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농장의 문을 활짝 열다
뉴욕 주 핑거 레이크 지역 왓킨스 글렌 마을 서쪽으로 23번 국도를 따라 12킬로미터쯤 달리면, 반짝이는 호수와 푸른 계곡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언덕이 나온다.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 에이큰스 로路로 접어들면, 곧 1224만 평에 이르는 슈거 힐 주립공원과 연결된, 양쪽에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비포장도로가 보인다. 슈거 힐 주립공원은 1800년대에 농지로 비워둔 땅이었지만, 1930년대 경제공황기에 농부들이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비옥한 표토表土가 침식되거나 씻겨져 나간 것도 한몫했다―뉴욕 주가 그 땅을 다시 사들였고 거기에 나무를 심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 비포장도로를 따라 방향을 꺾으면 갑자기 숲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크기의 붉은 헛간 여러 채와 하얀 가옥 한 채가 서 있는 드넓은 풀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바큇자국이 깊게 팬 길을 따라 입구로 다가가면, 우리가 떠올리는 전형적인 농장의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어렸을 때 불렀던 “맥도널드 아저씨에겐 농장이 하나 있었지” 노래에 나오는 그런 농장이다. 안에는 여기저기 목초와 건초가 쌓여 있고 건초 묶는 기계와 거름 살포기 따위가, 몇 대는 짚 깔린 헛간에 주차되어 있고 몇 대는 농장 일꾼들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소와 양들이 언덕에서 풀을 뜯는 모습, 헛간 근처에서 돼지들이 코로 흙을 파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몸을 식히는 모습을 연중 아무 때나 볼 수 있다. 먹이를 쪼거나, 털을 고르거나, 꼬꼬댁거리며 볕을 즐기는 암탉 무리를 수탉들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방금 깎은 잔디와 들꽃의 향기가 공기 중에 가득하다. 그런데 이 농장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미국의 다른 ‘현대화된’ 농장들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우선 이 농장은 방문객을 환영한다.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손님들이 머물 수 있는, 아침 식사가 제공되는 오두막집이 세 채나 있고, 근처에 ‘사람용 헛간’이라 이름 붙인 커다란 건물도 있다.
그러나 다른 농장들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역시 정문에 세워놓은 표지판이다. “여러분은 지금 동물들의 안식처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들이 주인이고 여러분이 방문객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이상이, 내가 1986년에 공동 설립했으며 처음에는 혼자만의 작은 아이디어였다가 차차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은, 그리고 미래에 더 큰 운동 본거지로 성장하길 바라는 동물들의 안식처 ‘생추어리 농장’으로 가는 길이다.
새로운 형태의 농장
처음에는 그저 ‘공장식 농장 경영’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그 피해자, 특히 너무 약하거나 병들어 도살장에서조차 거부하는 가축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생추어리 농장은 지난 20여 년간 수천 마리의 동물을 구조하고 데려와 돌봐주었다. 대부분이 병들거나 학대당한 동물, 혹은 방치되어 죽어가는 동물들이었다. 농장주가 더 이상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내다버린 가축들도 있었다. 허리케인이나 토네이도가 농장을 덮쳤을 때 극적으로 구출된 동물, 도살장에서 도망쳐 나와 헤매다가 구조된 동물도 있었다. 뉴욕 주 이타카에서 약 32킬로미터 떨어진 전원 지역과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북쪽의 올랜드에 각각 하나씩 위치한 우리 농장에는 그동안 수많은 염소와 돼지, 양과 소, 닭, 칠면조, 거위와 오리, 그리고 가끔씩 당나귀와 토끼가 식구로 들어왔다.
생추어리 농장은 각 부지마다 헛간 십여 채와 수백만 평의 목초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모든 동물에게 24시간 최고 수준의 보살핌을 제공한다. 평생을 공포와 고립, 고통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고 살아온 동물들이 이곳에 와 난생 처음 건초를 깐 깨끗하고 널찍한 헛간에서 뒹굴고, 난생 처음 영양가 있는 먹이를 먹고, 난생 처음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지낸다.
