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구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언론에서 지구의 미래를 바꿀 현상들을 다루지 않는 날이 단 하루도 없을 정도다. 다뤄지는 현상들을 살펴보면 그 영향이 단기간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사건들이다. 에너지, 환경, 식량, 이민 등 미래는 우리에게 문제를 내고 우리가 그 답을 찾기 바란다. 지구 환경이 파괴되리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지만 인류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미래를 바꿀 변화 앞에 무방비 상태다. 미래가 던지는 도전 앞에 속수무책인 인류는 모든 걸‘운명’에만 맡기려 한다. 과잉인구, 기아, 전쟁, 자원 고갈……. 인류는 미리 조심하기보다는 운명론에 끌려다니고, 예방에 신경 쓰기보다는 요란한 기우에 흔들리며 우후죽순처럼 고개를 드는 체념론에 빠지고 만다.
지구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으라고 우리를 종용하고 있다. 인적 개발, 온실효과, 자원 경영, 생물종 보호 등,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인류가 행동에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인류는 최악의 미래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취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관점이다. 미래를 무작정 예견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인 중요한 변화들을 이해하고, 현재의 지식으로 미래를 밝히고, 모든 사람을 토론과 행동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공상적인 이상주의에 빠지려는 것도 아니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복잡한 모습을 숨기려는 것도 아니다. 미래가 빚어지고 있는 곳을 감지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책은 보수주의와의 타협을 거부하며‘기성 사고’와 선입관을 배제한다. 다학제적 접근과 교육적 목적을 추구하는 이 책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세계의 주요 흐름과 제약, 그리고 혁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류에게는 아직 운신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가정 아래 변화의 장소와 요소, 그리고 변화의 주체를 규명하고자 한다.
필자가 이 책을 써내려가면서 경험했듯이, 독자들도 세계 인구증가와 소득 증가가 소비를 가중시킨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을 것이다. 재화와 식량생산이 증가하면 할수록 생물권(물, 토양, 생물다양성 등)이 피폐해지고 재생 불가능한 자원(광물, 화석연료 등)이 고갈된다. 동식물 멸종, 지구온난화, 자원 및 식량 고갈, 자연 파괴뿐만 아니라 자연재해 증가, 물 부족, 환경 파괴로 인한 대이동 등의 문제를 겪게 될 것이다. 물질적 개발이 지속적으로 가속화되면 인류는 지구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지구는 유한성을 드러낼 것이고, 인류는 그런 지구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이 절실하게 와 닿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법은 없다. 위험 요소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미래는 잡아야 할 기회다.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어쩌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를 변화를 꾀해야 한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지구 멸망이 아니라 문명의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 태동이 경제 위기와 환경 위기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더 나은 미래를 낳기 위해서는 인류의 양심, 인본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합쳐져야 한다.《 2033년 미래의 세계사》가 추구하는 것도 바로 그런 포부다.
미래는 짐작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식이란 많은 과학자들이 교류하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이 책이 담고 있는 분석에도 도움을 준 그들의 연구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의식은 의심할 줄 아는 능력을 일컫기도 한다. 손쉬운 생각이나 더 믿고 싶은 생각을 벗어던질 줄 아는 능력,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아닌 실재를 볼 줄 아는 능력, 진짜 문제에 답을 내놓을 줄 아는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과잉인
구 현상을 겪고 있는 지구 문제는 좋은 예다. 맬서스 인구론의 영향을 받아 지구의 문제들을 그럴듯하게 해놓은 설명은 수(數)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정작 환경파괴와 자원 고갈 문제가 인구보다는 지나친 경제성장 모델에 기인한다는 현실을 가리고 만다. 의식이 깨는 데 힘든 또 한 가지 이유는 점점 복잡해지는 세계다. 모든 것을 복잡한
것으로만 몰아가고, 그와 함께 학문의 세분화가 갖는 제한 때문에 시야는 어두워지고 행동은 누그러진다. 그러나 복잡한 세계를 다양한 관계로 접근해보면 오히려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진다. 이렇듯 깨어 있는 의식은 행동을 부른다. 피해를 당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시화되었다고 말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 시간이 남아 있겠지, 기술적으로 대안이 있겠지 하는 잘못된 생각을 확산한다. 경제성장의 수혜자들은 자원 전쟁이 낳은 분쟁, 곡물 투기로 인한 식량 부족, 쓰레기 발생으로 초래된 건강 문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피로가 쌓인 지구의 신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가 일어날 지구 반대편에 이르러서야 느껴지듯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루이지애나에 허리케인이 불고, 프랑스 해안 지방이 바닷물에 침수되어도, 사람들은 날씨 탓이나 하고, 소방차나 부르고, 그런 사태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정치인들을 책임자라고 몰아붙이기나 한다. 인류는 기존의 발전 모델에 대한 진단을 전문가에게 맡기기를 완고히 거부하고 성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자연재해가 닥쳐도 댐 하나 더 지으면 된다, 신기술을 개발하면 된다는 식으로만 대응하고 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인류는 후손에게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이뤄야 하는 부담을 떠안기고 있다. 또 어쩌면 때를 놓쳐 변화를 도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의식이 있다면 댐 하나 가지고 여러 기후 현상의 효과를 장기간 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세계의 미래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래는 인류에게 인본주의와 재회해서 지식과 도덕, 윤리로 인간의 조건을 향상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그렇게 본다면 나의 미래를 우리 모두의 미래와 결부시키는 지구온난화나 이민 문제 등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라는 훌륭한 초대가 될 수도 있다. 개발도상국(개도국)은 빈곤에서 벗어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경제성장의 가속화를 요구하는 그들은 결국 자국민이 최초의 희생양이 될 생태권 파괴와 기후변화를 증폭시킨다. 그렇다면 기존의 성장 모델을 유지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진다. 아직도 성장의 염원은 계속되고 있지만 인류 공동의 운명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기존의 모델과 결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미래는 인간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성장이 후퇴하거나 종말이 다가온 것은 아니다. 부활과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때이다. 문명의 혁명, 세계 경제의 탈바꿈,‘ 행복’과 ‘돈’의 관계를 단절할 때가 온 것이다. 비난하거나 참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시급한 때이다. 젊은 세대에게 미래에 대한 열린 비전, 참여를 유도하는 비전을 제시해서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줄 때이다.
