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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정책환경과 법제의 변화
정책이란 정부가 정치적·행정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나가야 할 노선이나 시행해야 할 방침을 말하며, 공공정책은 공공의 보호와 이익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공공의 이익과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효율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정책 목적을 달성하려고 한다. 공공정책은 기능에 따라 외교정책, 경제정책, 통일정책, 문화정책 등으로 분류되는데 도서관정책은 문화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공정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이고, 사회문제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발생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사회문제 중에서 정책적 쟁점을 가리고,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여 정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의 규범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공정책도 정책의 환류를 통해 변동하게 된다. 공공정책은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이고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구현되며, 행정부와 정책 참여자가 상호작용하고 정책수행의 행정적 역량, 인프라와 기술 등의 자원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공정책으로서 도서관정책에 대해 이봉순은 ‘국가가 도서관 봉사활동에 대하여 행하는 기본 방침 또는 지침’이라고 하였고, 조현양과 이재원은 ‘도서관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기본 방침이나 지침 등을 제도화하여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러나 공공정책에서 도서관정책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08년에 펴낸 ‘한국 행정 60년사’의 공공정책 분야를 보면 문화정책의 하나로 도서관정책을 언급하고 있으나, 「도서관법」 개정에 관해 매우 간단하게 소개하는 정도였다.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일제강점기에 출현하여 10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졌으나, 해방 후 한국전쟁과 국가재건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여 정책적 지원이 없었다. 1963년에 「도서관법」이 최초로 제정되었지만 1991년이 되어서야 정책전담 부서가 생길 정도로 도서관에 대한 국가적 정책의지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공공도서관 확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2006년 「도서관법」의 전부 개정 이후로 공공도서관은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역할도 확장되었다. 오늘날 공공도서관은 경제발전과 사회 환경이 변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의 지식정보센터는 물론 평생교육, 독서기관, 문화센터 등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IFLA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and Institutions, 국제도서관협회연맹와 UNESCO는 1994년에 공공도서관 선언문manifesto을 발표하여 지역사회의 지식 관문으로서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천명하였다. 이 선언문은 2010년과 2022년에 개정되었는데, 환경의 변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공공도서관의 역할도 변하였기 때문이다.
정책과정과 정책변동 선행 연구
정책은 대체로 정책형성, 정책집행, 정책평가 및 정책변동의 단계를 거친다. 정책변동은 정책 환류에 따라 이루어지고, 정책에 대한 기대와 투입 자원도 변한다. 정책변동은 기존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정책행위자들이 정책집행 과정에서 새롭게 도출된 사회환경의 변화와 문제를 정책의제 형성과정으로 환류함으로써 기존 정책을 수정하거나 종결한다.
정책과정은 정책의제 설정agenda setting과 정책대안의 선택specification of alternatives, 정책수립policy establishment, 정책실행policy implementation 단계로 나뉜다. 정책이 실행되면 끊임없이 환류가 일어난다. 즉 해결할 정책문제 또는 정책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정책 대안을 광범위하게 탐색하거나 개발한다. 정책대안을 고려할 때는 결과를 예측해야 하고, 여러 가능성을 추론해서 정책대안의 결과를 비교·분석한다. 정책대안은 정책결정 단계에서 최소 비용을 투입하여 최대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환경에 따른 정책문제의 변화는 정책결정이나 정책집행 또는 평가활동 중에 파악되며, 이것이 환류되어 정책변동이 일어난다. 정책변동은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이 달라지는 것 외에도 정책 대상 집단의 변동도 포함된다.
정책변동 요인이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정책변동 이론으로 홀hall의 정책패러다임 변동모형, 무치아로니Mucciaroni의 이익집단위상변동모형, 킹던Kingdon의 다중흐름모형, 사바티어Sabatier의 정책옹호연합모형이 있다.
Hall은 정책에 패러다임 개념을 접목한 패러다임 변동모형Paradigm Shift Framework, PCF을 주장하였다. 그는 영국의 경제정책 변동을 연구하였는데, 패러다임 변동Paradigm shift에 따라 정책변동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이 모형에서 패러다임은 정책결정자들이 정책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구체화하는 일정한 기준틀을 말한다. Hall은 정책형성에 정책목표와 정책수단, 정책환경의 세 가지 변수가 있다고 보고, 정책과정에 정책목표와 정책수단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오는 정책변동을 패러다임 변동이라고 개념화하였다. 그는 3차원의 정책변동 수준을 제시하였는데, 1차원 수준의 변동은 정책목표나 정책 산출물의 근본적인 변동 없이 정책 산출물의 수준만 변동하는 것으로, Hall은 이의 사례로 매년 정부 예산이 조정되는 것을 들었다. 다음은 2차원 변동 수준으로 정책 목표는 변동하지 않고 정책 산출물만 변동하는 것으로 영국이 1971년에 시작한 금융규제제도를 예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3차원 변동 수준은 정책목표, 정책 산출물, 정책환경이 모두 급격하게 변동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케인즈주의가 통화주의로 변동되는 것을 예로 들었는데, 이 3차원 변동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틀로 패러다임 변동모형을 제시하였다.
Mucciaroni는 정책변동 과정을 분석하기 위하여 이익집단 위상변동모형을 개발하였다. 그는 1995년에 발간한 저서 ‘위상의 반전: 공공정책과 이익집단’에서 이익집단의 위상이 어떻게 기복을 거듭하는지 보호무역, 농업 보조, 조세감면, 경제적 규제정책의 4개 분야의 정책을 연구하였다. 그는 이익집단의 위상 기복을 설명하기 위해 이슈 맥락issue context과 제도적 맥락institutional context이라는 두 가지 변수를 사용하였다. 이슈 맥락과 제도적 맥락이 함께 특정한 이익집단에 유리할 때, 그 이익집단에게 유리한 정책이 계속 유지되거나 불리한 정책이 유리하게 변동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슈 맥락이 특정한 이익집단에 유리하더라도 제도적 맥락이 불리할 때는 정책이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주장하였다. 즉 정책이나 이익집단의 위상에 미치는 영향은 제도적 맥락이 이슈 맥락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제도적 맥락에 정책결정자들의 선호나 행태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으며, 제도가 정책을 결정한다는 제도적 결정론institutional determinism을 경계하였다. 그는 제도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정책변동과 제도의 변혁은 상호작용하는 과정이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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