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한때 우리의 모든 울상이었던
너에게
기립하는 자신과 직면하게 될 무렵을 선물할게
아직은 작은 무게뿐이지만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형용사를
너의 죽을 것 같은 기분 앞에다 둘게
내일보다 조금 더 앞쪽에
괄호를 열고
문어체에 가까운 몸짓으로 채워 넣을 때
구석진 곳으로
구석들을 몰아세우며
누군가이고 싶은 우리는
너의 호명과 동시에 거의 주저앉을게
머리끝까지 쌓아 올린 인간의 형태까지
와르르 무너질 것처럼
흔들리는 밤하늘과
밑바닥보다 조금 더 밑에서 바라본
너의 본모습을 기대할게
이인칭에서 한 발짝 올라선 네가
다시 너일 수 있기를
인간적이거나 비인간적인 너에게
단지 누구누구일 뿐인
우리에게
우리는 세상이 끝난 줄도 모르는 채
졸린 눈을 비비다가
아는 얼굴들 사이에 몰래 숨어든
너의 악마를 찾아낼게
너에게 쉽게 오지 않는 어느 여름이 될게
철학자
얕은 얼굴 속에서 잠영하고 있는 내면에게
다른 누구도 아닌 누구에게
인간 이전의 언어로
모르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머리 밖에서
우두커니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생각과
생각보다 비좁은 이름에게
발 디딜 곳 없는
이야기에게
빛줄기를 딱 잘라 말하기 위해
혀끝을 벼리고 있다면
나는 몸이기를 그만둔 몸짓을 추슬러
잠 속에 밀어 넣으며
개켜지지 않는
너를 향한 마음을
나는 푸른색의 무게를 재기 위해
수없는 새벽을 매달아야 하고
그러나
슬픔이라는 어떤 장소는
며칠 후의 날씨쯤이거나
먼눈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같아서
헤쳐 나갈수록
사방으로 뒷걸음질 치는
경험은
사람이라는 현상에 무뎌지는 일
착시처럼
난데없이 서로를 마주치는 일이라면
이 모든 잠꼬대에게
영원히 되풀이되는 불면을 기다릴게
나는 내일까지 몰락하고 있을게
(본문 중 일부)
#문학나눔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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