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문화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
머리말
모든 사회는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원하는 자원들을 얼마만큼 이용할 수 있는지 그 몫을 결정하는 원칙들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드문 경우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람이 적으면 이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이 저마다 더 많이 갖고자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누가 얼마를 차지할지 정해주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 전통사회에서 물건을 분배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은 서로 공유하거나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런 원칙들은 지금도 여전히 인정받고 준수되고 있다.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또는 다른 사람이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졌다면 자원들을 아낌없이 남에게 주었다. 선물교환이나 호혜경제 체제에서 사람들은 앞으로 언젠가 대가를 돌려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물건을 주거나 일을 도왔다. 이론적으로는 자원을 분배하는 주요 수단으로 공유와 선물교환의 원칙들을 이용해 대규모 사회를 구성하는 것도 꽤 가능성 있는 일이다(Graeber, 2001 참조).
부를 분배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공물이나 세금이 있다. 이 경우 상품이나 서비스는 농작물, 가축, 공예, 직물이나 화폐의 형태로 중앙의 권력자(예컨대 족장, 군주, 왕 또는 국가)에게 바쳐지거나 지급된다. 그러면 중앙의 권력자는 자기에게 필요한 비용을 빼고 나머지는 사회에 재분배한다. 이를테면 우리가 정부에 내는 세금은 국고로 들어가 정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그리고 나머지는 원칙적으로 교육, 복지, 보건, 사회기반시설(도로, 수도, 쓰레기 처리 등)과 국방 재정으로 재분배된다.
부를 분배하는 마지막 방법으로 시장이 있다. 시장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다. 오랜 세월 동안 상인과 장인, 농민들은 시장에 자기 물건을 가져와서 다른 사람의 물건과 바꾸거나 돈을 받고 팔았다. 실제로 수천 년 전 모든 마을과 도시에는 사람들이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거나 거래할 수 있는 장터나 시장체계가 있었다. 오늘날은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시장’이라 말하면 그것은 어떤 특정한 장소를 지칭하기보다는 부의 분배 원칙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서로 돈을 주고받으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과거와 다름없지만 말이다.
원칙적으로 사람들은 수요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만을 제공할 것이고 대개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이룰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했다. 자애로운 하느님이 다스리는 우주는 인간의 행복을 극대화시키는 이상세계로서 각자 자기 목표를 추구하는 개인들은 사회 전체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따라서 각 개인은 돈과 부를 추구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공급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스미스는 시장에 대해 모든 사람을 위해 부를 끊임없이 창출하는 이상세계라고 보았다.
그러나 스미스가 예견한 대로 시장이 움직이려면 특정한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했는데 그 가운데 세 가지는 꼭 필요한 조건이었다. 첫째,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했다. 돈이 없다면 누구도 시장에 내놓을 어떤 상품도 생산하지 못하고,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하는 사람들은 서로 경쟁할 수밖에 없었다. 생산자들은 경쟁 때문에 구매자들에게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를 경매로 넘겨야 했다. 구매자들은 품질이 좋고 효율적인 상품을 고를 줄 알기 때문에 생산자들은 끊임없이 품질이 좋으면서도 가격이 가장 싼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공급해야 했다. 셋째, 계약을 집행하고 합법성을 증명하고 사람들에게 가용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모두 국가가 해야 할 일이었다.
시장이 상품과 서비스를 분배하는 수단으로서 매우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돌아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스미스가 제시한 조건들은 실제로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대다수 사회는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만이 공급할 수 있는 것(예컨대 사치품과 같은 필수용품이 아닌 것들)과 모든 사람이 돈이 있든 없든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교육에 대해 민주사회가 돌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따라서 적어도 어느 정도는 모든 사람이 받아야만 하는 (실제로 정말 필요한) 서비스로 생각한다. 식품, 물, 주택, 보건의료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시장 밖에서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시장에 맡길 수 있는 것과 맡길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국민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은 시장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맡겨야 하는 것과 시장 밖에서 공급되어야 하는 것을 결정하는 문제 말고도 경제학자들이 흔히 시장 외부효과라고 하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시장이 움직여서 나온 특정한 결과다. 일부는 긍정적이지만 대개는 부정적이다. 예컨대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돌아가는 시장은 사람들이 바라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자연자원을 개발하면 할수록 환경에 점점 더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불평등한 부의 분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이 없어 먹을 것도 사지 못하고 결국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는 것이 바로 시장 외부효과다.
