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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은 아주 평안하다. 애증愛憎도, 애락哀樂도 없고 안색과 소리도 없다. 내가 늙은 것이리라. 이미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카락은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내 손이 떨리고 있는 것도 아주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 영혼의 손도 떨고 있으며, 그 머리카락도 세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수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나의 마음 역시 피비린내 나는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피와 쇠, 화염과 독기, 회복과 복수. 그런데 문득 이 모든 것이 공허해졌다. 때로는 짐짓 어찌할 바 모르는 자기기만적 희망으로 그것들을 메우기도 했다. 희망, 희망, 바로 이 희망의 방패로 저 공허 속 어두운 밤의 습격에 항거했던 것이다. 비록 방패 뒤쪽 역시 공허 속 어두운 밤이긴 했어도.
그렇게 계속해서 나의 청춘을 소진했다.
─ 「희망」, 『들풀』(192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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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릴없이 이 공허 속의 어두운 밤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나는 희망의 방패를 내려놓고 페퇴피 샨도르Petőfi Sándor, 헝가리의 시인, 독립운동가의 ‘희망’의 노래를 들었다.
희망은 무엇인가? 그것은 창녀.
그녀는 누구라도 유혹하고 모든 것을 바치게 한다.
그대가 가장 소중한 보물―
청춘을 바쳤을 때, 그녀는 그대를 버린다.
이 위대한 서정시인, 헝가리의 애국자가 조국을 위해 카자크 병사의 창 끝에 죽은 지도 벌써 75년이 되었다. 애달픈 것은 그의 죽음이다. 하지만 더욱 슬픈 것은 그의 시가 지금도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혹한 인생이여! 페퇴피처럼 걸출한 영웅도 끝내 어두운 밤을 마주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아득한 동쪽을 회고하였다. 그가 말했다.
절망이 허망하다면, 희망 역시 그러하다.
─ 「희망」, 『들풀』(1925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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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께
선생께 한 마디 되묻겠습니다. 우리에게 현재 언론의 자유가 있습니까? 만약 선생께서 “아니오”라고 말한다면, 내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고 탓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만약 선생께서 끝내 “앞에 중학생 한 명이 서 있다”라는 명목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한다면, 그렇다면 전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첫 번째로 힘써야 할 것은 언론의 자유를 쟁취하는 것이다.
─ 「『중학생』 잡지사의 질문에 답함」, 『이심집』(1932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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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온 뒤로는 매사에 신중을 기해서 속세와도 거의 인연을 끊고 할 말이 있어도 하지 않았네. 하지만 예전에 붓을 놀리며 혁신에 뜻을 둔 적이 있던 터라 좌익작가연맹의 일원이 되어버렸다네. 상하이 문단의 소인배들은 기회만 나면 나를 모함하는 걸 자신들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지. 그들이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애써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야 진즉부터 그리해온 일이라네. 나는 그들의 한심한 짓거리를 그저 웃어넘길 뿐이지. 지난 달 중순에는 이곳에서 청년 수십 명이 체포되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은 나의 학생이라네. …… 내가 체포되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아마 그 때문인 모양이네.
─ 「리빙중에게 보내는 편지」, 『서신집』(1931년 1월 4일)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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