똑같은 열망을 가진《2033년 미래의 세계사》는 현재를 탐험해서 미래의 징후들을 찾아낼 것을 제안한다. 변화 속에서 가까운 미래의 흔적들을 찾아내자. 이 책은 전망을 내놓기보다는 우리가 가던 길을 바꾸지 않음으로써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들을 부각시키고 대세를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남아 있는 선택들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험적 방법론에 바탕을 두었기에 현재 감지되는 움직임의 예상 가능한 변화를 점치는 것은 거부한다. 다만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고하므로 그에 따른 제한도 따름을 독자 여러분이 기억해주기 바란다. 우선, 이 책이 다루는 문제들이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이 변수들은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매기고 미래에 투영시켜 그 영향을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정보의 수집과 처리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물론 사용된 데이터의 신뢰도가 정보의 중요성을 좌우한다. 데이터는 과학계, 학계, 국제연합(UN) 등에서 취했지만 그 데이터의 질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국가와 데이터를 취합하는 데 사용한 시스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때에 따라 일부 부족한 데이터도 있음을 여기에서 밝혀둔다.
그다음 단계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전망 분석의 근거가 될 시나리오를 만드는 일이다. 시나리오 구축은 15, 20, 25년까지 내다본 전망들을 선별하고 결합하는 작업이다. 그 정도 기간에 대한 전망이 인구 분야에서는 상당히 신뢰도가 높지만 경제나 에너지 분야에서는 신뢰도가 들쭉날쭉하다. 관찰된 현상이 워낙 복잡하고 그 변화를 결정하는 요소도 아주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간의 흐름에 영향을 받거나 아예 극단적인 가정들이 나오게 된다. 이 책에서는 중위 예측만을 취했음을 밝혀둔다. 그런데 중위 예측이 다른 전망에 비해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짚고 넘어가자. 전망에 영향을 주는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가정들이 미래에 대한 다른 전망들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 책에서 다룬 주제들도 미래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낸 것은 아니다. 영화의 발췌 장면처럼 전체를 보도록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곳곳에 소개된 시나리오와 픽션은 미래를 스케치하고 있다. 그것을 완성할 사람은 바로 독자 여러분이리라.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하여 진행했던 연구가 아무리 철저했다 하더라도 역사적 단절의 가능성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미래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미래를 빚어내고 인류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인간이 갖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비르지니 레송
1 마루와 골
대전환
침묵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변화.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세계 질서를 뒤흔들어놓는 혁명. 인구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 인구는 1910년에 비해 네 배나 증가했다. 인구변화는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모태이며 우리 후손에게 필요한 공간과 자원을 결정할 변화의 그릇이다.
인구변화의 불확실성
인구 전망에는 세 가지 주요 변수가 필요하다. 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자 수), 사망률(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 그리고 기대수명이다. 발표되는 인구 시나리오가 저마다 다른 것은 적용한 출생률 수치가 달라서다. 인구통계는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출생률이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수천만에서 수억 명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출생률이 현재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300년 유럽과 미국의 인구는 9억 명을 넘지 않지만 아프리카의 인구는 115조 명이 넘게 나온다. 국제연합 인구분과위원회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분석을 내놓는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 인구가 2025년 76억 명에 달하며, 2050년에는 79억 명으로 증가했다가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그 수치가 2025년 83억 명에서 2050년 104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 이후로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나리오는 세계 인구가 2025년 80억 명에서 2050년 91억 명으로 늘어나고 2100년부터 90억 명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추측한다. 비록 예상 수치에 불과하지만 이 시나리오들은 향후 30년간 일어날 인구변화에 대응하도록 각국 정부의 관심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기원후 1세기에 2억 5,000만 명으로 추산된 세계 인구는 그 뒤 1,700년 동안 줄곧 낮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경제가 부흥하면 증가했다가 전염병, 기아, 전쟁 등이 발생하면 감소하기를 반복했던 세계 인구는 1800년에도 10억 명을 넘지 않았다. 각국의 인구구조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출산율(여성 1인당 자녀 수)은 평균 5~7명으로 안정적이었으나 사망률이 높았기 때문에 무사히 성인이 된 신생아 수는 가구당 2~3명에 불과했다.
