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면서 ‘왜’라고 묻는다.
하지만 나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을 꿈꾸면서 ‘왜 안 돼’라고 묻는다.
_로버트 피츠제럴드 케네디
메시지: 당신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유
전 뉴욕 주지사 마리오 쿠오모는 “선거운동은 시처럼, 정부 운영은 산문처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를 운영하는 데에는 이상구호보다 경험과 전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부도 시처럼 운영할 수 있으며, 제대로 준비된 선거운동은 시처럼 강력하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훌륭한 시인들이 시를 통해 강렬한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유능한 선거운동원은 유권자를 감동시킨다. 민주주의의 관건은 당신과 당신의 아이디어가 어째서 최선의 선택인지를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권자는 항상 바쁘고 정부 및 정치와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될 것이다. 유권자에게 주장을 전달하고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당신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유권자의 머릿속에 각인되기 위해서는 당신의 메시지, 즉 당신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이유가 짧고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치가들은 이 단순한 사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영국 총선 직전, 우리는 재선이라는 힘든 전쟁을 앞둔 현직 의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메시지’에 대한 세션에서 우리는 의원들에게 “왜 당신에게 투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부분의 의원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의 반응이 두드러졌다. 그는 동료들보다 답을 준비할 시간이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답을 내놓았다. “내가 국회에 꼭 가야만 한다”, “국회의원 배지를 반드시 달고 싶다” 등 그는 오로지 자신의 관점에서만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처럼, 그는 당연히 선거에서 졌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당신이 선거에 출마했다면 당신에게 표를 던져야 할 이유를 유권자의 관점에서 설명해야 한다. 당신에 관한 이야기일지언정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나는 승리하고 싶습니다”가 아니라 “여러분은 내가 승리하길 원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또 다른 예도 있다. 2010년 미국 배우 켈시 그래머가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기자들이 이유를 묻자 그는 “나르시시즘적인 배우로서 살아온 나의 인생을 역시나 나르시시즘적인 정치가로서 완성시키고 싶다”고 대답했다. 정치가의 역할에 대한 시니컬한 그의 분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은 미루어놓더라도(배우가 나르시시스트인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다), 정말로 정치가가 되기를 원했다면 그에게는 더 나은 대답이 필요했다. 그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어야 한다.
정치인이 아무런 색깔 없이 진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여러분이 기대하는 일을 나는 해낼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뻔한 주장이 아니라, 당신이 다른 후보보다 무엇이 나은지 보여주어야 한다. 간단하고 믿을 수 있게,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이다.
메시지는 간단히! 유권자에게는 선거철 정치 구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많다. 신뢰를 심어라! 유권자는 누가 약을 팔고 있는지 한 눈에 알아본다.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공약은 집어치워라! 당신도 당신의 말을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대중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유권자의 기억은 짧다. 특히 정치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갖지도 기억하지도 않는다. 이제부터 메시지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전달법 등을 수없이 강조할 것이다. 당신의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다면 메시지 전달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반복도 중요하지만, 시작은 분명하고 강력하며 간결한 메시지이다.
또한 민주주의의 핵심은 흥정이다.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그들을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기에 성공해야 비로소 권력을 얻을 수 있다.
핵심은 언제나 똑같다. “내가 대체 왜 당신에게 표를 던져야 하는 것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을 준비하라.
002
그게 민주주의에 대한 내 생각이야.
유권자들이 선거의 조건을 정하는 것이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야.
무엇이 중요한지는 유권자들이 결정하지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_미국 드라마 〈웨스트윙The West Wing〉에서
인물이 아니라 이슈라고
따를 것인가, 이끌 것인가?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이 결정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행동 중 하나다. 동시에 수많은 정치적 신화를 만들어낸 영역이기도 하다. 결과를 읽을 줄 아는 정치가는 자신이 성공에도 능하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변화에는 행동이 필요하며, 그것은 명분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성공한 정치 지도자들은 다양한 유권자 집단과 그보다 규모가 작은 헌신적인 지지자 집단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반면 2011년 이집트 혁명의 중심에 있었던 활동가 와엘 고님의 지적처럼, 활동가들은 의도치 않게 자신과 대중 사이의 거리를 벌린다. 그들은 대의에 헌신하고 해당 이슈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고님의 말을 빌리면)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 결과 명분만 좇다가 오히려 다수의 대중과 유리되는 위험에 빠지고 만다.
‘아랍의 봄’ 당시 엄청난 이슈들이 다루어졌고 혁명 참가자들은 체포와 고문, 심지어 죽음의 위험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의 헌신을 선거운동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일 수도 있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의 선거 캠프 활동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동시에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잘 들어야 한다.
이것을 오해하는 정치인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순교자, 선교사, 그리고 말 그대로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다. 1980년대 초 영국 노동당에는 이 세 부류가 모두 나타났다.
가장 흔한 부류는 ‘잘못 이해한 사람’들이다. 유권자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말은 쉽지만 정작 이런 실수를 피하기는 어려운데, 유권자들의 관점이 때로 아주 잘못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노동당의 실수 중 하나는 유권자의 희망사항을 말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여론조사에서는 실업이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당시의 유권자들은 실업 문제 해결에 관한 노동당의 선거운동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유권자들이 노동당이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신뢰하지 않았다. 둘째, 대부분의 부동층이 실업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다른 누군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후 노동당은 유권자의 불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서야 20년 만에 다시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선교사 유형은 선거운동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 자신의 우선순위가 유권자들의 우선순위와 얼마나 다른지를 보지 못한다. 1980년대 노동당에는 대의명분을 내세운 소수 이익집단들이 매우 많았는데, 특히 환경 문제에 관해서 이런 부류가 많았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닥치자 환경론자들은 자신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신념이 대중이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알게 됐다. 반면 선거에서 승리하는 후보들은 자신의 열정을 좀 더 직접적인 대중의 관심사와 조율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순교자 유형은 의심의 여지없이 ‘이 책은 쓸모없어’라고 생각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권자 자체를 믿지 않는다. 이들의 사례 역시 모든 논쟁과 모든 정당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성공은 자영업자와 노동자들에게 자본주의를 맹렬히 비난하는 신문을 팔아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이만 책을 덮기를 바란다.
오해하지 마라. 우리는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을 거부하는 궁지에 몰린 실용주의자가 아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선거운동과 의사소통 기술은 대중이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모든 일은 자신의 관심사를 직접 결정하는 유권자들에게 달려 있다. 이 점을 인정하고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에 대해 당신만의 목소리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겸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조지 엘리엇의 말처럼, “복숭아를 보고 침을 흘리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제일 큰 호박을 준들 무슨 소용인가?”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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