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전선
안전해지려고
들어오는 열차의 머리에 다리를 내민다
다음 역으로 가는 동안에
다리 한쪽이 뜯긴
매미 울음소리를 듣는다
현실의 앞뒤
우리는 모두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걸음걸이를 가졌지
얼마나 각자가 위태로운지
나의 경우, 손을 최대한 부산스럽게 흔들어
발의 게으름을 위장하는 식이란다
친구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발에게 들려주는 애원
지금 나는 앞뒤를 생각하고 있어
오늘 아침, 긴 다리를 가진 새가 성큼성큼 걸어와 내 옆에 서는 거야. 새가 어느 것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숲의 끝을 응시하기만 했지. 그 눈빛에는 위태로움이 없어 나는 그만 발을 멈추고 말았어. 흔들던 손도 내려놓았지. 꽤 오랫동안 우리는 한곳을 바라보았어. 나는 생각했지. 사실 이 숲에 늪은 없었던 거야 하고. 그 순간 새가 날개를 푸드덕거렸고, 곧 날개를 완전히 펼치고 내 위로 솟아오르리라는 것을 직감했어. 나는 재빨리 두 팔을 뻗어 새의 두 다리를 붙잡는 데 성공했지. 하지만 이미 나의 두 다리는 늪에 붙들려 빠지지 않았고……
친구의 흥얼거림을 나는 아직 듣고 있어
두 다리가 점점 길어지는데
새와 나, 누가 더 필사적인가
누구의 다리가 먼저 붙잡힌 것이며
숲과 늪 중 무엇이 무엇을 가린 것이며……
생산 라인
화이트 셔츠 공장
이곳이 내가 선택한 품위다
마흔 가지가 넘는 와이셔츠 제작 공정에서 칼라와 커프스를 다는 것이 지난 20년간 지켜온 나의 업무
숙련된 자들에게선 고르고 안정적인 소리가 난다
원단을 가르는 가위로서
박음질하는 미싱으로서
뜨거운 김을 내뿜는 다리미로서
20년이다
그러니 검붉은 피가 번지는 일
노릇하게 구운 냄새가 나는 일
옆자리의 동료가 사라지는 일
결코 실수가 아니다
하얀 옷감이 하얀 옷감을 오염시키는 걸 매일 목격하는
이곳에서
목과 손목을 여미는 품위로부터 나는
달아날 수가 없고
축 늘어진 와이셔츠의 소맷자락을 잡고 질질 끌며 걸었던
밤거리마다 단추가 놓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단추를 달고 실밥을 처리하고 다리미질을 마친 와이셔츠는 출고 작업에 들어간다
나의 동료는 어깨를 제일 먼저 다렸다 항상
퇴근 시간을 알리는 라디오 디제이
그리고 동료의 얼굴을 나는
모른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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