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슬프다
밖에 나서니 볕이 좋다.
좋은 빛들이 있다. 그리고 거기, 내게 특별히 좋은 빛이 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별다를 거 없는 볕이다. 그런데 내게만 특별할 것만 같은 빛이다. 그런데 내게만 특별할 것만 같은 빛이다. 그런 빛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정말 운좋은 누군가들은 그런 빛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밝게 켜두어 나를 밝힌다. 그런데 별일 없이 그저 그런 어느 날 알게 된다. 느닷없이 알게 된다. 그 빛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 또한 그 빛을 그저 나를 밝히기 위해 이용했다는 걸 말이다. 그러고 나면 그 빛이 슬퍼 보인다. 슬프게, 보인다.
나와 상관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따뜻하게 빛났을
그런 볕 아래 있는 나마저 슬프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빛을 꺼버렸다. 빛이 사라졌다. 그 빛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삶을 돌아보았다. 명치가 쓰리다. 치사한 마음이 발톱부터 올라온다. 온몸이 뒤틀리고 가렵다. 그래서 가만히 누워보았다.
천장이 슬프다.
모두가 누군가를 만나고 그중에 몇몇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운좋은 누군가들은 정말 만났어야 할 누군가와 만나 다시 없을 기억들을 남긴다. 가장 멋진 것과 가장 창피한 것들을 나눈다. 가장 훌륭한 것과 가장 추한 것을 교환한다. 나는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너는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쓴다. 거울 앞에 나란히 서서 우리가 얼마나 어울리는 사람들인지 감탄하고 좋아한다. 타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개그들이 오가고 그들끼리는 킥킥대며 좋아한다. 온전히 둘만이 누릴 수 있는 시간과 감정들이 쌓여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믿고, 알고, 만족하고, 사랑한다. 비밀을 공유하고 서로의 비밀이 우리와 우리 밖의 세상 사이에 안전하기 짝이 없는 벽을 쌓아올린다고 생각한다. 벽은 갈수록 두터워져가고 문밖에서 폭탄이 터져도 우리 둘은 안전할 것만 같다. 니 살이 내 살처럼 아프고 내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스스로 어여쁘게 여긴다.
그리고 헤어진다.
그렇게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힌다.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출근을 하고 브레이크를 누르거나 액셀을 밟거나 좌회전을 하거나 유턴을 하거나 결재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잡담을 나누거나 소변을 보면서 눈앞에 붙은 ‘좋은 생각’ 류의 글귀들을 읽는 저 모든 순간들을 지배하는 단 한 가지 생각 말이다. 침대에 누워 그(녀)가 나를 사랑했던 시간들을 기억해내고 사소한 신호들을 되새기고 잘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속았다는 괘씸함과 대체 나는 얼마나 멍청한 것인가라는 자책감과 나와는 달리 그(녀)가 지금 누리고 있을 평안함을 상상하는 괴로움이 어우러져 범벅이 되다보면 뇌가 출렁거리며 조금씩 녹아 흘러내려 눈앞을 캄캄하게 덮어버리는 기분이다. 머리를 세게 흔들어 기합을 넣고 잠에 들 수 있는 최적의 자세를 찾아 숨을 고르고 나면 아까 했던 생각들이 똑같은 과정을 밟아 고스란히 반복된다. 그리고 삼천번째 눈앞이 캄캄해지고 나면 창밖으로 동이 트는 걸 발견하게 되겠지. 이불을 치우고 일어나 화장실로 걸음을 옮겨보지만 소용이 없다. 밤새 녹아내린 뇌가 온몸에 끈적하게 들러붙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씨발 대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이별이란.
그래서 쓰러지듯 나는 다시 몸을 눕혀본다.
천장이 슬프다.
천장의 비어 있는 저 귀퉁이들을 나는 참을 수가 없다.
비어 있는 귀퉁이들은 필연적으로 내려앉아 나를 누른다. 숨이 막히고 눈물이 새어나온다. 눈물이 무언가에 눌려 새어, 나온다, 는 것은 얼마나 안쓰러운 노릇인가. 울컥하고 시원하게 쏟아져 흘러준 것과 달리.
천장이 슬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늘이 내려앉아 쥐어짰고,
나는 텅 비고 말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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