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왜 하필 그런 제목을? 저는 덴마크 사람들이 더 행복한 줄 전혀 몰랐는데요!”
한창 글을 쓰다가 프랑스 남부 지방으로 휴가를 떠났을 때 있었던 일이다. 그곳 바닷가에 자리 잡은 아주 멋진 별장에 초대를 받았다. 국제 행사로 착각할 만큼 만찬이 화려했다. 초대받은 사람들도 모두 멋있게 차려입었다. 식전주로 최상품 빈티지 샴페인이 나오고 온갖 칵테일이 흘러넘쳤다. 분위기에 취한 사람들은 저마다 꿈꾸는 아름다운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호텔로 해외여행을 떠나고, 최고급 식당에서 진미를 맛보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모두 그런 기분 좋은 경험을 하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그때 내가 쓰고 있는 책이 화제에 올랐다.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책 제목이 ‘덴마크 사람처럼 행복하게(이 책의 원제목)’라는 것에 놀랐다. 덴마크 사람들이 자기 나라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목에 강하게 반대하는 남자도 있었다.나는 덴마크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신뢰하며 또 정부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말했다.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사업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열정이 높다는 점, 교육제도가 개성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각자 적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는 점, 최고가 되려고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 등 덴마크에서는 뛰어난 인재를 키우는 것보다 모두 행복하게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연소득 5만 2,000유로가 넘는 사람들은 소득의 60퍼센트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점, 그래서 1인당 세금 부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는 말도 겸연쩍게 덧붙였다.앞서 제목에 강하게 반대했던 남자가 목소리를 높여 다시 끼어들었다.“끔찍하군요! 그런 시스템이 국민을 행복하게 한다고 설득하려 들지 마세요.”그러고는 덧붙였다.“세상에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을 쓰고 싶은 사람은 없어요. 그뿐인가요, 엘리트가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할 수 있죠.”한술 더 떠서 이렇게 말하는 여자도 있었다.“저는 〈여총리 비르기트〉(여성 정치인의 삶을 다룬 덴마크 드라마. 국내에서 시즌 2까지 방영됨_옮긴이)를 본 적이 있는데, 모두 불행해 보였어요.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요?
만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물론 모든 사람이 덴마크식 모델을 마음에 들어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덴마크식 모델이 다른 나라 모델보다 더 뛰어나다고 설득하려고 이 책을 쓰는 것도 아니다. 단지 함께 나누고 싶을 뿐이다.
나는 운 좋게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나는 이 행운을 깨닫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서 조국을 떠났다. 다른 나라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국민이 행복하도록 40년 이상 이어 온 덴마크의 사회 모델을 글로 쓰고 싶었다.
전 세계학자들은 덴마크 국민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의견을 모은다. 1973년 유럽에서 처음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행복도 조사를 한 이래 덴마크는 이러한 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차지했다. 매년 국제연합이 발표하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덴마크는 2012년과 2013년에 1위(같은 해 프랑스 25위, 한국 41위였음_옮긴이)였으며, 2012년 유로바로미터(유럽공동체 EC 부설 여론조사 기관_옮긴이), 2011년 〈갤럽 세계여론 조사〉, 2008년 〈유럽 사회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내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작은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수상 경력이다.
이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아홉 달은 춥고, 겨울철에는 오후 3시면 해가 지는 인구 500~600만 명의 작은 나라 국민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을까? 소득세가 60퍼센트, 자동차세가 170퍼센트, 부가가치세 25퍼센트(출처: 덴마크 국세청 사이트)에 달할 정도로 세계에서 세금 부담이 가장 큰 나라인데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덴마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말했다.
“네, 그런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사실인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늘 그러하듯이 덴마크 사람들은 아무리 대단한 일도 자랑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라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겸손이 유산인 덴마크 사람들은 겸허하게 살아간다.
물론 덴마크라고 해서 모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자살률, 알코올 섭취량, 항우울제 복용량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해서 덴마크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 거짓이라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진심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앞으로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다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덴마크에서도 삶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일반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덴마크 오르후스Aarhus, 인구 25만 명으로 덴마크에서 둘째로 큰 도시에서 태어났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채울 수 있었지만, 덴마크를 떠나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기로 했다. 열여덟 살에 나는 남들이 진실이라고 가르쳐 준 것과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가려보고 싶었다. 내 기준과 확신이 어떠한지 알려면 현실에 직접 부딪혀 보는 게 좋을 수 있다. 당시에는 덴마크식 모델이 행복의 세계기준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덴마크에 살 때는 당연하게 누리던 시스템이었다. 물론 큰 원칙에 아무런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면 정말 좋을까? 전체 수준이 낮아지는 건 아닐까?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을 찾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궁금했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이 되는 최고의 길을 스스로 찾으려면 내 생각을 직접 삶 속에서 부딪쳐 봐야 했다.
그 길은 멀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경험한 후에야 덴마크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 제대로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시아, 미국, 유럽을 여행하면서 주변 국가가 얼마나 풍요로운지 경험했다. 특히 프랑스의 풍요로운 문화와 역사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이 나라에 마음을 빼앗겨 지금까지 산 덕분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비결을 풀 수 있었다.
덴마크 사람들이 왜 행복한지 비결을 찾아 나서기 전에 우선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행복을 짧게 정리해서 말하기는 쉽지 않다. 기쁨, 환희, 안락, 평안, 만족 등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뜻과 표현이 뒤섞인다. 이 중에서 어떻게 행복을 가려낼 수 있을까?