생추어리 농장이 특별한 것은, 그곳에 사는 동물들이 인간의 먹이사슬에서 탈출했다는 것―이들은 더 이상 농장주의 이익을 위해 사료를 먹고 몸집을 불리지 않아도 되고, 체중이나 나이가 차면 팔려가 도축되지 않아도 된다―때문만은 아니다. 생추어리 농장의 동물들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헛간을 드나들고 풀밭에서 뛰놀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거의 언제나 볼 수 있는 이런 광경이, 과거에는 미국의 여느 농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라는 점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오늘날 미국인의 삶이 진짜 농장의 삶과 멀어지긴 했지만, 미국인들 대부분은 아직도 가축 기르기와 농사짓기에 대한 소박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논밭을 일구고 외양간과 들판에서 가축을 돌보면서, 힘겹지만 정직하게 생계를 꾸려가는 시골의 정경을 꿈꾸며 살아간다.
이 일을 하면서 우리는 학대받은 동물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역할이 큰 그림의 아주 작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미국에서 식용으로 희생되는 수백억 마리의 가축 중에 우리가 구해낼 수 있는 생명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우리 농장에 들어오는 학대받고 다치고 병든 동물의 숫자를 줄이려면, 줄기를 ‘거슬러 올라가’ 이러한 잔학 행위의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생추어리 농장이 20년 넘게 꾸준히 노력한 끝에, 여러 가축수용장(stockyard, 도살장이나 시장으로 가기 전에 가축들을 수용하는 곳―옮긴이)과 도살장이 동물에 대한 잔학 행위로 처벌받았고, 공장식 농장의 가축학대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통과됐으며, 축산업계의 학대 관행을 폭로하는 뉴스가 전국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그와 함께, 고통받던 가축 수천 마리가 구조돼 평화로운 안식처를 찾았다.
지난 반세기를 지나면서 축산업은 연간 수천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식용 가축들은 풀을 뜯거나 햇빛을 받을 수 없는 좁은 실내 공간에서 살아가는데, 일명 ‘집중가축사육시설’CAFO, 더 정확히 말하면 공장식 사육시설이다. 왜 ‘공장’이라고 하냐면, 마치 수용소와도 같은 거대한 우리에 갇혀, 그 안에서 가축들이 철저히 통제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사료와 물 공급, 배설물 처리를 비롯한 모든 사육 과정이 철저히 자동화되어 있다. 수많은 학자들 그리고 몇 세기에 걸쳐 직접 가축을 사육한 선구자들의 지혜를 본받아 가축을 욕구와 감정과 희망을 가진 개체로 대하는 대신, 공장식 농장은 이들을 마치 자동차 부품 같은 생산라인의 일부로 취급한다. 소와 돼지, 양, 닭, 오리, 칠면조 할 것 없이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가축이 좁은 케이지나 크레이트(나무나 쇠, 플라스틱으로 된 틀구조의 상자―옮긴이), 몸을 움직일 공간도 없이 꽉 들어찬 축사에 갇혀 지낸다. 그곳에서 최단 시간에 몸집을 최대로 불리도록, 혹은 도축되기 전까지 우유를 최대한 많이 생산하고 새끼를 최대한 많이 낳도록, 항생제가 잔뜩 투여된 사료를 공급받는다. 가장 잘 팔리는 부위―식용 닭의 가슴 부위나 돼지의 뒷다리 부위―는 인위적으로 크기를 너무 키워서, 이제 가축들이 걷는 건 고사하고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와중에 수백만 마리가 굶거나 불구가 되고 또 버려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성체成體로 다 자라기 전에 죽는다. 이것이 매년 미국에서 식용으로 길러지고 도축되는 수십억 마리의 가축이 처한 현실이다. 이들의 삶은 고통과 고립,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평생 단 한 번의 따뜻함도 경험해보지 못하고 죽는다.
하루 종일 학대받고 괴롭힘당하는 공장식 농장의 가축들은, 생추어리 농장에서는 매일같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동물적 습성을 표출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나는 이 책에서 공장식 농장의 본질을 설명하고, 오늘날 우리가 자연과 동물을 보는 왜곡된 시각을 공장식 농장이 얼마나 잘 대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째서 정상적인 가축 사육에 대한 모독이 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물론 인간은 몇 만 년 전 농업이 생겨난 이래 식량과 옷을 얻기 위해,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목적으로 가축을 기르고 도살해왔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인류의 거의 대부분이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는 생활을 해왔다. 그때는 다들 곡식이나 고기가 어떻게 해서 식탁에 오르는지 알고 먹었고, 땅 그리고 가축과 교류하며 소와 돼지, 양, 염소, 닭과 아주 가까이에서(때로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했다.
