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의 돌
아라비아에 달나라의 돌이 있다
그 돌 속에 하얀 점이 있어
달이 커지면 점이 커지고
달이 줄어들면 점이 줄어든다*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사물마다 숨어 있는 달을
꺼낼 수 있을 텐데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 보러 간 날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雪〕이
어느새 꽃이 되어 떨어져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마음속에 있는 샘의 돌
그 돌 속 하얀 점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안
나는 늪가에서 초승달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믐달로 바뀌어간다
*플리니우스의 말이라고 함.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달빛 속을 걷다』(조애리 옮김, 민음사 2018) 참조.
봄비 지나간 뒤
봄비는
간질이는 손가락을 갖고 있나?
대지가 풋사랑에 빠진 것 같다
꽃보다 먼저 물방울이
나무의 몸을 열고 있다
물방울마다 가득
무지개가 돌고 있다
공원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속에 방울방울 떠다닌다
빛이 비스듬히 내리는데
새끼 고양이들이
대추나무에 올라가 장난을 치네
아파트에 혼자 사는 노인이
대추를 따려고
바지랑대를 들고 서 있네
쪼글쪼글해진 붉은 햇살이
새끼 고양이 앞발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네
나뭇가지 사이로
바지랑대를 올리면
새끼 고양이들이 발로 밀어내고
빨래를 걷듯이 노인은
바지랑대로 하늘만 재고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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