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죽음도 기술이다
스칸디나비아 격언 중에 ‘사람이 죽는 방법까지 연구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살을 실행한 방법은 자주 분석의 대상이 되어왔다. 1969년, 세계보건기구는 절망에 빠진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자살 방법과 동기에 대해 폭넓은 연구를 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자살에 이르게 된 동기는 989가지, 자살 방법은 83가지에 이른다. 기원전 1세기에 세네카는 “사람은 스스로 탈 배와 살 집을 고르듯 이 세상을 떠날 방법을 고를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 방법을 고를 권리
환경, 도시화 등의 문화적 요인과 자살에 사용할 도구를 손에 넣기 쉬운가 어려운가 하는 물리적 요인이 자살자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숲 근처에서는 목매어 자살하는 사람이 많고, 도시 한가운데에서는 투신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1982년의 통계에 따르면, 스톡홀름에서는 음독자살이 많았던 반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자살자의 44%가 총기를 사용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총기를 입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도 빈의 경우 총기로 자살한 사람은 전체 자살자의 4%에 지나지 않았다.
가스중독 자살의 경우, 빈에서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자살의 38%를 차지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이곳의 가정용 가스는 치명적이지 않고 폭발력만 강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1960년대엔 가스 흡입으로 인한 질식사가 전체 자살의 60%를 차지했지만, 가정용 가스 설비가 달라진 요즈음 이 방법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모아제도에서는 1980년대에 자살이 경이적으로 급증했는데, 이는 사모아 사람들이 강력한 제초제를 쉽게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웨스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이 독약의 판매를 제한하자 자살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 인산燐酸으로 만든 살충제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스리랑카에서는 자살자의 75%가 이것을 쓴다.
보통 자살자가 선택하는 방법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간혹 이 두 가지가 결부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극도로 절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을 절망에 빠뜨린 대상을 자살 도구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기원전 5세기경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가 에트나 화구火口에 몸을 던진 것은 자신이 화산 활동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기 때문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에우로페 해협에서 투신자살한 것은 조수간만의 차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것에서 강한 인상을 받고 그 인상에 따라 죽는 사람도 있다. 1911년에 발행된 한 의학총서에 따르면, 베네치아에서 구두 가게를 했던 마티유 로바트는 십자가에 못 박혔던 그리스도처럼 되려고 2년간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그는 가시면류관을 쓰고 왼쪽 옆구리를 칼로 찌른 다음, 양손을 땅바닥에 대고 긴 대못을 박아 구멍을 낸 뒤, 스스로를 십자가에 매달았다. 물론 그 십자가도 자기가 직접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밧줄을 사용해서 자기 집 창 바깥으로 그 십자가를 내걸어 마치 길에 매달린 듯한 상태로 죽었다.
성별에 따른 자살 방법
나이, 지위, 직업, 성별,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상황이 삶을 버리고 가는 방법에 영향을 미친다. 1959년, 유명한 땅꾼의 미망인이 슬픔에 빠진 나머지 남편이 생전에 특별히 아끼던 독사가 들어 있는 통에 손을 넣어 죽으려 했던 일도 있다.
목숨을 끊기 위해서 남성은 총기 같은 절대적으로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여성은 약이나 독을 더 선호한다. 자살하려는 여성의 4분의 3가량이 이 방법을 쓴다. 따라서 자살 성공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세 배나 높다. 여성이 칼과 권총에 혐오감을 느낀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도 54세를 넘어가면 약물보다는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들거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등의 난폭한 방법을 많이 택한다. 특히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투신자살을 선호하게 되는데, 자살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스스로 자신의 몸에 손을 댈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이나 청소년은 자살 방법으로 투신을 택하는 경우가 성인 남자에 비해 세 배나 많다.
민족에 따른 자살 방법
자살하는 방법은 지역과 나라에 상관없이 가지각색이지만, 민족의 전통 혹은 그 나라의 형편에 따라 지배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에서는 상대적으로 익사하는 사람이 적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질식사가 많고,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목매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에서는 수 세기 전부터 익사와 교사絞死는 감소하고 칼을 사용한 자살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는 다르게 아프리카에서는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음식물을 거부하는 종교적인 의식에 따라 죽는 경우를 제외하면 목매 자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익사가 많지만 목매 자살하는 사람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면 탄자니아, 우간다, 콩고, 가봉, 그리고 세네갈에서는 목매어 자살하는 것이 전체 자살의 5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피 흘리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거나 혹은 종교적 관념(나이지리아와 다호메이족들이 믿던 천둥과 번개의 신은 목을 매어 죽었다)이 그들의 의식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보면 총기류에 의한 자살, 목을 매는 자살, 음독자살이 전체 자살의 40~60%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세계보건기구에 자료를 제공한 나라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계절에 따른 자살 방법
자살이 계절과 관계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 연구도 있다. 이에 따르면, 유럽에서 익사와 교사는 7월에 가장 많고 10월에도 강세를 보인다. 질식사는 3월과 4월에 특히 많다. 총기를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8월이고 투신, 음독, 칼에 의한 자살을 6월과 7월이 정점을 이룬다.