시장에서 분배되어야 하는 것과 돈이 있든 없든 모두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해 사회마다 기준이 다른 것처럼 생산자, 제조업자, 기업들이 자신들의 비용을 외부에 전가할 수 있는 정도도 사회마다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오랫동안 담배회사들은 흡연자의 건강에 끼친 해악에 대해 비용을 전혀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그 비용은 오히려 외부에 전가되어 의료비 형태로 담배를 사는 고객들이나 일반인들이 대신 지불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장들은 다양한 시장 외부효과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먼저 우리는 두 가지 문화현상과 그것들의 생성과 작용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봄으로써 시장 외부효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시장 외부효과에 대한 기본 개념: 폴라니의 역설
칼 폴라니는 산업혁명에 대해 쓴 고전적인 명저 『거대한 전환』에서 ‘폴라니의 역설’, 즉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과 자연이 사라지지” 않고서 어떻게 그 상태에서 시장이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다(19세기 영국 중심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시장을 사회와 독립된 자율적인 자기조정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외부요소의 영향을 배제했다. 하지만 폴라니는 이러한 자기조정 시장체제가 강화될수록 한갓 상품으로 전락한 인간과 자연은 점점 파괴의 길로 접어들게 되고, 그럴 경우 인간과 자연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체제는 오히려 와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자기조정 시장체제의 와해를 막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가와 같은 사회적 외부요소의 시장 개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바로 폴라니의 역설이다. 폴라니는 이것이 결국 20세기 전반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혁명, 파시즘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아래에 나오는 시장 외부효과와 관련된 설명은 바로 이러한 폴라니의 역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들로서 현재의 시장자유주의 경제체제가 사실은 국가의 계획에 의해 노동력 착취와 환경파괴 비용을 시장 밖으로 전가시킴으로써 유지되고 있음을 밝힌다―옮긴이).
이 역설은 존 C. 라이언과 앨런 테인 더닝(1997)이 공동 저술한 뛰어난 역작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Stuff: The Secret Lives of Everyday Things』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그들은 북아메리카에 사는 어느 평범한 사람에게 커피 한 잔과 신문, 티셔츠, 신발, 자동차,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한 잔과 같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제공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예컨대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콜롬비아의 한 작은 농장에서 재배하는 커피나무에서 채취한 커피 열매 100알 정도가 필요하다. 목장주들은 대개 소들을 방목할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산허리를 개간하는데 그중에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구역에는 가난한 농민들이 커피나무와 과일나무를 심는다. 1980년대 이전까지 콜롬비아의 숲은 커피나무들이 별로 없는 울창한 삼림이었고 수많은 새와 야생동물이 그곳에 서식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그런 나무들은 다 잘려나갔고 농민들은 거기에 생산성이 높은 다양한 커피나무를 심었다. 그 과정에서 토양침식은 점점 커지고 서식하던 새들은 차츰 사라졌다. 새를 비롯해 곤충을 잡아먹는 천적들이 사라지면서 해충이 기승을 부리자 살충제를 뿌리는 횟수도 점점 늘어났다. 이때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만을 입고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살충제를 뿌리는 동안 숨을 쉬면서 그 잔류물을 폐로 흡입할 수밖에 없었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무역량이 가장 많은 2차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 커피 노동자들은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일당을 받는 빈민층에 속한다. 그들은 우리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커피 열매를 따서 손으로 직접 디젤 엔진으로 돌리는 분쇄기에 넣고 과육은 골라내어 강물에 버린다. 그렇게 해서 남은 커피 알갱이는(원두 1킬로그램에 과육 2킬로그램이 나온다) 햇볕에 말린 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광산에서 채굴된 철광석은 대한민국 제철공장을 거쳐 일본에서 건조되고 베네수엘라산 석유로 구동되는 화물선에 실려 뉴올리언스로 간다.
뉴올리언스에 도착한 커피 알갱이는 텍사스산 천연가스로 400도까지 가열된 오븐 안에서 13분 동안 볶는다. 그렇게 볶아진 커피 원두는 폴리에틸렌과 나일론, 알루미늄 포일, 폴리에스터로 만든 봉지로 포장되어 바퀴가 열여덟 개 달린 트럭에 실려 휘발유 약 4리터에 10킬로미터를 달려 전국 각지의 창고로 보내지고, 거기서 다시 소형 트럭을 이용해 각지의 식료품점으로 배송된다. 우리는 동네 식료품점에서 그 커피를 사서 오리건 주의 제지공장에서 만든 누런 대형 종이봉투에 담아 자동차에 싣고 휘발유 0.8리터를 써서 집으로 가져온다. 집에 와서는 뉴저지 주에서 만든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원두를 한 숟가락 떠서 알루미늄, 구리, 플라스틱 부품들로 구성된 중국산 그라인더에 넣는다. 원두 빻은 것을 표백되지 않은 여과지에 붓고 플라스틱과 강철 재질의 드립식 커피제조기 안에 넣는다. 그런 다음 수돗물 정수처리장에서 수도관을 통해 온 물을 그 위에 붓고 자기가 사는 지역의 가스나 석탄, 석유, 원자력 발전 시설을 통해 얻은 전기로 약 200도까지 가열한다. 커피가 다 끓고 나면 타이완산 커피잔에 커피를 따르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설탕을 넣어 마신다. 그 사탕수수가 자란 밭은 오키초비 호의 남쪽에 있는데 한때 억새풀이 자라던 습지였으나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곳에 살던 야생동물의 75~95퍼센트가 터전을 잃었다.
