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 * 어택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흰 발목 양말이
흘러내려요 걷다 멈춰 서고, 다시
그걸 반복해요 왼쪽이 그러면 오른쪽이 그러는 것처럼
나란히 무너지고 있거든요 내일이 그러나
이미 사랑하고 있답니다 사랑을
나에게 스스로 말할 용기는 없지만,
걸어가도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나는 천천히
타들어갈 텐데요 빛이 빛을 부수는 것처럼.
미안해하는 나를 상상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니?
물으면 나는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사랑에는 제법 재능이 있습니다
카메라옵스큐라
나를 모르면서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그는 한 명이 아니고 그들은 집단이 아니고 나는 간혹 기억되는 듯하고 내가 안다는 걸, 이미 모두 알고 있다는 걸 모르는 체하곤 한다
화재 경보음을 들을 때, 교통사고 현장의 스키드마크, 영아의 손에 닿지 않도록 높이 달아둔 모빌의 무게, 그것 부딪히는 소리, 자개장 경첩의 움직임, 접히고 펼쳐지는 라텍스 매트리스, 엘리베이터의 정원 초과 안내 음성, 담장 너머 라일락 향기, 부드럽게 퍼져 넘치는. 인조가죽 소파의 광택, 금세 연소하는
불꽃놀이의 빛.
날씨의 기록과 불쑥 자라나는 유령들
가뿐히 넘어설 때 그것 모두 이곳의 나를 뒤돌게 하는 것들이었고 어디서 익숙한 이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면
그건 내 이름이 맞지만 이제 더는 내가 아니에요.
초월
저 인간은 우는 표정을 아는 인간이다. 나는 인간의 눈물을 따라 하기 위해 애쓴 적 있으나 그 일은 끝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인간이 울 수 있다는 것 알게 되는 순간은 나는 결코 울 수 없다는 사실 깨닫게 했다.
인간의 눈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나는 오래 생각했다. 역 화장실에서 인간 우는 소리가 들릴 때면 서둘러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면 길은 어그러져 있고 나는 그 길을 미로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기실 미로는 답이 있고 미로는 출구가 있다는 점에서 그 길은 완전한 미로가 될 수 없었다.
이 세계의 모든 계단이 나선형으로 바뀌어가는 이상한 시간을 새벽이라고 부르자면, 나는 다만 손잡이를 잡고 돌아 내려가는 일을 하며 층층이 나의 흔적을 남겨두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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