자살과 자살미수
자살이 미수에 그치는 경우, 그중 14%는 다시 자살을 실행한다. 특히 자살미수자의 약 5%는 세 번까지 자살을 시도한다. 두 번째부터 자살 방법을 바꾸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하고 자살을 시도해도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겨서 자살에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자살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알아두어야 한다.
그 적절한 예가 바로 오스트리아 빈의 힐다 스트라징거의 자살 실패다. 이 여자는 14세에 처음으로 자살을 시도한다. 부모가 댄스파티에 가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음독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목숨을 건진 그녀는 죽음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는 창에서 뛰어내렸지만 다행히도(?) 우연히 창 아래에 퍼져 있던 매트리스 위에 떨어졌다. 그다음에는 도나우 강에 뛰어들었지만 구조되었다. 그 후, 면도칼로 동맥을 끊었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수혈을 받고 살아났다. 그녀는 부모의 권유로 정신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지만,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전부 벗은 채 동네 공터로 뛰어갔다. 그러곤 벌통을 몇 개 쓰러뜨렸다. 그녀는 벌에게 엄청나게 많이 쏘였지만 이번에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 어느 날인가는 창에서 두 번째 투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벽에 머리를 부딪쳐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다. 1936년 4월 15일 자 〈노이에스 비너 저널〉에 의하면 ‘제정신이 돌아온 그녀는 자살병이 치료되었다’고 한다.
교사
어느 시대에나 유행하는 자살 방법이 있지만, 옛날부터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방법은 목매 죽는 것이다. 현대에도 자살자의 반가량은 이 방법을 쓴다. 예외적으로 미국에서는 총기류에 의한 자살이 가장 많다. 아마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총기류를 구입하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자살자들이 목매 죽는 방법을 가장 많이 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9세기, 타르디외 교수는 목매 자살할 때의 자세를 254가지나 제시했다. 발을 바닥에 붙인 것이 168가지, 무릎을 바닥에 붙인 것이 42가지, 몸을 바닥에 누인 것이 22가지, 의자에 앉은 것이 19가지, 바닥에 쭈그리고 앉은 것이 3가지였다.
목매 자살하는 방법의 첫 번째 특징은 목을 매는 재료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밧줄이지만 그 외에도 넥타이, 손수건, 천 조각, 신발 끈, 허리띠, 철사, 멜빵 등이 이용된다. 물론 직업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끈이 달라지는데, 전기공은 전선으로 목을 매는 경우가 많고, 20세기 초의 마부는 자기가 쓰던 채찍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다. 끈을 묶는 방법에도 특징이 있다. 죽은 사람이 선원인가, 직물공인가, 농민인가에 따라 묶는 방법이 각기 다르다.
목매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은 우선 처음에 위쪽을 보고 끈을 고정시킬 수 있는 곳을 찾는다. 집 밖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나무인데, 볼로뉴 숲에서만도 130건 이상의 자살이 실행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살자들은 집 안에서 끈을 묶을 곳을 찾는다. 자살자들이 선호하는 곳은 주로 침대, 계단, 지붕이 있는 침대의 기둥, 계단의 손잡이, 사다리, 천장, 옷걸이 등이다.
익사
세계 어느 곳에서나 크든 작든 물줄기는 흐르고 있다. 그 물줄기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익사는 집 밖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목매 죽는 것 다음으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익사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바다보다는 큰 강과 호수를 선호한다. 수영장이나 욕조는 가장 인기가 없다.
투신과 익사를 병행하는 자살자는 둑보다는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다. 파리에서는 특히 퐁네프와 알마, 보자르 다리가 선호되어왔다. 프랑스에서 익사가 많이 일어나는 곳은 센 강, 생 마르탱 운하, 마른 강, 루아르 강이다.
자살하려는 결의가 굳은 사람이라도 막상 죽음의 순간이 되면 자기 보존본능이 발동해 자살을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길까 봐 무릎과 발을 묶고 손은 등 뒤로 묶은 채 물로 뛰어드는 사람도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주머니 속에 작은 돌멩이를 잔뜩 집어넣고 머리에 무거운 돌을 매달기도 한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익사를 기도할 때는, 죽어서 따로따로 떨어질까 봐 서로의 몸을 묶고 물로 뛰어들기도 한다. 두 자살자가 몸과 몸이 서로 묶인 채 인양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비슷한 경우로 한 장의 담요에 둘둘 말린 연인도 종종 발견된다.
