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13
모두가 주인이 되는 모임을 꿈꾸다
전남 순천 부꾸부꾸
모이는 곳 _ 카페브라운
모이는 사람들 _ 성인, 직장인
읽는 책 _ 매주 다양한 책
순천에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착실히 독서 모임을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다. 북, 즉 책을 꾸준히 읽겠다는 의미를 담은 ‘부꾸부꾸’이다. 이름 그대로 모임 구성원이 전부 직장인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꼬박꼬박 모여 나름의 제도와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틱톡이란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한 공고, 정회원과 준회원 제도를 회원을 관리하는 제도, 임기를 가진 회장과 부회장, 총무의 운영진을 두어 모임을 운영한다는 부꾸부꾸의 체계 있는 모임 운영 방식에 대해 이전에 들었을 때 감탄과 동시에 어떤 고민이 있었으며, 어떤 어려움과 실패의 사례가 있었기에 저렇게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여러 차례 만남의 기회가 뒤로 미뤄지다 가을이 어서 가기를 재촉하는 빗속에서 부꾸부꾸의 전, 현 운영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아지트로 삼고 있는 카페브라운이라는 카페 입구 옆에는 10월과 11월에 읽었던 책과 앞으로 읽을 책이 소개되어 있었다. 독서 모임이 소수의 폐쇄적인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데서 일종의 공개 공간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인터뷰에는 부꾸부꾸를 만들고 지금까지 성장시키는 데 가장 역할이 컸던 김인헌 씨와 최근까지 회장을 역임했던 김유경 씨, 현재 회장인 이다리 씨 이렇게 세 분이 자리를 함께해 주셨다.
부꾸부꾸가 이곳에서 열심히 모임 하고 책을 읽는 동아리라 들었습니다. 일단 그동안의 힘들었던 점, 어려웠던 점에 대해 먼저 듣고 싶습니다.
“우선은 책 모임이라 모이는 사람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책과 사람의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날 읽기로 정해진 책들이 안 좋으면 그 주에 모임 분위기가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어요. 책을 추천하는 건 개개인의 역량이라 책을 어느 정도 읽는 분이 추천하면 좋은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되면 아무래도 모임 자체가 힘들어져요. 게다가 일단 직장인 모임이라 결속력 자체가 약해요. 아무도 강제할 수 없어요.”
“모임이 처음 3~4명일 때는 회원 늘리는 것 자체가 참 힘들었어요. 그때 많이 혼났죠. 연락 많이 한다고. (웃음) 모임 공지를 할 때 문자나 답이 없으면 참 힘들어요. 연락 없이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정해진 시간에 모임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지금은 기반도 잡혔고 회원들도 많이 늘었고 규칙적으로 나오는 분들도 계시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면 부담되는 경우도 있어요. (웃음) 서로 말할 기회가 줄어드니까.”
“제가 1년 동안 운영진, 회장을 맡았었는데 원래는 운영진이 2명이었는데 이번에 바뀌면서 회장, 부회장, 총무까지 해서 3명 체제예요. 3명이 된 이유는 운영진 중 1명이 장기적인 사정이 생기면 나머지 1명에게 많은 부담감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서로 좋아서 하는 건데 개인적인 책임감 때문에 힘든 점이 있었어요. 저도 한 달에 4~5권을 읽으면 모든 책이 다 맘에 드는 것도 아니고, 아파서 쉬고 싶은데 회장이라 어찌됐든 나가야 하고 게다가 책을 읽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던 것 같아요.”
“저는 고민이 없었어요. 저는 항상 편하게 왔었어요. 그냥 회원이었고 운영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에 6개월 임기의 회장이 되어 버렸어요. (웃음) 사실 걱정이 되긴 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나 때문에 분위기가 흐려지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많고 힘든 점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매주 이렇게 모임을 하게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회사 갔다가 피곤해도 모임을 하고 가면 기분이 항상 좋았어요. 아, 오늘은 쉴까 생각이 들어도 하고 나면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말해 모임 만족도가 저뿐만 아니라 다들 높다고 생각해요. 안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내가 몰랐던 책 내용에 대해 한 사람이라도 얘기해 주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듣는 것 자체도 좋고 그런 경험들을 하면서 계속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모임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이 뒤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직장에서 있었던 다른 동료와의 문제나 연예인에 대한 신변잡기 등 내가 여기서 했던 이야기들이 다른 곳에 퍼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어요. 솔직히 치부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사람들이 어디 가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란 신뢰가 있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이 모임에 오는 걸 싫어합니다.”
“맞아요. 친분 있는 사람이 자리 있냐고 물어보면 우리 모임 사람 다 찼다고 해요. (웃음)”
“제가 그 증거입니다. 직장 상사가 3주 정도 나오셨는데 참 힘들었어요. 제가 여기 모임에서 보이는 모습과 회사에서의 모습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그분 때문에 회사에서의 모습 그대로 모임에 참여하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회사 욕도 못 하고. (웃음)”
“그때 그 상사분은 저희 모임과 잘 안 맞는 부분이 있긴 했어요. 어느 날 왜 이 모임은 토론을 안 하냐고 물어보셨어요. 딱 주제를 정하고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내리고 싶어 하셨는데 우리 회원 대부분은 해결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들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에만 만족을 하는 편이에요. 사실 이 자리에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는 이미 내부적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태이거든요. 그리고 그런 디베이트 형식의 딱딱한 결론 내리기는 개인적으로 싫기도 하지만 우리 모임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리더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어떻게 운영되나요?