먼저 아주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 의학 분야의 뇌단층 촬영 전문가들에게 행복이란 뇌의 다양한 부위 중 어느 부위가 측정할 수 있게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는 ‘행복’이라는 낱말의 어근과도 일맥상통한다. ‘bonheur’(행복을 뜻하는 프랑스어_옮긴이)은 ‘증가하다’, ‘늘어나다’라는 라틴어 augurium, augere에서 나온 말이다. 이러한 어근에서 행복은 단지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철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몽테뉴와 스피노자는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한 반면, 쇼펜하우어와 프로이트는 행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에피쿠로스는 행복을 쾌락과 결부시켰고 파스칼은 믿음, 니체는 힘과 결부시켜서 생각했다.
나는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Richard Layard가 말한 행복의 본질이 매우 마음에 든다. 그는 행복이란 좋은 감정을 느끼고 삶을 사랑하며, 이런 감정이 지속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이 가며 아주 명쾌하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은 국가별 행복지수와 개인의 행복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매우 많다. 나는 과연 개인의 행복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설령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고 해도 아주 주관적이다. 심리학자, 사회학자, 뇌과학자, 교육학자 등 전문가들은 모든 사람이 느끼는 행복이 절대로 같지 않다고 뜻을 모은다. 어떤 사람은 쉽게 행복해지는 성향을 갖고 태어날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행복이 유전자에 100퍼센트 좌우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유전 형질이 행복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세트 포인트 이론set point theory’이다. 함께 혹은 따로 떨어져서 자란 300쌍의 쌍둥이를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1996년에 만든 이 이론은 유전자가 우리 감정의 80퍼센트를 결정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연구에서는 그 비율을 50퍼센트라고 한다. 심리치료사인 티에리 장센Thierry Janssen은 행복 능력은 유전자 영향이 50퍼센트, 외부 영향이 10퍼센트, 나머지 40퍼센트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한다.
국가별 행복지수 조사 보고서에서 집단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따라서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집단 행복을 정의하는 시도는 많았다. 한 예로 히말라야 산맥에 위치한 작은 나라 부탄의 왕은 1972년에 고전적인 PIBProduit intérieur Brut(프랑스어로 국내총생산GDP을 뜻함_옮긴이) 대신 BNBBonheur National Brut(프랑스어로 국민총행복을 뜻함_옮긴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BNB의 네 가지 기준은 경제 발전, 문화와 환경 보존, 개인의 심리적 행복, 좋은 정부다. 이 개념 덕분에 부탄은 ‘행복한 국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국가 부도 위기를 겪을 만큼 경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예로 유명한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이 있다. 로마클럽은 ‘더 나은 세계,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1968년에 전 세계 지식인이 모여서 만든 단체다. 1972년 로마클럽은 삶의 질을 경제 지표로 측정하는 것을 반대하며 〈메도스 보고서〉에서 행복을 평가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연구는 어느 정도 부정확한 요소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집단 행복은 단순히 개인 행복을 더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대다수가 가진 기준이 개개인의 대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신은 삶에 대체로 만족합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고, 질문을 받는 시점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에서 자국 팀이 승리한 직후라거나 자신과 직접 상관이 없더라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뒤에 질문을 받으면 앞에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아서 대답도 달라진다. 심지어 아주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은 아예 조사에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 국제연합이나 갤럽Gallup, 유로스타트Eurostat(유럽연합 통계청_옮긴이)와 같이 대규모 조사를 실시하는 기관은 질문 순서 역시 대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정치나 부패 수준을 질문한 뒤 삶의 만족도를 묻는다면 답변도 그에 따라 부정적인 경향이 있다. 또 각국의 현실이 다른 만큼 가치관도 다를 터인데 문화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국가 순위를 매긴다는 비난도 있다.
이러한 부정확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대규모 조사는 어찌되었든 간에 조사 대상이 된 대다수 사람의 평균적인 행복지수를 보여 준다. 비록 이 지수가 집단 행복을 정확하게 나타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한 나라 국민의 만족도나 행복을 살피는 데는 충분히 의미 있는 지표다.
이 주제를 더 깊이 조사하기 위해서 오르후스 대학교에 있는 덴마크인 크리스티안 비외른스코우Christian Bjørnskov 교수를 만났다. 그는 수년 전부터 행복이라는 주제에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부으며 ‘행복 연구소’를 설립했다. 덴마크에는 이처럼 행복이라는 유쾌한 주제 연구에만 몰두하는 연구소가 실제로 있다. 우리는 오르후스의 카페 카사블랑카에서 오전 내내 행복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비외른스코우 교수는 한 국가의 행복에 기여하는 보편적인 토대가 있다고 했다. 민주주의 시스템, 국가의 번영, 정의의 기능, 전쟁의 부재 등이 그것이다. 그는 세계 40여 개 국가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고 말했다. 일단 이러한 토대를 잘 형성하면 다른 요소, 특히 타인을 신뢰하는 정도나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같은 요소가 행복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행복을 좌우하는 변수나 그 차이가 무엇이든 행복은 보편적인 권리다. 1776년 7월 4일 보스턴에서 작성된 〈미국 독립선언문〉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분명히 지지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양도할 수 없는 몇 가지 권리를 부여했다. 그중에는 생명권, 자유권, 행복추구권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의 토대가 되는 몇 가지 단순하고 공유할 만한 비결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이 주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폭넓은지를 염두에 두면서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주 신중하게 이 작업을 하고 싶다.
덴마크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사는 열 가지 단순한 비결을 이제부터 소개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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