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 경제학자
함께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C급 경제학자. 젊은 시절 ‘왜 사는가’라는 물음 앞에 돌보고 베풀고 함께 잘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스스로 잘살 수 있는 방법이라 믿으며 남들이 권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을 개척해왔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을 거쳐 유엔 기후 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수년간 국제협상에 참석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언할 수 있는 ‘가난한 자유’를 찾아 저잣거리로 나섰고, 강연과 글쓰기를 통해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왔다.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으며, 현재 타이거 픽처스의 자문을 맡고 있다. 또한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 시즌1과 시즌2를 통해 ‘시민의 경제’에 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소개하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88만원 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 『괴물의 탄생』 『생태요괴전』 『생태페다고지』 『디버블링』 『나와 너의 사회과학』 『문화로 먹고살기』 『1인분 인생』 『FTA 한 스푼 그리고 질문 하나』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모피아』 『내릴 수 없는 배』 『불황 10년』 『솔로계급의 경제학』 『잡놈들 전성시대』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등이 있다.
KBS 기자인 박종훈이 1년간 진행한 경제 관련 해설 방송을 모은 책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에도 한국의 경제 관료가 주도하는 주류 경제 담론은 이 모든 것은 일시적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렇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후에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 현상이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박종훈은 방송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 우리가 당면하는 구조적 위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이해시킬 수 있는지, 그야말로 피부로 알게 된 사람이다. 지금부터 우리가 만나게 되는 경제 위기를 가장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볼 필요가 있다.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수출 중심으로 만들어진 경제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내수의 위기를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어떻게 부동산이 수출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이 구조가 다음 세대의 경제적 문제를 잉태하게 되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싶다면, 입문서로 일단은 박종훈 기자의 책을 권하고 싶다.
한때 한국 자본주의의 최전선에 서 있던 학자가 바로 장하성이다. 삼성 등 재벌에 대한 소액주주운동에서 ‘장하성 펀드’에 이르기까지, 그는 대중들에게 이론가보다는 실천가, 활동가의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그렇지만 그는 꼼꼼하게 지금까지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경제를 보았고, 어떻게 왜곡되었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분석하는 학자였다.
장하성의 최근 책은 『한국 자본주의』가 1권, 『왜 분노해야 하는가』가 그 후속편인 2권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는가를 주로 분석하는 것이 1권이라면, 누가 주체가 되어 이 문제를 제기하고 해소할 수 있는가가 2권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권 중에 한 권만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성공하기도 했고,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의 문제를 전격적으로 부각시킨 1권을 고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은 평등이 정치적 구호라고 생각하지만, 장하성은 평등을 배제한 한국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 평등하고 더 정의로운 경제가 오히려 효율적이 되는 것, 2008년 이후의 새로운 정치적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의 90년대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일본의 2000년대는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린다. 이렇게 일본이 먼저 걸어간 세상을 우리도 따라갈 것인가? 이 현상에 대해서 가장 끈기있게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분석한 사람이 선대인이다. 그리고 이걸 계속해서 끌고 나가기 위해서 그의 이름을 딴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부동산으로부터 시작하는 선대인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고 불만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선대인이 지난 몇 년 동안 했던 분석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현 상황의 분석에 대해서 많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그는 『선대인의 빅피처』를 통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개인이 알아야 할 경제지식을 팁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개인의 투자 방향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하였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라면 선대인의 책은 한 권은 보는 게 좋고, 딱 한 권을 봐야 한다면 빅피처가 나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에 빛나는 폴 크루그먼의 미국 민주당의 케인즈적 지적 전통을 계승하는 사람이다. 한 때 ‘영광의 30년’이라고 불렸던 경제 호황 시대의 미국 경제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 과정을 폴 크루그먼처럼 감칠맛 나게 쓰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구나 이 독특한 시기에 대해서 얘기를 하지만, 그 한가운데에서 그리고 주인공으로 살았던 사람의 현장감은 이 서술을 정말로 맛깔스럽게 만든다. 아주 부자와 아주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던 시기를 그는 ‘대압축 시대’라고 부른다. 미국 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용어이다.
이후, 사장들이 월급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가난한 사람들의 월급은 오르지 않거나, 비정규직으로 불안해졌다. 더 이상 압축의 시대는 아니다. 그 후에 생겨난 경제 위기를 설명해가는 그의 솜씨가, 경제학자이며 동시에 당대 최고의 칼럼니스트의 맛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 이유를 자본주의의 심장인 미국 버전으로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세계적 경제 위기의 타개책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은 경제의 생태적 전환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 얘기가 아직 비주류에 속하는 일부 시민단체의 성급하고도 도덕적인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생태가 정치의 문제이고, 경제의 문제 한 가운데로 들어왔다.
반 존스의 『그린칼라 이코노미』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축을 만든 책이다. 부시 시절, 원자력을 늘리고, 화석 연료를 늘리면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지역적이든 지구적이든, 결국에는 환경적 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린칼라 이코노미』는 이게 단순히 반환경적인 결과만이 아니라 고용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자력 발전소로 상징되는 대규모 중앙형 발전을 줄이고,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지역의 소규모 분산형 발전소를 늘리면, 당연히 고용은 늘어나게 된다. 환경에 투자하면서 궁극적으로 불황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그린칼라 이코노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흐름을 가장 잘 만든 나라는 오바마의 미국이 아니라 보수 정권 메르켈이 주도하는 독일이다. 학자 몇 명, 정치인 몇 명이 경제를 전부 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 이어 대만도 점점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생태적 전환이 대안으로 제시되는 흐름, 외국에서 무슨 논의를 하는지 한 번은 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