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동아리 인터뷰 11
직장생활의 활력소
광주 독서클럽 디딤
모이는 곳_ 광주여성재단 북카페 은새암
모이는 사람_ 성인, 직장인
읽는 책_ 문학 등
인터뷰를 다니며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생활의 여유와 즐거움을 위해 독서동아리에 참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각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내는 다른 동아리와 달리 광주의 독서동아리 디딤은 한 건설회사의 직장인들이 회원의 대다수를 차지했다. 직장 독서동아리의 경우 자발적이지 않고 경영의 측면이나 회사 대표의 독서 취향에 좌우되는 모습을 많이 봐 왔기에 디딤을 만나러 갈 때까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이었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을 때 회사의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디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독서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영무건설 직원들은 책을 많이 읽는 상태였어요. (웃음) 마땅한 계기가 없었는데 작년 9월에 근처 광주여성재단에 은새암이라는 북카페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여성재단분들과 만나서 대화하다가 영무건설 10명과 여성재단 2명이 참여해서 독서동아리를 꾸리고 발족식을 가진 뒤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지금 여기 계시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책을 안 읽는 분들이에요. (웃음) 어찌 됐든 어느덧 1년 정도가 되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 권씩은 꼭 읽는 직장인 모임이 되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절대 강요가 없었습니다. (웃음)”
“오늘 안타깝게도 여성재단 분들이 너무 바쁘셔서 못 오셨는데 두 곳이 서로 같이 책을 읽는 것이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처음 읽은 책이 무엇인지 기억나시나요? 그리고 동아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첫 책은 《악마와 미스프랭》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 자리에 그 책을 추천한 회원이 없는데요. 그때 책 세 권 정도가 이야기되었는데 그중에 이 책이 가장 얇아서 다들 골랐어요. (웃음) 그런데 나중에 모였을 때 다들 반응이 ‘이상한 책이다’, ‘동아리를 안 해야겠다’ 그랬어요. (웃음) 그런데 나름대로 책을 읽어 보고 사람들 의견을 듣는데 사람마다 생각이 참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책, 다음 책 그렇게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 선정을 어떻게 할 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일단 1년 동안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책을 추천해 보자 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데 다양한 책들을 읽어 온 것 같아요. 그게 우리 모임의 특색인 것 같아요. 이제 이 방식으로 1~2명 남았는데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오늘 들어온 신입 회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여기 계시는 회원 분들이 지속적으로 모임을 추천해 주셨어요.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 주시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고 하셨어요. 저도 자신에게 책 읽을 기회를 주고 싶어서 들어오게 됐어요.”
“한번 들어오면 이제 절대 못 빠져 나가요. (웃음)”
“사실 영무건설 본사의 절반 정도가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현장에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힘든 부분이 있고요. 하지만 본사의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회사 내부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것을 찾고 있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각 부서마다 소통이 되는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아직은 초보 단계인 것 같고 내년에 모임이 조금 더 깊어지면 치열하게 논쟁도 해 보고 여러 가지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디딤을 하면서 좋았던 점, 어려웠던 점도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 주 월요일 저녁에 모이면 좀 딱딱하고 피곤할 시간이라 모임 자체가 지루해지는 경향도 있어요. 요즘은 모임 자체뿐만 아니라 뒷풀이를 통해 그 딱딱함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이 모임에 들어올 때 회사 대표님이 계셔서 사실 책을 안 읽어 오게 되면 불편하고 부담감도 느끼고 그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대표님이 마음을 열어서 그런지 부담 없이 이 자리에 오게 있습니다. (웃음) 이제는 설사 책을 못 읽었더라도 다른 사람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면 그걸 잘 듣고 꼭 다음 기회에 읽어야지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런 편한 자리가 되고 있어요. 솔직히 처음 다섯 권까지는 불편한 자리였어요. (웃음)”
“저는 처음부터가 아닌 2/3지점부터 참가했어요. 처음에 참가하지 못한 건 사장님이 독후감을 쓰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어릴 적에는 시집도 좋아하고 책을 참 좋아했는데 오랫동안 책을 접하지 못했더니 그런 부분이 참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들으니까 편하고 자유롭게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오게 됐고 지금은 책을 읽으면서 즐겁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회사 8년 차인데요, 본사 직원이라 해 봐야 30명 정도인데 층이 다 달라서 하루 종일 못 보는 경우도 많아요. 말 한마디 못 하는 거죠. 그리고 동료들과 점점 업무적으로만 보게 되는 거예요. 그 사람의 본질이나 개성이 아닌 업무적인 형태로만 평가하게 된 거죠. 그런 것이 개인적으로 쌓여 갔습니다. 회사 내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보았는데, 이 독서 모임이 이야기를 하는 곳이다 보니까 개개인별 성향이나 가치관을 알게 되고 1년 되어가면서 업무를 떠나서 사람을 바라보겠다는 의지도 생긴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모임이 조금 더 깊어질 필요가 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대표 입장에서 이 독서 모임이 효율이라고 볼 수 있죠. 회사 일이 잘 되려면 항상 생활이 즐거워야 되잖아요. 일을 하다 보면 쌓이는 것도 많고, 풀 수 있는 분출구가 필요한데 다른 것에 비해서 독서가 낫지 않나. 여기 참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즐겁게 했으면 해요. 강제로 하는 건 반발심만 생겨요. 오래 갈 수도 없고. 모임에 대해 회사에서 직접 돈을 지원하는 것보다 10원이라도 본인들이 직접 내는 것이 자발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봐요. 어쨌든 여러 가지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만족감도 느끼고 이 기회가 내 가족, 내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도 있는 형태가 되면 더욱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우리가 쓴 독후감으로 책 한 권 만들어 보고 싶어요. 전 계속 이걸 말해 왔는데 우리가 날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하자, 꼭 어려운 말, 예쁜 말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면 편하게 감상문을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 회사 20주년 기념 책을 발간했는데 책 가장 마지막 부분에 우리 전 직원들이 자신이 이야기를 적어 넣었어요. 자신이 직접 책을 만든 것 같아 참 뿌듯하고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꼭 한번 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