이것은 물론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과 관련해 아주 일부에 해당하는 사연이다. 그러나 그것이 커피 한 잔에 감춰진 커피의 비밀스러운 일생 또는 일대기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Kopytoff, 1988).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에게 커피와 관련해 경제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두 500그램에 10달러, 커피 한 잔에 2달러와 같은 커피의 시장가격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시장가격에 커피의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나 커피노동자들의 건강과 열악한 삶, 커피 생산용 용수와 수자원 고갈과 같은 시장 외부효과의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외부에 전가된 커피 생산원가를 의미하며 따라서 커피와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이나 미래 세대에게 그 비용이 전가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외부효과 비용은 대개 물건가격에 반영되지 않으며 따라서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경제가 외부효과 비용을 제대로 지불했다면 지금처럼 기능할 수 없었을 것이다(Wallerstein, 1997 참조). 〔표 II-1〕은 시장요소들, 즉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판매, 유통, 폐기와 관련된 것들이 어떻게 시장 외부효과로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우리는 월마트의 사례를 통해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폴라니의 역설을 이해하고자 한다. 월마트가 추구하는 명확한 목표는 모든 물건을 가장 싸게 파는 것이다. 월마트에는 심지어 한 해가 지나고 다음 해까지 변동이 없는 상품들은 더 싸게 판다는 정책이 있다. 따라서 이 공식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특히 잘 먹혀들었다. 2009년 1월 31일 현재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 891곳의 할인매장과 2,612곳의 교외 대형 쇼핑센터, 153곳의 재래시장, 602곳의 회원제 양판점 샘스클럽을 운영했다. 월마트는 세계에서 가장 매출액이 높은 회사다(2009년 매출액 3,780억 달러). 미국에서는 가장 큰 식품점이자 장난감과 가구 소매점이다. 오늘날 멕시코에 있는 가장 큰 민간 기업이기도 하다. 경제학자들은 월마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지 않고 1990년대 하반기 경제 생산성을 12퍼센트 상승시킨 주역이라고 믿는다. 또한 월마트 추종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게 해준다고 믿는다. 투자분석가들은 예컨대 월마트가 진입한 시장에서는 식료품가격이 평균 10~15퍼센트 하락한다고 말한다(Fishman, 2003 참조).
월마트는 전 세계 2만 1,000명에 달하는 공급자들에게 경영을 효율화하고 저비용으로, 즉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해 물건을 싸게 생산하도록 압력을 넣어 상품가격을 낮춘다. 오늘날 월마트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처럼 행동하고 있다. 전 노동부장관 로버트 B. 라이시는 “뛰어난 가치가 최고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사회에서 월마트는 논리적 종결점이며 경제의 미래다”라고 했다(Loh, 2003).
그러나 월마트 상품에 붙은 소매가격은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바로 여기가 폴라니의 역설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커피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상품에는 직접 경비(소매가격) 말고도 외부에 전가된 비용이 있다. 월마트는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상점에 물건을 제공하는 회사들에 생산비용과 노동비용을 줄이도록 강요한다. 이것은 미국에 있는 수백 개 공장의 문을 닫게 하고 수천 명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생산업체들이 노동비용을 낮추기 위해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월마트에 제품의 절반을 공급하는 의류 제조업체에 면사와 마감재를 공급하는 캐롤라이나 밀스는 자기네 고객사들이 월마트가 수입한 의류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어 공장 열일곱 군데 가운데 열 곳의 문을 닫고 종업원도 2,600명에서 1,200명으로 줄여야 했다. 어떤 경우에는 월마트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는 회사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후버는 지난 100년 동안 미국에서 진공청소기로 수위를 달리는 업체였다. 그런데 최근 후버의 매출은 20퍼센트 하락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더 싼 모델을 월마트에서 출시했기 때문이다. 후버의 모회사인 메이텍은 오하이오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보험과 기타 복지비용의 삭감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생산시설을 멕시코의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있는 자유무역지대 마킬라도라로 이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Fishman, 2003).
