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시간
지척에서 보았던 그 사람 얼굴을 잊고 살았다
고개를 들고 바라본 그 사람 눈동자
고운 입김으로 그 이름 부르기 위해
겨울 산 정상에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새벽하늘은 망설임의 통로를 헤매다
발견한 그 사람의 확대된 눈동자였다
그 사람 이름 속으로 불러보면
소멸한 은하가 다시 태어나
뜨거운 피가 돌고 설렘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눈물이 번지지 않는 혹한의 시간
글썽이며 흩어진 별들의 파편을
그 사람 눈동자로 돌려주기 적당한 시기
수평의 별들이 수직의 별들로 바뀐 시간을
거슬러 그 사람에게 돌아가기 적당한 시기
이 세상에서 살기 불가능한 별들을
그 사람을 닮은 새벽별들을
그 사람의 눈동자에 파종한 적이 있었다
보풀들
대학로 대로변 층고 높은 카페 창쪽
긴 자작나무 합판 의자에 앉은 당신
전공서적에 밑줄 긋고 형광펜 칠하였다
당신이 입은 사선왕골반목 스웨터의 보풀들
알전구 불빛들 눈을 뜨고 창밖 단풍나무 품
주위로 빠져나와 눈송이와 만나고 있었다
줄이 길게 내려온 전등이 무늬목 나이테를
탁자에 쏟아부어 주름을 지웠다
가끔 커피 잔을 감싸 잡는 당신의 손등
파란 실핏줄보다 추운 침묵을 누군가는
온전히 감당하고 있었다 온풍기 바람이
당신의 핑크빛 보풀을 쓰다듬기 위해
오래 머물렀고 버스정류장 눈송이는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마다 북극곰의
축소지향형 발바닥을 덧씌웠다 한자리에
오래 머물면 당신 발자국에서는 발냄새가
날 것 같다고 웃던 당신 얼굴과 목소리 웃음이
전부 전구색으로 변한 카페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내게만 예쁜 사람이 되어 돌아온 당신
나는 당신의 유일한 보풀이 되기도 하였따
당신의 사선왕골반목 스웨터 나머지 보풀들
내 살갗으로 옮겨와 이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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