공장식 농장 문제와 더불어 나는 생추어리 농장의 식구로 들어온 아주 흥미로운 동물들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일부 독자에게는 가축을 ‘인격체’로 취급하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집에서 기르는 개나 고양이가 각자의 성격과 취향이 있으며 각각의 가치와 욕구를 지닌 가족 같은 존재라는 인식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무리가 없다. 그러나 닭이나 소, 양도 그와 마찬가지라는 주장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통 우리는 소나 닭을 떼나 무리로 ‘통칭’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떤 닭은 얌전한데 어떤 닭은 활발하고, 어떤 칠면조는 숫기가 없는 반면 또 어떤 칠면조는 허세를 곧잘 부린다고 이야기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는 산업화된 축산업에 적잖이 물들어, 더 이상 동물을 하나의 살아 있는 개체로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니 이 동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연적인 삶도 인정할 리 만무하다.
지난 두 세대에 걸친 축산업계의 산업화로 큰 어려움을 겪은 또 다른 무리는 다름 아닌 축산농가들이었다. 우선, 농장 노동이 공장 노동으로 바뀌었다. 그렇잖아도 부담에 시달리던 농가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운 경제학적 구도를 따라야 했고, 그러다가 도산하는 농가도 점점 많아졌다. 가족농장들이 인간과 가축 모두를 쓰고 버리는 상품 취급하는 시스템에 대항해 제대로 가축을 기르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무기력한 슬픔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들 중 다수는 축산업계와 미국의 소비문화에 일어난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으며, 현 시스템에서 엄청난 제약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오늘날 축산업계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고 축산업과 식품산업 시스템이 변화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소화하기 힘들고 때로 마음을 너무 무겁게 하는 내용도 나올 것이다. 공장식 농장의 현실을 일단 알게 되면, 그 현실이 너무 끔찍하고 버거워 등을 돌리고 싶어질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가축들이 당하는 끔찍한 폭력의 실상을 아예 처음부터 몰랐더라면 하고 바랄 때가 많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동물과 사람에게 가해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학대를 수없이 목격했고 업계 종사자들에게 협박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쁜 현실은 우리가 외면한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똑바로 직시했을 때, 기대하지도 않았던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바로 이것이, 그동안 내가 온갖 끔찍한 일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나아질 거라 낙관하는 이유다.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생추어리 농장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곳에는 공장식 농장도 가축수용장도 없을 테고, 소나 돼지나 닭들이 학대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가축들은 따스한 볕과 산들바람을 즐기고 흙바닥을 마음껏 파헤치면서, 주어진 삶을 한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타자에게 감수성과 측은지심을 발휘할 무한한 능력을 가진 동시에, 타자의 감정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차가움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무관심과 잔인함으로 대하면 세상에 무관심과 잔인함이 퍼지고, 우리가 이해심과 따뜻함을 가지고 살아갈수록 세상에도 이해심과 따뜻함이 퍼져나간다.
그렇다면 이 책은 희망의 책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호프라는 돼지가 주인공인 책이고, 힐다라는 양이 주인공인 책이다. 수소 오피와 암탉 마멀레이드가 주인공이고, 지난 수십 년간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 모든 특별한 동물들이 주인공인 책이다. 그들은 우리 농장의 대문을 열고 들어와 그들의 회복력과 활기, 개성으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학대받는 동물을 다 구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생추어리 농장에 들어온 모든 동물이 각각 다른 동물 수백만, 아니 수십억 마리의 대변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 그리고 지구상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물과의 관계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생추어리 농장의 대문과 우리의 마음을 동물들에게 활짝 열어준 것처럼, 여러분도 마음을 열고 그것이 이끄는 대로 한번 따라가보기 바란다.