이때 자살자는 자신의 몸에 묶인 대상도 동일하게 죽음을 결의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910년 1월 론 강에 몸을 던진 리옹의 보조재봉사처럼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이 여자는 행인들이 미처 말리지도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강물에 뛰어들어 물속으로 사라졌는데, 놀랍게도 금방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투신하기 전, 개를 자신의 머리에 묶어두었는데, 여자의 저승길 친구가 될 뻔한 불쌍한 개 두 마리는 강에 빠지자마자 본능적으로 미친 듯이 헤엄을 쳤다. 그 결과, 자살하려던 그 여자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칼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목을 매거나 물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다. 칼을 자살 도구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칼을 사용할 때는 일종의 요령과 정확함이 필요하다. 영국의 유명한 정치가의 아들 클리브 경은 책상 위에 있던 나이프를 집어 들어 자기 몸을 천 번 이상이나 찔렀다. 그래도 좀처럼 죽지 않자 결국에는 손으로 상처를 헤집어서 죽음을 재촉했다.
칼을 다루는 요령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자기 자신을 찌르는 자살자들은 칼에 대한 일종의 편애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가장 편애하는 것은 나이프이고 그다음이 면도칼, 식칼, 외과용 메스, 가위, 검, 각종 금속을 연마한 것, 유리 파편, 그리고 직접 만든 칼 모야의 도구 순이다.
음독
독약을 신봉하는 사람은 아주 옛날부터 있어왔다. 그중 소크라테스에 의해 그 이름이 영원히 남게 된 독당근은 얼마 전까지도 유럽에서 적잖이 만들어졌다.
오늘날에는 현대 의학이 만들어낸 모든 의약품이 독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자살하려는 사람이 한 가지 약만을 마시는 일은 드물다. 음독자살 네 건 중 세 건은 두세 종류의 독을 섞어서 마신다.
음독자살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사용되는 약품이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이다. 고대에는 독당근,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사리풀, 심장을 손상시키는 부자 또는 마전, 독버섯 추출물 등 주로 식물성 재료가 사용되었다. 중세에는 산화구리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독살범으로 유명했던 브랑빌리에 후작 부인이 주로 사용했던 것이 바로 이 산화구리다. 20세기 초에 의약품 이외에 주로 사용된 것은 수수한 비소화합물, 살충제, 각종 세제, 황산, 아편 등이다.
1950년대 이후에는 식물을 재료로 하는 독극물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고, 현대 의학의 수많은 발명품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이를테면 신경이완제, 청산가리, 인슐린, 칼륨 앰플, 각종 안정제, 항우울제, 수면제, 진통제 등인데, 이것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샹젤리제와 노르망디 및 마리냥의 여러 건물을 건축한 유명 건축가 유젠 바이카는 1956년 독풀을 먹고 죽었다.
독극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가이아나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집단 자살(뒤에서 상세히 다룸)에는 그런 목적을 위해 준비된 물약이 사용되었다.
섭취
음독이 그 자체로 치명적인 것이라면, 섭취는 생명 기능을 방해해서 간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섭취자살로 유명한 사람은 스페인 왕국의 왕자였던 돈 카를로스다. 그는 가장 큰 다이아몬드를 삼키고 난로에 뛰어들어 죽으려다 구조되었지만 나중에 부왕인 펠리페 2세가 준비한 약으로 서서히 죽어갔다. 200캐럿이나 되는 다이아몬드를 삼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다이아몬드보다는 훨씬 소박하지만 값비싼 것을 삼키고 자살한 사람을 지켜본 의사도 있다. 의사 미뇽에게 실려 온 남자는 금메달 15개, 침실 테이블 바퀴 하나, 핀 1,500개, 칼 35개, 도미노 게임 한 판을 삼킨 상태였다. 그는 결국 죽었다. 브루클린 가의 독일 병원 응급실에 긴급히 실려 온 영국인 선원은 금속 제품을 40개나 삼켰지만 죽지 않고 오랫동안 살았다.
종종 눈에 띄는 건 다 먹어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20세기 초 파시의 모자 가게 주인은 자신이 막 만든 비단 모자를 삼켰다.
1913년 의학연감에는, 직장에 돌을 넣은 남자의 자살이 기록되어 있다. 그의 직장에서 발견된 작은 돌들은 총 454개로 360세제곱센티미터 부피의 그릇 두 개분에 해당되며 “이것들은 강가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자갈이고, 유리조각도 조금 섞여 있다”는 자세한 보고도 남아 있다. 그 일이 있기 1년 전에는 몸의 ‘은밀한 곳’에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스너퍼(촛불 끄기 도구)와 나무 기둥, 막대가 달린 유리구슬을 삽입해서 자살하려고 했던 여자 편집광이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