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아파트
하늘은 온통 아파트 불빛이다
삼각형 코를 가진 이방인 가족 아파트는 없다
여자와 아이들 빨래가 흔들리는
바람 그네
햇살 발자국도 옮긴 적이 없는 발코니
바람도 서로 열지 못하는 문만 굳게 잠겨 있다
풀의 하늘엔 이슬이 내려와 별처럼 산다
그야말로
아파트를 바라보며 긴 시간은 산산조각 깨어진다
그 집의 여자는
우울한 얼음구름이 불어오는 싸우스코리아
북위 37도쯤 수도권 어딘가 살고 있을 것
베짱이와 사마귀가 세 들어 사는 아파트는
파란 하늘 속을 산과 함께 자전하며 돌아온다
간혹 손을 뻗어 구름을 뜯어 먹으며
아파트 옥상엔 풀들이 바람과 살고 있다
어떤 새에 대한 공포
나뭇가지에 앉아 심장을 꿰맨다
새벽 한시의 대낮, 머리에 도끼가 솟은 검은 새
반고리관의 공명은 미명 속으로 사라졌을 뿐
일할의 빛이 구십구할의 어둠을 지운다
기구한 형상의 유전자를 남기고 결국 노숙(露宿)이 된 꿈들
다시 소통되지 않는 빛과 말
치실은 그들의 이빨에서 끊어지지 않는다
새는 너덜대던 도시와 자기 생을 기억하지 않고
발톱과 날개는 서로 상상하지 못한다
한점을 친다, 밤을 색칠한 필름 속 나뭇가지
혼돈을 향한 아침 길을 다시 잃고, 하늘옥상에
새의 집을 지은 유역의 오랜 기숙자들
손거울 들고 심장을 깨 영혼을 다듬는다
황무지 모래톱
해변의 황무지를 쓰고 죽고 싶다
풀 서너줄기 이어진 석양의 모래톱
고독한 동북아시아,
변방의 한 시인 어린 킹크랩의 눈단추처럼
늘 기울어진 하늘을 찾는 물별을
기다리며
스스로 황무지가 된 해변의 나는
안쪽에 옹벽을 올린 절벽의 주거지에서
새물거리는 동북의 샛눈
황무지 모래톱에 눕고 싶어라
황무지 풀밭에서 나를 붙잡고 싶지 않아라
못 죽어 눈물도 없이
바람 우는 황무지 해당화야
흰 불가 갯메꽃 나 수술에서 혼자 운다
먼 곳에서 해변의 황무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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