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돈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나 스스로와 협정을 맺었다. 섹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십대처럼 말이다. 섹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도 맞는다. 혹은 루크를. 혹은 죽음을. 그건 지난겨울 휴가지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침에 글을 쓰려면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게 너무 많다.
집주인인 애덤이 내가 자기 개를 산책시키는 걸 지켜본다. 내가 진입로를 따라 돌아올 때 그는 슈트 차림에 반짝반짝 빛나는 구두를 신고 자신의 벤츠를 기대서 있다. 아침에 그는 불만이 많아 보인다. 하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애덤은 운동복 차림에 머리도 빗지 않은 내 모습과 자기 모습의 뚜렷한 차이를 즐긴다.
개와 내가 더 가까이 가자 그가 말한다. “일찍 일어났네.”
나는 늘 일찍 일어난다. “마찬가진 것 같은데.”
“일곱시 정각에 법원에서 판사하고 약속이 있어.”
대단하다고 말해. 대단하다고 말하라고. 판사와 법정과 일곱시 정각. 대단하다고 말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잖아.” 애덤이 주위에 있을 때 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도 내가 그러길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나를 끌어당겨 애덤 옆으로 몇 걸음을 지나치게 하고 그의 큰 집 옆면의 널조각 사이를 비집고 통과한 다람쥐를 쫓게 둔다.
“그래서,” 그는 내가 너무 멀리 가지 못하게 나를 붙든다. “소설은 어떻게 돼가?” 그는 그 단어를 만든 사람이 나인 것처럼 말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차에 기대서서, 바꾸기엔 그 자세가 너무 마음에 든다는 듯 내 쪽으로 고개만 돌린 채다.
“괜찮게 돼가.” 내 가슴안에서 벌들이 움직인다. 몇 마리가 내 팔의 피부 안쪽을 기어내려온다. 한 번의 대화가 아침을 전부 망가뜨릴 수 있다. “다시 가서 써야지. 하루는 짧아. 오늘은 이중 근무고.”
나는 애덤의 집 뒤쪽 포치 위로 개를 끌어당기고 줄을 풀어준 뒤 문으로 들어가라고 쿡 찌른다. 그리고 재빨리 다시 계단을 내려온다.
“이제 몇 페이지 썼어?”
“이백 페이지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차고 옆 내 방까지 절반 왔다.
“그게 말이지.” 그가 차를 짚고 몸을 일으켜 내 오롯한 관심을 기다리며 말한다. “스스로 할말이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야.”
나는 책상 앞에 앉아, 개를 산책시키기 전에 쓴 문장을 본다. 생소하다. 그걸 쓴 게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하다. 라디오 시계에 있는 녹색 숫자를 본다. 세 시간 안에 옷을 갈아입고 점심 근무를 하러 가야 한다.
애덤은 내 오빠인 케일럽과 같은 대학에 다녔고―솔직히 나는 케일럽이 당시 얼마간 그에게 빠져 있었다고 생각한다―그래서 내 집세를 좀 깎아주었다. 아침에 자신의 개를 산책시키는 조건으로 조금 더 빼주었다. 그 방은 원래 정원 헛간이었고 여전히 양토나 썩은 잎 냄새가 난다. 1인용 푸톤 매트리스 하나, 책상과 의자, 핫플레이트, 그리고 욕실에 토스터 오븐 하나, 딱 그만큼을 들여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홍차를 한 잔 더 마시려고 주전자를 화구 위에 다시 올린다.
뭔가 말할 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쓰지 않으면 모든 게 더욱 형편없이 느껴져서 쓴다.
아홉시 삼십분에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주름이 잡힌 하얀 셔츠에 묻은 등심과 블랙베리 얼룩을 비벼 씻은 뒤 책상에 놓고 다림질로 말린다. 그런 다음 삼각 옷걸이에 걸고, 그 고리를 내 백팩 위쪽에 달린 둥근 고리에 건다. 그리고 일할 때 입는 검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은 뒤 백팩을 멘다.
차고에서 자전거를 뒤로 밀고 나온다. 애덤이 넣어둔 잡동사니―낡은 유아차, 높은 의자, 아기 의자, 푸톤, 책상, 스키, 스케이트보드, 비치 체어, 티키 토치, 테이블 축구― 때문에 자전거가 간신히 들어간다. 나머지 공간은 애덤의 전 아내가 몰던 빨간 미니밴이 다 차지한다. 그녀는 작년에 하와이로 이사하면서 아이들만 데려가고 그 차를 포함한 모든 걸 두고 갔다.