“저희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지만 리더 제도는 참 좋은 것 같아요. 책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잖아요. 운영진이 항상 책임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리더의 큰 역할은 책에 대한 주제를 정하는 것이에요. 저희가 매주 수요일마다 모이기 때문에 책을 완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요. 다들 직장인들이라 이런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3개 정도 주제를 만들어요. 하나는 책에서 받은 인상적인 느낌이나 구절, 두 번째는 책 내용에 관련된 개인적인 이야기, 세 번째는 책을 읽지 않아도 잠깐이라도 소통할 수 있는 것들로 준비하는 거죠.”
“세 번째는 단점이라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책 모임이니까 책을 조금이라도 읽고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잘 읽고 오면 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책을 읽지 않고 이야기가 주변으로 흐르면 나중에 그 책에 대한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그런 강약조절이 잘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이번 주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읽으시네요. 저번 주는 《모든 게 노래》라는 책을 읽으셨고요.
“제가 추천한 책이었는데 우리 모임 사람들하고 음악 얘기를 해 보려는 의도였어요. 책 추천의 첫 번째 이유는 책이 좋아서, 같이 읽고 싶다는 거였고, 이러한 도구를 통해 우리 모임원들의 이야기, 음악에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우리 모임 장소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책에 나오는 노래들을 계속 틀었어요. 저마다의 노래에 담긴 사연을 들으면서 개개인의 사람들을 알아 가는 기회가 되었어요.”
주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냥 지나치는 책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아쉬운 책이 있으신가요?
“《철학자의 늑대》요. 저는 그 책을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그래서 추천을 했는데 그 책은 뒷부분이 재미있고 도입 부분은 철학적이라 읽기가 쉽지 않거든요. 역시나 사람들이 대부분 첫 부분만 읽어서 그 감동적인 뒷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못했어요. 그 때 잠시 좌절했고 아쉬웠어요.”
“저는 참 완독을 잘 안 하는 게으른 독서를 하고 있는데요. 그 책은 그날 이후 호기심이 생겨 나중에 완독했어요. 여기 인헌 씨가 자기계발서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잘 안 뽑혀요. (웃음)”
“제비뽑기를 통해서 책을 선정하고 있어요. 민주적이긴 한데 순전히 운이라 장르가 한쪽으로 몰릴 때가 있어요. 작년 12월에는 그동안 읽었던 책 중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뽑아서 그 해에 읽었던 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그때 반응이 좋아서 올해도 그렇게 진행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의 운영 방식이나 운영진 제도 등이 모임을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나요?
“방법이나 제도가 있으면 누가 들어와도 모임이 잘 운영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운영진을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6개월로 일단 전환한 거죠. 그래도 걱정이 많았요. 그래서 전 아예 한 달 회장직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모든 회원들이 운영진을 하는 것으로. 그런데 너무 극단적이라고 반응이 좋지 않았어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감투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처음 온 사람은 세 번은 참석해야 정회원이 될 수 있는 구조예요. 사람들이 그냥 왔다가 안 왔다가 하는 그런 번잡스러움이 싫어서 안정성을 추구했던 건 있어요. 사실 신입 회원이 정착하기가 힘든 부분이 있긴 해요. 작년 동안 하면서 돌이켜보니 그 1년 동안 꾸준히 자리 잡은 사람이 별로 없는 거예요. 실은 그런 부분이 지금의 회장한테 미안한 부분이에요. 그러고 보니 새로운 고민의 지점이네요. 처음 오신 분들이 여기 벽이 너무 높다, 차갑다라는 말도 하세요. 우리끼리 너무 친해져 있다는 문제의식은 있어요. 거쳐 간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새로 오신 분들에게 애착을 가지지 않는 경향도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 비하면 지금은 회원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10명이 넘었을 때는 자랑거리였죠. 요즘은 신경 쓰려고 해요. 회장은 정회원 관리, 부회장은 신입 회원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려고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6개월 임기의 운영진으로 꾸려 가지만 나중에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운영진을 경험해 보고 그러면서 책임감도 커지면 더욱 큰 모임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한 사람의 희생이나 헌신으로 모임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른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책을 가지고 모였을까요?
“저 같은 경우는 댄스나 스포츠 등 아무것도 못 해요. 오직 책 읽는 것밖에 못해요. 직장생활에서 동료들을 매일 만나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도 우리 모임에서 나오는 이러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풀어내지는 못 해요. 그래서 제 인생에 있어 하나의 분기점이 된 것 같아요.”
“다른 걸로 동호회를 할 수 있죠. 굳이 책인 이유라면 그 무엇보다 책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영화나 음악보다는 취향의 차이도 적은 편이고 작은 것이라도 얻는 것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