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두려워 말고 많이 만들자
만들기에 푹 빠진 자매들이여
이 책은 만들기와 공구, 우리 손으로 멋진 것을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시에 여성임을 자각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기술을 배우고,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의 강렬함을 느끼는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는 만들기가 정말 좋다! 하루 종일 만들기를 생각하고 거의 매일같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손에 가시가 돋칠 정도다. 단 몇 시간만에 뚝딱 만들어 “이거 내가 만든 거야”라고 말한다니, 생각할수록 진짜 좋다.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손과 머리와 마음을 갖고 새로운 것을 내놓아 조금이나마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어리든, 나이 들고 현명하든, 모험심이 강하든, 부끄러움이 많든, 수학을 잘하든 못하든, 이웃을 사랑하든, 이웃에게서 벗어나고 싶든,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여러분은 이미 용감한 여성 메이커다. 여성 메이커 모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여러분이 나만큼 만들기를 좋아하던 좋겠다. 아니, 적어도 “그거 내가 만들었어”라고 말할 때의 그 마법 같은 기분을 느껴보면 좋겠다. 이 책을 펼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책을 덮으면서 어제보다 더 강하고 힘이 세진 자신을 느껴보길 바란다.
나는 비영리 프로그램 걸스 개라지Girls Garage의 설립자이자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 청소년들에게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 도구를 마련해주기 위해 2013년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는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 회사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일했다. 수년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기는 일을 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사무치게 그리워져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역 사회,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진짜 프로젝트를 젊은 세대와 함께 진행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디자인과 건축이 세상비록 단지 한 사람의 세상이라 할지라도을 바꿀 수 있다고 언제나 믿어왔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시골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공립 고등학교에서 건축과 만들기를 가르쳤다.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굉장한 것들을 설계하고 만들었다. 약 186제곱미터 규모의 농산물 직판장, 노숙인들을 위한 초소형 주택, 학교 도서관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여성 청소년을 위한 디자인 및 만들기 작업 공간인 걸스 개라지를 처음 열었다. 건설 현장이나 교실, 남녀가 섞여 있는 환경에서 어린 여학생 일부가 여학생끼리 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각도 절단기 사용법을 알면서도 가끔 자기말을 검열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또 가끔은 대놓고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거나 손에서 공구를 빼앗겼다. 일터에서는 날아오르려는 우리의 능력을 제한하려는 사회적 힘과 맞닥뜨리곤 했다. 나는 그런 장벽을 무너뜨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만들기를 즐기는 여성 청소년의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다.
걸스 개라지는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위치한 약 334제곱미터 면적의 밝고 아름다운 작업 공간이다. 다양한 배경의 십 대 여성 청소년들이 모여 어린 메이커로서 대범하고 용감한 일을 한다. 어떤 주는 아홉 살 여자아이와 용접을 하고, 그 아이 언니와 공구함을 만들고, 손수 만든 가구를 지역 여성 센터에 전해주고, 여성 엔지니어 단체를 초대해 팀워크 향상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한다. 우리는 용접하고 나무를 자르고 벽을 만들고 자물쇠를 따고 스크린 인쇄를 하고 스케이드보드에 레이저로 원하는 무늬를 새긴다. 해마다 방과 후와 여름 내내 걸스 개라지의 문으로 걸어 들어온 여성 청소년들은 자기 이름을 벽에 새긴다. 여성 청소년들은 이곳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조차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임을 잘 알고 있다.
걸스 개라지는 네 가지가 특별하다.
1/ 고도로 숙련된 강사, 멘토와 얼굴을 맞대고 경험을 쌓을 때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는 곳은 바로 지역 사회와 가족이다. 우리 강사는 모두 여성이고몇몇 강사의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대단한 경력을 자랑하며, 건축, 목공, 금속공예, 교육, 리더십 분야에서 수십 년간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여성 청소년들은 강사들을 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이런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여성 청소년들은 걸스 개라지에서 성장하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운다.
2/ 걸스 개라지에서 쌓은 경험은 언제나 유대감과 베풂에 뿌리를 둔다. 우리는 팀원을 위해 각목의 반대편 끝을 들어 지탱해주고, 지역 사회에서 공존할 프로젝트를 만든다. 우리는 여러 목소리와 생각을 받아들여 우리 작업을 개선한다. 많은 여성 청소년에게는 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찾도록 옆에 서서 도와주는 나나 우리 강사, 만들기 교실 친구가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여러분 옆에 있어야 할 우리 가운데 한 명을 대신하고 각목의 반대편 끝을 잡아주며 할 수 있다고 북돋워주는 믿을 만한 친구를 대신한다고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함께 작업하면 벽을 넘을 수 있다. 우리는 이웃이나 비영리 단체, 학교에 필요하나 가구, 놀이용 모래 상자, 온실 같은 것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리가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는 우리의 기술을 가지고 지역 사회를 실제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3/ 인종, 가족, 배경, 한계, 두려움에 관한 우리의 이야기와 목소리는 모두 중요하며 존중받는다. 사실 이런 것들 덕에 걸스 개라지에서 만드는 것들이 더 의미 있어진다. 예를 들어 근처의 여성 쉼터에 둘 가구를 만들 때, 우리는 살면서 노숙이나 가정 폭력을 겪은 여성 청소년을 기꺼이 초대해 그 경험을 듣는다. 우리는 어려운 이야기를 할 공간을 마련한다. 여성 청소년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약함을 드러낼 수도 있고, 자신의 정체성, 정신 건강, 인종, 가족, 인간관계에 관해 의문이나 이의를 던질 수도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서로 이런 이야기들을 듣는다. 우리의 이야기는 중요할 뿐 아니라 우리의 작업이 한층 개인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한다.
