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나는 차를 타고 벗어났다. 기분이 좋았다. 움직이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랐다. 단지 나는 운전을 할 뿐이었다. 나를 덮친 것은 지루함이었다, 평소 지루함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내가 지루함에 압도당한 것이다. 내가 하려고 한 어떤 일들도 내게 기쁨을 주지 못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무언가를 했을 뿐이다. 나는 차에 타 운전을 했고, 오른쪽 길과 왼쪽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서 우회전을 했고, 다시 오른쪽과 왼쪽을 선택할 수 있는 다음 교차로에 이르렀을 때 좌회전을 했다.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차를 몰았다. 그러다 바큇자국이 점점 깊이 파이는 숲길로 접어들어서야 어느 순간 길바닥에 처박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계속해서 차를 몰고 있었고, 급기야 차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후진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어 나는 차를 세웠다. 엔진을 꺼버렸다. 나는 차에 앉아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여기 있다, 나는 지금 여기 앉아 있다, 문득 공허감이 나를 덮쳤다, 마치 지루함이 공허함으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두려움일지 몰랐으니, 왜냐하면 가만히 앉아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을 바라보듯 앞쪽을 멍하니 바라보았을 때 나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텅 빈 무無의 세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내 앞에 있는 건 숲이다, 그저 숲일 뿐이다. 그러니까 충동적으로 차를 몰고 나왔다가 어느새 나는 숲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그것이 무엇이든 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든, 항상 다른 무언가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눈앞에 펼쳐진 숲을 바라보았다. 숲. 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과 고랑들, 소나무들.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황토색 땅은 바짝 마른 곰팡이 같았다. 나는 공허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두려움.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나는 왜 두려워했는가. 너무 두려워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할 만큼. 그럴 엄두도 못 낼 만큼. 나는 차를 타고 이 숲길로 들어왔고 길이 끝나는 지점쯤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 내가 두려움을 느낀 건 바로 그 때문이리라, 나는 차를 타고 가다가 숲속의 막다른 길에서 꼼짝도 못하게 되었고, 그곳에서는 차를 돌릴 수도 없었으니까. 사실 이 숲길에 들어선 후 차를 돌릴만한 곳을 지나온 기억도 없었다. 그럴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환점이 보였다면 나는 무조건 차를 세운 후 방향을 돌렸을 테니까, 나지막한 언덕이 연이어 자리한 풍경 속에서 이 좁디좁은 길을 운전하는 것이, 오히려 지루함을 더했으면 더했지 지루함을 덜어주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을 발견하지 못했고 운전을 하는 내내 쉴새없이 그런 공간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 나는 운전을 하면서도 차를 옆으로 빼고 조금 후진한 후, 다시 조금 앞으로 전진하는 행위를 몇 번 더 반복하며 마침내 차 방향을 완전히 돌릴 수 있는 곳이 나타나기를 기다렸을 테고, 그렇게 차를 돌렸다면 왔던 숲길을 되돌아가 다시 차도에 올랐을 테고, 어쨌든 어딘가 마을로라도 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디로 가려 했을까, 그저 사람들이 있는 곳, 내게 필요한 이런저런 것을 살 수 있는 곳, 예를 들어 핫도그를 살 수 있는 곳, 또는 운이 좋으면 도로변 작은 카페 앞에 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는 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문득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저녁을 챙겨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사실 저녁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서, 대부분의 경우 가장 쉬운 저녁거리, 즉 빵조각으로 배를 채우는 게 최선인데, 만약 집에 빵이 있다면, 빵 위에 뭔가를 얹어 먹으면 더 좋을 것이다, 마요네즈를 바르고 양고기 햄 두세 장을 올려서. 그런데 이게 내가 지금 마치 더는 해야 할 중요한 일이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여기 앉아 곰곰 생각해볼 일인가. 하지만 중요한 일이 뭐가 있을까.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이며, 어리석은 생각인가. 지금 내 차는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숲길에서 멈추었고, 나는 차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내가 처한 이 상황은 충분히 절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숲길에 처박힌 차를 빼내는 것은 절박한 일이다. 차를 이렇게 처박힌 채로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기에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바보조차도 아는 사실이다. 나는 가만히 서서 차를 바라보았고, 차는 그 자리에 서서 멍청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멍청하게 바라본 건 차가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한적한 숲길 나직한 언덕 위, 더 깊은 숲속까지 몇 미터가량 더 이어지는 작은 오솔길 앞에서 멈춰 선 차는 너무나 멍청해 보였다. 도대체 내가 이 숲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나는 왜 여기까지 차를 몰고 왔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는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왔던 것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전혀 없었다. 그렇다며 나는 왜 이 숲길로 차를 몰고 들어왔나. 아마도 그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우연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한데, 우연이란 무엇일까. 아니, 이 상황에서 이처럼 멍청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은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리 없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길에 처박힌 차를 빼내는 일뿐이다. 그러고는 차를 돌려야 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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