18세기 계몽주의와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진보를 이룬 유럽은 최초로 대규모 인구변화가 시작되면서 '인구변천'의 장이 되었다. 20세기 들어 인구변천은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다음과 같이 동일한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우선 첫 번째 단계에서는 높은 출생률과 사망률이 지속된다. 이 단계가 끝나면 의학의 발달과 식생활 향상으로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다. 평균 출산율이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인구는 빠르게 증가한다. 세 번째 단계는 생식 행동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가구당 자녀 수가 감소하는 시기다. 결국 출생률과 사망률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인구변천 과정이 끝난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인구 균형으로 전체 인구수는 일정하게 유지된다.
동일한 인구변천 과정
인구변천은 20세기 초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 일어났으나 전 세계 인구수에 이미 그 영향이 반영되었다. 1927년 세계 인구는 20억 명이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인구변천은 남아메리카에 이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되었으며 인구성장을 가속화했다. 1960년 30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1974년에 40억 명, 1987년에 50억 명, 그리고 1999년에 60억 명으로 늘어났다. 2010년에 69억 명을 헤아리던 세계 인구는 2011년 11월에 70억 명을 넘어섰다. 절대적인 수치만 비교해보면 인구성장이 가장 빨랐던 시기는 21세기 초반이지만 인구성장률은 이미 40년 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1700년에 0.2%, 1800년에 0.35%, 1900년에 0.7%를 기록했던 연간 인구성장률은 1925년에 1%를 나타냈고, 1950년에는 다시 1.8%, 1965년에는 최대치인 2.02%로 증가했다. 그러나 1965년을 정점으로 인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9년에 1.14%였던 인구성장률을 인구수로 치면 7,800만 명이 증가한 셈이다. 앞으로도 둔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2050년이 되면 0.3% 안팎에 머물 것이다. 2100년에는 인구성장률이 0%인 인구 균형이 나타날 것이고 이때부터 세계 인구는 90억 명으로 안정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전반적인 변화와 달리 사실 인구증가는 나라마다 출산율과 사망률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산아제한을 위해 중국에서는 여러 억제 정책을 쓰기도 했지만, 사실 출산율에는 여성의 문맹률, 자립도, 피임 여부, 노동, 남편의 직업, 사회적 지위, 자녀의 학비, 생활환경 등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후진국에서는 열악한 경제 및 사회 여건이 여성과 관련된 생활수준, 교육수준, 의료 혜택 등의 여러 기준에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남아시아의 출산율은 높은 수준이다.
모로코나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여성 문맹률이 높은 데 비해 출산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여성 1인당 평균 2.4~2.5명). 예방접종이 확산되고 의료 서비스와 노동조건이 개선되면서 사망률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기대수명도 연장됐다. 선진국의 의료 서비스는 심장혈관 질환과 암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발달했다. 결과적으로 수백 년 동안 25세를 넘지 않았던 평균 기대수명이 1900년에 30세, 1950년에 46세, 2010년에 69세까지 상승했다. 국제연합은 2050년에 기대수명이 75세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크게 나타난다. 파키스탄과 콩고의 영유아 사망률은 유럽 국가들보다 20배 가까이 높고, 성인 사망률이 높은 후진국도 많다. 이는 에이즈, 빈곤, 전쟁이 동일한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이나 스위스 같은 선진국의 기대수명은 80세가 넘지만 잠비아나 짐바브웨의 기대수명은 41세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극과 극의 미래
앞으로 일어날 인구변화를 예측해보면 몇몇 국가들이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변천 과정이 완료되고 합계출산율(여성 1인당 평균 자녀 수)이 세대교체에 필요한 한계수치(여성 1인당 자녀 2.1명)를 훨씬 밑도는 나라들이 그러한데, 여기서 프랑스, 아일랜드, 미국은 예외다. '제2차 인구변천'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유럽연합(EU, 합계출산율 1.6명), 러시아(1.5명), 일본(1.4명), 중국(1.6명), 브라질(2명), 튀니지(2명), 타이(1.8명)에 주로 나타난다. 당분간 대규모 이민 유입으로 부족한 인구수가 충당되겠지만 결국 총인구가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반면 여전히 인구의 관성효과가 계속되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선진국의 인구변천은 대규모의 기술적?경제적?사회적 발전을 거친 뒤 200년에 걸쳐 상대적으로 서서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직 인구변천이 일어나지 않은 후진국은 인구변천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전통사회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서 수많은 청년 실업자와 수많은 노인이 공존하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긴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 2050년까지 아프리카는 인구가 두 배 증가해서 약 20억 명에 이를 전망이지만 늘어나는 10억 인구가 어떤 물질적?경제적?사회적, 보건 및 도시 조건에서 살아가게 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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