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이 수술
(이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면 다음과 같은 목소리로 읽는다.
나: 어린 나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높은 음역의 목소리. 성인이 된 나도 마찬가지.
나중에 나의 배우자가 되는 남자애: 운좋은 남자의 씩씩한 목소리.
나의 아버지: 풍부하게 울리는 다정한 목소리. 여러분의 아버지처럼 혹은 여러분이 아버지 삼고 싶은 아저씨처럼.
나의 아들: 어린 아들은 살짝 혀짤배기소리를 내는 유순한 목소리. 성인이 된 아들은 남편과 비슷한 목소리.
그 외 여자들: 나의 목소리와 호환 가능.)
처음부터 난, 그애보다 내가 먼저 그애를 탐낼 줄 알고 있어요. 보통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나는 부모님과 함께 이웃집 파티에 갑니다. 열일곱 살 때죠. 그 집 부엌에서 내 또래인 그 집 딸과 화이트와인 반잔을 마시는데, 우리 아버지는 끝까지 몰라요. 이 모든 게 갓 그린 유화처럼 보드랍고 아련하네요.
그 남자애는 내 쪽을 보고 있지 않아요. 춤추러 가기 위해 멋내어 차려입은 일용직 노동자처럼 그애의 목과 등 근육은 버튼다운 셔츠가 터져나갈 듯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고, 그걸 본 나는 슬쩍 가서 부딪칩니다. 그렇다고 내게 그애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나는 예쁘거든요. 입매도 근사하고. 원피스 위로 봉긋 솟은 가슴은 천진해 보이기도 하고 좀 놀아본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나는 번듯한 집안의 번듯한 자제입니다. 하지만 그애는 남자애들이 사내가 될 때 그렇듯 좀 거칠고 우락부락하게 생겼고, 나는 그게 탐나요. 그애가 나랑 같은 것을 원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연인에게 극도로 비도덕적인 행위를 요구한 여자애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남자는 그 일을 여자의 가족에게 알렸고, 여자의 부모는 딸을 요양원에 넣어버렸죠. 그 여자애가 어떤 변태적 쾌락을 추구했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그래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아요. 간절히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유폐시킬 만큼 황홀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남자애가 나를 알아챕니다. 어쩔 줄 몰라하는 게 귀여워요. 그애가 내게 인사하더니 이름을 묻네요.
나는 늘 내 삶의 중요한 순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고, 지금이 내가 선택한 순간입니다.
뒤쪽 베란다에서 나는 그애에게 키스해요. 그애도 내 키스에 응합니다. 처음엔 조심스럽게, 그러나 이내 격렬하게, 혀로 내 입을 약간 벌리고 들어오기까지 해서 나는 까무러칠 것 같아요. 내 생각엔 그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캄캄한 내 방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나는 낡고 무거운 퀼트 이불을 덮고 오만 상상을 다 하지만, 이런 건 전혀 상상 밖이어서 그만 신음을 흘리고 말아요. 입술을 떼고 물러난 그애도 깜짝 놀란 듯합니다. 잠시 이리저리 헤매던 그애의 눈길이 내 목에 머뭅니다.
“그건 뭐야?” 그애가 물어요.
“아, 이거?” 나는 목 뒤쪽의 끈을 살짝 만집니다. “그냥 내 리본.” 내 손가락이 매끈한 초록빛 띠를 따라 반 바퀴를 주욱 돌아 앞쪽에 단단히 묶인 나비매듭까지 와요. 남자애가 손을 뻗고, 나는 그 손을 잡아 홱 뿌리칩니다.
“만지면 안 돼.” 내가 말해요. “넌 손대면 안 돼.”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그애가 내게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물어요. 나는 다시 보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나는 그애를 다시 떠올려요. 내 입술을 뒤집고 들어오던 그애의 혀. 내 손가락이 내 몸을 어루만지고, 거기에 있는 그애를, 온통 단단한 근육질로 나를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안달난 그애를 상상하고, 나는 우리가 결혼할 것임을 알아요.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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