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비린내
이곳은 참 복잡하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물씬, 낯설다.
포항 죽도공동어시장 고기들은 살았거나 죽었거나 아직 싱싱하다. 붉은 고무 다라이에 들어 우왕좌왕 설치는 놈들은 활어라 부르고, 좌판 위에 차곡차곡 진열된 놈들은 생선이라 부르고……
죽도시장엔 사람 반, 고기 반으로 붐빈다. ‘어류’와 ‘인류’가 한데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데, 후각을 자극하는 이 파장이 참 좋다.
사람들도 그 누구나 죽은 이들을 닮았으리.
아무튼 나도 죽도시장에만 오면 마음이 놓인다. 이것저것 속상할 틈도 없이 나도 금세 왁자지껄 섞인다.
여긴 비린내 아닌 시간이 없어,
그것이 참 깨끗하다.
조묵단전傳
창밖 목련
어머니, 내 옆자리에 와 앉는다.
방금 했던 말, 날 보며 또
밥 먹었느냐, 묻고
앉는다. 가죽 소파 둔한 반동에 닿으며 나는
공중으로 약간 부풀어
피어오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작은 키에 꼿꼿이 마른 체구, 아흔여덟 연세에 무슨
힘이 있겠냐만, 새삼
날 낳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는 것 같다.
환갑 지난 내 몸무게가 방금, 저
창밖
목련 피는 환한 시늉을 겪었다.
저기 걸린 물소리
물소리를 베고 눕다.
물소리를 깔고 눕다, 덮고 눕다, 감고 눕다.
물소리를 안고 누워도 잠 오지 않는다.
맨 나중에 당도한 물소리가 언제나 저기 걸린 물소리다.
물소리가 얼른 받아 입는 물소리,
그 동작이 참 얼마나 빠른지
계곡의 물소리는 밤새도록 같은 소리로 걸려 있다.
당대란 바로 지금 저기 걸린 물소리다.
나는 잠 오지 않으니까 들끓는다.
아직 오지 않았거나, 이미 지나간 날들의 어머니여
치마폭처럼 멀리 두른 저
고요
나는 여기 물속 바위, 악착같이 웅크렸으나
물소리에 닳으며 또
한사코 기어들려는 데가 있다.
(본문 중 일부)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