1장 랭커스터로 가는 길
농장에서는 자명종 시계가 필요 없다. 수탉들이 알아서 깨워주기 때문이다. 보통은 동이 트기 한참 전에, 마치 “나 여기 있어!”라고 외치듯 힘차게 하루를 반긴다. 동이 트면 농장 직원들은, 부지마다 열댓 채가 넘는 헛간을 일일이 돌며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그 안에 있는 동물들에게 한 마리도 빠짐없이 아침밥과 물을 챙겨주면, 잠시 후 진료팀이 회진을 돌며 건강을 체크한다. 처방 치료 중인 동물에게는 주사를 놓거나 약을 먹이고, 다른 동물들은 붕대와 부목을 교체해주거나 정맥주사가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 확인하고 상처에 거즈를 새로 대준다.
8시에는 청소 담당팀이 작업을 시작한다. 헛간을 돌며 오래된 짚을 모아 비료 살포기에 갖다 버리면, 나중에 살포기를 돌려 그 짚을 목초지에 뿌린다. 얼마 후 해가 중천에 뜨면 이제 본격적인 농장의 일과가 시작된다. 고장난 트랙터가 있으면 손보고, 경첩이 헐거워져 떨어져나간 헛간 문을 다시 달고, 사료나 울타리를 주문하고, 가을에는 건초도 자른다. 바깥 우리를 돌며 아픈 동물은 없는지 일일이 확인도 한다.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들―겁에 질려 있거나, 병이 있거나, 너무 늙었거나, 부상을 당했거나 아니면 병에서 회복 중인 동물들―은 따로 한 마리씩 살펴본다. 한쪽 우리의 풀이 듬성듬성해지면, 지름대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양과 소, 염소들을 다른 우리로 이동시킨다. 그러면 양과 소들은 신이 나서 풀을 뜯기 시작한다.
10시경부터 오후까지는 학생 단체 방문객과 가족 단위의 손님, 개인 방문객들이 찾아와 동물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다. 오후가 되면, 다른 농장에 학대받는 동물이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문의하거나 구조된 동물을 데려가달라고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보호소 직원들이 농장 관리 일을 하는 동안, 사무실 직원들은 동물보호 관련 법률 제정안을 작성하고, 교육과 홍보용 자료를 만들고, 그 와중에 전국적으로 벌일 동물보호 캠페인까지 기획한다.
해가 질 무렵이면 동물들이 헛간으로 들어와 새로 깐 지푸라기 요에 몸을 누인다. 다 들어온 것을 확인하면 직원이 문단속을 한다. 덩치 큰 동물들의 거처는, 왓킨스 글렌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마당으로 통하는 쪽문을 항상 열어둔다. 날이 따뜻하면 소와 양, 돼지들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게 헛간의 큰 문들도 열어둔다. 가금류는 해가 지면 포식동물로부터 보호해줘야 하기 때문에, 닭이나 칠면조들이 지내는 곳은 문을 항상 닫아둔다. 여름에는 해가 늦게, 거의 9시가 지나야 진다. 그런 날이면, 기온이 떨어져 선선해질 때쯤 소나 돼지들이 나무 그늘에 모여들어 몸을 식힌다. 어떤 날은 아예 다 같이 밖에서 자다가 새벽에 수탉이 울면 함께 깨어나기도 한다.
(들어가며 전문, 제1장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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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진 바우어 Gene Baur
뉴욕 주 북부에 본부를 둔 비영리조직 ‘생추어리 농장’의 회장이자 공동 설립자이다. 북미 최대 규모의 가축 구조 및 보호 네트워크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생추어리 농장은, 동물학대를 방지하는 획기적인 법률 개정이 이루어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의 동물보호운동을 21세기형 운동으로 진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진 바우어는 ‘우리 시대의 성 프란체스코’로도 불린다. 바우어는 미국의 연방의회 및 주의회에서 여러 차례 동물학대 실태에 대한 증언을 했고, 공장식 축산업의 폭력적 실상을 알리기 위해 ABC, NBC, CBS, CNN 등의 수많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며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전국 발행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뉴욕 주 왓킨스 글렌에 거주하고 있다.
www.farmsanctuar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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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허형은
학부에서 한국사학을 공부한 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범죄의 해부학』『맛있는 글쓰기의 길잡이』『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자신감』『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38: 테이블 위의 카드』『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61: 빛나는 청산가리』『꿈을 꾸는 구두장이』『헤드 크러셔』『죽음의 닥터』『모란의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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