월마트는 중국 전체 수출의 12퍼센트를 수입하는데 임금이 매우 낮은 중국에 대해서도 경영을 더 ‘효율화’할 것을 요구한다. 중국의 샤징沙井에 있는 칭하이전기는 해마다 수백만 대의 선풍기를 세계 유명상표들을 붙여 판다. 자체 상표도 두 종류가 있다.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한 달에 32달러를 받는데 중국의 최저 월급인 56달러보다 40퍼센트나 낮다. 1990년대 말, 월마트는 선풍기 가격을 더 낮출 것을 요구했고 거의 7달러에서 4달러까지 선풍기 가격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 칭하이전기는 공장노동자의 절반을 해고했지만 생산량은 전과 다름없었다. 그 결과,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하루에 14시간씩 일해야 한다(Fishman, 2003).
일자리 감소, 저임금, 환경법이 없거나 적용되지 않는 지역의 환경파괴, 과로와 박봉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의료비용은 상품에 붙은 소매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상품의 소매가격이 내려갈수록 외부로 전가되는 비용은 더 올라간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방적사 제조사인 캐롤라이나 밀스의 사장 스티브 도빈스는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우리는 맑은 공기와 물, 좋은 생활환경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좋은 의료혜택을 바라죠. 그러나 그런 조건을 다 만족시키고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선 제값을 주고 사는 것에 주저합니다.”(Fishman, 2003)
따라서 누구나 바라는 경제 목표인 가장 싼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환경과 사회자본을 소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월마트 같은 기업들이 성공을 거듭하면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는 반면 민주 국가의 일반 시민들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더 약화된다. 예컨대 2008년 월마트는 자사에 우호적인 연방의원 후보자들에게 300만 달러가 넘는 정치후원금을 지원했다. 그 가운데 54퍼센트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갔고 나머지 46퍼센트가 민주당 후보들에게 갔다(Open Secrets, 연도 불명). 기업이 지원하는 정치후원금은 곧바로 의회에 대한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바뀌어 일반 유권자들인 국민을 위한 입법 의제가 기업을 위한 입법 의제, 즉 시장 외부효과를 증폭시키는 규정과 법률로 대체된다. 이런 의제들은 이따금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명백히 똑같지는 않다.
다음 장에서 살펴볼 많은 문제, 즉 가난, 기아, 질병, 환경파괴, 인종갈등은 적어도 부분적이나마 우리가 갈망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구성하는 시장 외부효과다. 이것은 비교적 명백한 사실이다. 월마트가 자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에 임금을 깎고 건강보험을 줄이거나 없애고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월마트는 악명 높은 반노조 기업이다) 환경규제와 노동자 보호규제가 거의 없는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또한 월마트가 지구의 정반대편에서 상품을 수송해옴으로써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며 지역의 상점들이 월마트와 경쟁해서 망하지 않으려면 임금을 깎거나 종업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더는 비밀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시장 외부효과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는 왜일까?
앞서 말했듯이 자본주의 문화가 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는 사회 구성원들이 시장의 부정적 결과를 보지 못하게 가리거나 그들 스스로 그런 부정적 결과를 외면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들은 자기 제품들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자신들과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쓴다. 그들은 기업 광고와 홍보를 통해 상품의 일생에 숨겨진 ‘오점’을 감추려고 애쓴다. 그들은 일반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들을 통제하거나 국민의 비판을 가로막는 입법 로비나 법적 조치를 통해 상품 생산과 유통과정이 수반하는 악영향들을 감춘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대개 시장 외부효과의 부정적인 측면들을 숨기는 구실을 한다. 우리는 ‘기아’를 ‘영양실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그것은 문제의 근원이 피해자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목숨을 내건 폭동, 대학살, 인종청소 등은 모두 ‘오래된 증오’ 탓으로 돌린다. 그 배후에 숨겨진 경제적 요소에 대해서는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일부러 무시한다. 또한 ‘환경주의자’는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일반 국민이 아니라 ‘특수 이익집단’으로 매도된다. 우리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들이 시장의 활동과는 상관없는 것인 양 설명하는 이데올로기를 여러 방식으로 개발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우리가 끊임없는 경제성장을 갈망한 대가로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자의든 타의든 사람들이 그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이 동원되었는지 살펴볼 것이다. 먼저 세계의 문제들을 가장 일반적으로 설명하는 인구증가문제에서 논의를 시작해보자.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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