4/ 걸스 개라지는 주소가 있고, 테두리가 있으며, 세상에 실재하는 공간이다. 나는 늘 건축을 좋아했는데, “이곳이 우리가 공동체로서 함께 일할 공간이다”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 청소년과 성인 여성은 자신만의 공간을 가짐으로써 자립심과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샌드라 시스네로스는 책 『망고 스트리트』에서 공간에 대한 여성의 욕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연립주택은 안 된다. 뒤에 아파트가 있으면 안 된다. 남자 명의의 집은 안 된다. 아빠 집은 안 된다. 온전히 내 소유의 집. 내 현관과 내 베개. 그리고 내 예쁜 보라색 피튜니아가 있어야 한다. 내 책과 내 이야기. 침대 옆에 놓인 내 신발 두 켤레. 신경 써야 할 사람 없이. 누군가의 쓰레기를 줍는 일 없이. 눈만큼 고요한 그런 집. 나만 갈 수 있는 공간. 시 쓰기 전의 종이처럼 깨끗한 곳.
반세기 전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을 변화시키는 촉매제로서의 공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여성은 수백만 년 내내 방 안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벽에 여성의 창조력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 창조력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벽돌과 회반죽을 채워왔으니, 이제 이 창조력을 펜과 붓과 사업과 정치에 활용해야 합니다.
공간은 중요하다. 그리고 걸스 개라지는 우리의 공간이다.
종종 사람들이 묻는다. “왜 걸스 개라지예요? 보이스 개라지도 있어야 하지 않나요?” 나는 그들에게, 물론 만들기는 모든 사람, 특히 어린이에게 강력한 경험을 선사해준다고 말해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어떤 공간은 여성이 접근하는 것을 제한해왔으며, 그러니 내 생각에 ‘보이스 개라지’란 결국 ‘미국의 개라지차고’와 같은 말이다. 우리 여성 청소년과 성인 여성은 우리만의 이런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지금 매우 중요하며, 가까운 미래와 먼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미투’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임을 자각한 순간 우리는 두려우면서도 가슴이 뛴다. 여성, 소수자 여성으로서, 우리는 안전하고 평등하다고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움켜쥐고 있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우리는 소중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성은 과학, 기술, 컴퓨터 과학, 공학, 수학, 건축, 건축업 및 관련 분야에서 그 수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흥미’ 탓으로 돌리며, “여자애들은 그저 흥미가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흥미’가 훨씬 복잡한 요소의 영향을 받으며, ‘흥미 부족’이 실제로는 ‘따뜻하게 환영해주지 않’거나 노골적인 억압과 차별의 결과임을 알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성인 여성과 여성 청소년이 공공연하게나 은밀하게나 환영받지 못하는데 어째서 우리는 이러한 통계를 보고 충격을 받는 걸까? 또 주목할 점은 걸스 개라지가 문을 연 첫날부터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것이다. 나는 여성 청소년이 이 분야에 흥미가 없다는 생각에 단연코 반대한다.
나는 진심으로 이 분야로 들어오고 싶어 하는 아주 많은 여자아이들과 함께 애써왔다. 용접기와 전동 공구를 들고 늘 질문이 끊이지 않는 그 아이들이 굶주려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여성 청소년들은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싶어 하고, 기술과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책이 모든 여성 청소년들의 바람을 이루어질 더 많은 수단을 제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여성 청소년’이나 ‘여자아이’, ‘소녀,’ ‘걸’이라는 단어 사용의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실제로 이 단어의 사용에 아주 민감하다. ‘여자아이’란 남자아이 아니면 여자아이라는 이분법을 암시한다. 그러나 여자아이라는 단어는 ‘여자아이처럼 공을 던진다’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할 수도 있다. 나는 이 책이 자신을 여자아이로 인식하는 사람, 젠더 스펙트럼에서 여성에 가까운 사람뿐 아니라 여성도 남성도 아닌 논바이너리non-binary와 자신을 여성이나 남성으로 정의하지 않는 비관행적 젠더gender non-confirming의 청년들의 공감도 이끌어내기를 바란다. ‘여자아이’라는 단어가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서술로 읽히게 하자. 여자아이들은 놀라운 존재이며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자 형제와 아버지, 친구 들이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 책을 읽는 여자아이들을 응원해주기를 바란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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