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 『뉴스타파』 기자
『오마이뉴스』 사회팀 기자로 일하면서 『마을의 귀환』과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를 함께 만들었다. 같이 밥을 먹고, 외로움을 안아주고, 서로의 재능과 자원을 나누는 1인 가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고립되지 않고 독립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다.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아침부터 밤까지 속속들이 보여주는 리얼리티쇼다. 유명 아이돌, 20년 차 가수, 고령의 배우 등 출연자는 다양하다. 이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무대와 방송에서 보이는 화려한 모습 뒤 이들의 하루하루는 일반인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뭘 먹을까 고민하고 무얼 하고 놀까 궁리한다. 난장판인 집 안에 즉석식품으로 연명하는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완벽하게 정리된 방과 요리 솜씨를 뽐내는 이들도 있다. 출연자들은 대체로 집 안에서 고독한 모습으로 화면에 담기고, 실제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점만 빼면, 이들의 일상은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1인 가구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여러분 옆집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특별하지 않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 '아, 나도 그런데!'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사실 우리의 실제 생활 이야기는 미디어에 나오지 않으니까.”(『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 80쪽)
그러나 TV에 나오는 이들의 모습만이 1인 가구의 전부는 아니다. 현실에서 1인 가구의 삶은 대중의 상상을 넘어 여러 모습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은 1인 가구,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동시에 ‘같이의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연대와 협동을 통해 불완전한 혼자가 아니라 완전한 혼자로 향해 가는 움직임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정상가족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마을공동체 개념에 1인 가구가 합해지면서 대안적인 삶의 형태가 발명되고 있다. 1인 가구 비율이 27%(2015년 통계청발표)에 달하는 시대, 이런 조금은 특별한 1인 가구들의 이야기가 꾸준히 책으로 엮이고 있다.
먼저 싱글 사회학자가 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영화, 드라마, 문학 등 문화 현상을 통해 혼자 살기에 대해 사회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1인 가구는 이미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됐다. 어쩌다 보니 결혼을 못해 혼자 사는 사람, 자발적으로 비혼을 선택한 사람, 결혼을 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사람, 가족들과 흩어져 살게 된 노인 등등. 하지만 여전히 사회 제도는 ‘부부로 이뤄진 정상 가족’에게 맞춰져 있으며, 이들에게만 여러 혜택이 돌아간다.
이 책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저자는 혼자 사는 본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통해 개별적인 1인 가구의 삶과, 보편적인 사회 현상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1인 가구의 문제는 1인 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1인 가구 시대에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1인 가구의 연대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인 가구의 사회적 불안전성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회적 연대를 통한 주거, 복지, 의료 등의 제도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혼자살기의 이론적 개론서로, 혼자살기를 넘어 함께 살기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나는 셰어하우스에 산다』의 배경은 일본이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이미 35%를 넘어서는 일본 사회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콜렉티브하우스, 그리고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며 부엌과 거실을 공유하지만 개인 공간은 따로 쓰는 셰어하우스가 널리 보급됐다. 저자는 일본인 저널리스트로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셰어하우스 거주자들을 취재했다.
저자는 셰어하우스의 가족에 대해 ‘친구 이상, 가족 미만의 편리한 관계’라고 규정짓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맨 얼굴을 마주하고, 연애 상담, 직장 상담 등 여러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다. 그러면서도 가족이나 연인처럼 깊이 간섭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1인 가구들에게 적합한 삶의 형태라고 말한다. 명문화된 계약관계 설정하기, 서로 다름을 존중하기, 개인 음식에 손대지 않기 등등 셰어하우스에서 즐겁게 공존하기 위한 주의사항들도 깨알같이 전해준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혼자 살면서도 ‘같이 살기’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을 담은 취재기다. 1인 가구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고립되지 않고, 가족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대안적인 삶을 꾸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도시에 살면서 귀촌을 꿈꾸다 셰어하우스에 정착하게 된 ‘우리동네사람들’, 글쓰기·요리·운동 등 재능을 공유하며 혼자 사는 방법을 공유하는 여성 1인 가구 협동조합 ‘그리다협동조합’, 도시 텃밭을 일구며 에코싱글라이프를 지향하는 ‘이웃랄랄라’를 비롯해 팍팍한 도시의 삶을 벗어나 귀농 귀촌한 1인 가구까지 다양한 이들이 등장한다. 단지 외로움을 지양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연대와 협동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꿈꾸는 한국 사회 1인 가구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1인 가구 청년들이 홀몸노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보듬는 사례도 눈에 띈다. 혼자 살다 쓸쓸히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고립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임대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의 삶을 듣는 생애구술사 작업을 진행하는 ‘명랑마주꾼’, 홍대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지트에서 직접 만든 반찬을 홀몸노인들에게 배달하며 그들의 말벗이 되어주는 ‘우리동네청년회’의 이야기다. 세대를 뛰어넘는, 청년과 노인 1인 가구들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고 가슴 뭉클하다.
『유쾌한 셰어하우스』는 ‘다섯 여성과 두 고양이가 사는 솔직 발랄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이들이 사는 특별한 집, ‘특집’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에 자리 잡은 셰어하우스다. 성미산마을은 대한민국 최초로 도시에 자리 잡은 마을공동체이다. 1996년 공동육아에서 출발해 대안학교와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와 마을공동체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해온 전형적인 정상가족 중심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 마을에 1인 가구로서 결합한 다섯 주인공의 삶이 다채롭다.
이 책은 취재를 하거나 자료를 조사해서 쓰인 것이 아니라, 다섯 주인공들이 직접 썼다. 그만큼 솔직하고도 담백한 그들의 목소리가 직접 들려오는 듯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독립생활이라는 ‘자유’와 가족생활의 ‘안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제적인 이유로 혼자 살 기회를 갖기 어려웠지만 셰어하우스를 통해 독립하면서 부모의 잔소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과거 이웃이란 한 동네, 옆집에 오랫동안 함께 산 사람들, 숟가락 개수를 안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던 사람들을 뜻했다. 한 장소에서 오래 머물러 살던 과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금 이웃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옆집, 근거리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벗어나 다르게 쓰이고 있다. 특히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한곳에 머물러 살기 쉽지 않은 1인 가구에게, 이웃의 범위는 확장될 수밖에 없다. 같은 지역에 살지 않아도 느슨한 관계망으로 연결돼 있거나, 정서적으로 가깝거나, 지향하는 삶의 태도가 비슷하면 이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수단으로, 특히 SNS라는 소통 공간을 이용해 멀리에서도 이웃을 찾을 수 있게 됐다. 1인 가구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모습은 나날이 우리의 상상을 넘어 새로 창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