 통합하라
〇 공동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충분한 도서관 공간을 유지하라
제2순위: 디지털 기술과 창조적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라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정보와 문화, 기록을 획득하고 소비 방법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도서관 건물을 넘어, 사람들은 보다 상호적인 경험을 기대할 것이고, 하루 종일, 매일, 특히 이동하면서 도서관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도서관은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도서관은 역동적으로 공동체를 연결하고, 사람들이 신기술을 경험하고 실험하고 익히도록 돕는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미래 도서관 서비스 제공의 핵심이 되겠지만, 우리의 연구는 지방정부와 도서관 서비스에 의해 동의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ICT 기반시설이 없으면 진정한 잠재력은 발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도서관 혁신과 공유를 가능하게 할 것이고, 더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택하도록 할 것이다. 전국적 서비스 개발과 지역 혁신을 더 쉽게 만듦으로써, 사람들은 더 많은 자원과 정보,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정보 자원과 온라인 서비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감이나 필수 능력이 없어서, 혹은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정보격차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빈약한 디지털 연결에 의해 뒤처져 있거나, 그것들을 이용할 형편이 안 된다. 공공도서관은 어느 누구든 뒤처지거나 소외되지 않게 할 것이다.
도전: 기술 활용
〇 가상도서관 경험의 질과 일관성을 높여라
〇 혁신과 더 나은 서비스를 유도하는 열린 ICT 기반을 확충하라
〇 도서관이 원격 서비스를 비롯하여 모든 e북을 대출하도록 하라
우선순위 3: 도서관이 탄력 있고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보증하라
우리의 연구는 공공지출 감소에 따라 지방정부의 지원을 보충하기 위해 도서관이 비용을 줄이고 다른 재원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공동체는 도서관 서비스의 설계와 제공에 더욱 관여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방의원들은 도서관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방법을 바꿔야 하는지, 다른 지역과 도서관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의 연구는 이러한 추세가 다른 공공서비스처럼 계속될 것이며 더 확대될 것이고, 공공도서관에 공동체가 관여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넓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걸 나타내고 있다.
어떤 한 가지 접근방식만이 모든 환경에 올바른 방식이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경험에 기반한 공개된 지침published guidance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고려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몇몇 도서관 서비스는 이미 이것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것이 도서관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서비스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러한 종류의 공동체 관여는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직원과 이용자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서비스를 함께 만들어가는 보편적 방법이 될 것이다.
도전: 비용절감, 새로운 재원과 업무 방법 모색
〇 공동체와 개인이 도서관 서비스 설계와 제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〇 도서관이 살아남아 성공하도록 도서관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접근법 개발을 권장하라
〇 도서관에서 다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기관에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준비하라
우선순위 4: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능력을 보급하라
우리의 연구는 도서관 직원들이 효과적인 리더십과 급격히 진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장하는 일이 앞으로 공공도서관이 직면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사서는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도서관에 관여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에 참여할 때 우선시해야 할 것이 자원봉사 활동만이 아니라 공동체 서비스 관리라는 것을 알 수 있게끔 도울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디지털 자료를 원활하고 자신 있게 사용하도록 돕는 일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도서관 직원들은 이용자가 복잡한 정보원 속에서 길을 찾도록 이용자를 조직하고 돕는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알리는 일에 더욱 앞장서게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의 리더는 소통하고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더욱 사업적이고 능숙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연구는 도서관 직원들 중 적은 수만이 변화에 맞닥뜨리고 이러한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 교육과정은 공공도서관 직원들의 현재와 미래의 요구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고 있다.
도전: 도서관 직원들의 능력 향상
〇 도서관 직원들에게 도서관이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만한 적절한 능력과 경험을 가질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라
〇 도서관 직원들에게 도서관 공간과 책, 다른 자원들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제공하도록 권장하라
〇 도서관 직원들이 디지털 발전을 인도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 디지털 이용자들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라
미래 도서관 발전을 위한 예술위원회의 역할
예술위원회는 잉글랜드 공공도서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공공도서관에 도움이 되는 재정 기회를 만드는 전국적 파트너십을 확보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이미 예술보조금 지원으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처럼) 공공도서관이 문화적·창의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고, 예술·문화기관들과의 지역적 협의를 통해 공공도서관에 지속적으로 관여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21세기 효과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유한 책임이 있는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〇 법적으로 잉글랜드 도서관을 총괄하는 문화매체체육부DCMS
〇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법적 책임과 민주적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정부들을 대표하는 지방정부연합회LGA
〇 공공도서관 서비스의 리더인 도서관장모임SCL
〇 사서들의 전문기관인 영국도서관정보협회CILIP
〇 지식, 정보와 전문기술의 국가적 허브인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우리는 잉글랜드 공공도서관에 대한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도서관과 문화, 상업, 자원봉사, 학술 분야 등 여러 부문의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다.
★ 서동민(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 초역. 안찬수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