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일요일
― 곡두 1
낮에는 도끼와 톱을 봤고
밤에는 꿩과 토끼를 봤다.
시에다 씨발을 쓰지 않을 것이고
눈에다 졸라를 쓰지 않을 것이다.
하루 종일 눈 내렸다.
‘머리’로 가 붙을 수 있는 대목은 다
덮이었다.
더도 덮일 것이다.
쑥차 마시면서
쑥대머리 들었다.
사발이 떴어
― 곡두 2
일곱 살 때 집 마당에서 키우던 개의 목덜미를 쓸고 있는데 난데없이 옆집 기승이 아줌마네 집 안방에서 흰 사발이 뒤집혀 허공중에 뜨는 것을 보았지. 국 먹을 때 흰 사발을 내려다만 보았지, 뒤집힌 흰 사발을 올려다보기는 처음이라 내 머리 어디쯤 젖지 않게 그 흰 사발을 우산으로 쓰자면 쓸 수도 있겠구나 목을 뒤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눈이, 희지도 않게 뿌옇게 쏟아지는 함박눈이 너무 더러워서 내 입은 차마 못 벌리겠고 눈을 떠서 눈이나 피하는데 연탄집게로 연탄 대신 쥐를 집어갖고 광에서 나오는 엄마에게 사발이야 사발이 떴어 사발 맞다니까, 사발 타령이나 하는데 그 낮에 기승이 아줌마 혼자 떡국 한 그릇 자시고 주무시다 주무시던 그대로 상여 타고 나갔다는 거지. 그 상여 꽃상여 되게 예뻤는데 상여 나갈 때 광목으로 된 어깨끈이 느슨해지면 추어올리던 아빠의 폼이 꼭 코 훌쩍대로 아이 같았는데 여직도 침대 매트리스 고를 때마다 그 상여의 두께가 이만큼이었나 저만큼이었나 재게 된다는 거 뭐 내가 가늠하는 깊은 수면의 질은 언제나 속곳 그 속속곳인데 상여 같은 침대면 수면제 없이도 술 없이도 잠이려나. 돈이겠지. 개뿔 돈일 거야, 아마 혼자 드신 점심상이었으니 고명은 안 해 올렸을 거야. 깨끗했거든 흰 사발. 불어 흰 사발에 붙은 떡은 잘 떨어지지도 않으니 누가 알겠어, 그 흰 사발의 속사정. 근데 그 흰 사발에 목숨 수(壽) 자 같은 거 퍼런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을까. 그랬을까. 그날로부터 20년도 더 지나 한국은행 취직해서 배 한 상자 들고 집에 인사 온 기승이 오빠에게 아무리 물어도 흰 사발은 뉘 집 사발이냐 하는 표정으로 얘 왜 이래요 어머니 하고 우리 엄마나 쳐다보는데 요즘 얘가 사발 모으잖니 요즘 얘 사발에 미쳤잖니, 엄마는 왜 사발도 모르면서 사발 안다는 뉘앙스를 풍기냔 말이지. 포인트는 사발이 아니고 상여고 소창인데 두 필 사서 그 한 필은 황현산 선생님 1주기 추모식 때 밟고들 들어오시라고 2층에서 입구까지 층층 나무 계단 물 흘리듯 깔았고 남은 한 필은 옷장 속에 넣어두기만 한 참인데 결혼한답시고 함 띠로 두를 것도 아니고 애 있어 기저귀 오릴 것도 아니고 행주로나 들들 박아야지 하는데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게 사람이니까 그치 그 흰 사발, 리틀엔젤스예술단 어린이합창단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캐럴 부를 때 쓰던 모자 같은 그 흰 사발, 뒤집혀 있어서 뒤집혀 있음으로 이날 입때껏 살아 있나 그거 뒤집을 작심에 그거 뒤집어 떡국 담아 먹을 욕심에 사들인 흰 사발이 얼마 전 부엌 찬장 세 칸을 넘겼다는 얘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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