“좋은 차를 저렇게 방치하네.” 청소하는 여자가 어느 날 거기서 호스를 찾으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올리인데 트리니다드섬에서 왔고, 세탁용 세제 상자 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스쿱 같은 것들을 모아 고국으로 보낸다. 올리는 그 차고만 보면 미치려고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칼턴 스트리트로 가고, 비컨에 이르자 빨간 불에도 계속 달려 곧장 커먼웰스 애비뉴까지 간다. 차들이 천둥처럼 지나간다. 나는 내려서 자전거를 밀며 걸어가고, 점점 늘어나는 학생들과 함께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몇 명이 내 자전거에 감탄한다. 5월에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쓰레기장에서 발견한 낡은 바나나 자전거다. 루크와 함께 그걸 고쳤다. 윤활유를 새로 바른 체인을 감고, 브레이크 케이블을 단단히 죄고, 안장 밑의 녹슨 축대를 흔들흔들 움직여 내 키에 맞게 올렸다. 기어 전환 장치가 가로대에 장착되어 어딘가 비밀 엔진이 있는 듯 원래보다 더 강력한 느낌이다. 높이를 높인 수직 핸들과 긴 격자무늬 시트, 천천히 달릴 때 기댈 수 있는 등받이 바가 합쳐져, 전반적으로 모터사이클 같은 느낌이 나는데, 나는 그것이 좋다. 꼬마 때 내겐 바나나 자전거가 없었고 가장 친한 친구에겐 있어서, 한 번에 며칠씩 자전거를 바꿔 타곤 했다. 여기 보스턴대학교BU 학생들은 바나나 자전거를 타봤으리라 생각하기엔 너무 어린다. 내가 더 이상 가장 어린 축의 어른이 아니라니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이제 서른한 살이고,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신호가 바뀌어 나는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고 커먼웰스 애비뉴의 여섯 개 차선을 가로지른 뒤, 속도를 내서 BU 브리지를 건너고 찰스강의 케임브리지 쪽으로 간다. 가끔은 다리에 이르기도 전에 쓰러질 것 같다. 가끔은 다리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오늘은 괜찮다. 오늘 나는 잘 버틴다. 메모리얼 드라이브의 강가 보도로 내려가서 달린다. 여름이 한창이고, 강은 지쳐 보인다. 강둑을 따라 부글거리는 하얀 거품이 밀려와 갈대에 부딪힌다. 부엌에서 끊임없이 불평하며 긴 하루를 보낸 파코 어머니의 입가에 모이는 하얀 침 같다. 적어도 나는 더 이상 거기 살지 않는다. 애덤의 정원 헛간이 바르셀로나 외곽에 있는 그 아파트보다 훨씬 낫다. 나는 리버 스트리트와 웨스턴 애비뉴에서 길을 건너고, 콘크리트 길을 벗어나 강에 바짝 붙어 이어지는 흙길로 접어든다. 나는 괜찮다. 아직 괜찮다. 기러기를 볼 때까지는.
보행자 전용 다리의 교각 아래 상주하는 기러기는 스물에서 서른 마리쯤 되는데, 목을 돌리거나 부리를 자기 깃털이나 다른 기러기의 깃털, 흙길에 자란 얼마 남지 않은 잔디 뭉치에 박으며 수선을 피운다. 내가 가까이 갈수록 그것들이 내는 소리는 커진다. 끼룩끼룩, 꾸륵꾸륵, 꽥꽥 성난 소리, 그것들은 길에 방해자가 나타나는 것에 익숙해서 내가 지나가도 길을 최소한으로만 비켜주는데, 일부는 내가 페달을 밟고 지나갈 때 내 발목을 무는 시늉을 하고 몇몇은 바큇살 사이에 엉덩이 깃털이 스쳐도 내버려둔다. 공격을 받은 것처럼 빽 소리를 지르며 물속으로 잽싸게 달려가는 것은 오직 신경질적인 기러기뿐이다.
나는 이 기러기들을 사랑한다. 그들을 보면 가슴이 팽팽하게 부푸는 것 같고, 다시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다른 시기도 잘 견뎌냈으니 이번에도 잘 버텨낼 거라고, 내 앞에 놓인 광대하고 위협적인 공백은 단순한 허상일 뿐이고 삶은 내가 그러하리라고 믿는 것보다 더 가볍고 더 즐거운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 감정이 들자마자, 아직 모든 것을 다 잃지는 않았으리란 기대감에 빠지자마자 나는 엄마에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오늘 나는 괜찮고 행복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고, 나도 아직 행복을 느끼는 게 가능한 것 같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엄마도 그게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기분좋은 아침이면 늘 이런 벽에 부딪힌다. 엄마가 나를 걱정할 텐데, 엄마에게 내가 괜찮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러기는 내가 다시 운다고 신경쓰지 않는다. 그들은 익숙하다. 꾸륵꾸륵 꽥꽥 소리로 내가 내는 소리를 덮는다. 누군가가 달려오다가 내가 자기를 못 본 것을 알아차리고 길을 비켜 달린다. 큰 보트하우스 근처로 가면 기러기의 수가 줄어든다. 나는 라즈 앤더슨 브리지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JFK로 들어서고 하버드스퀘어를 향해 언덕길을 오른다.
이렇게 자전거를 타면 마음이 얼마간 정화되고, 그 기분은 보통 몇 시간 지속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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