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무엇이 좋은 인생을 만드는가?
이 책은 하버드 연구에 직접 참여한 이들의 배려와 도움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정직함과 관대함을 베풀어줌으로써 불가능해 보였던 연구를 가능케 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이 책은 결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바로 로자 킨과 헨리 킨 부부 같은 사람들이다.
삶에서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두려운 게 무엇입니까?”
설문지에 적힌 질문 내용을 큰소리로 읽은 로자는 식탁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편 헨리를 쳐다봤다. 이제 70대가 된 로자와 헨리는 이 집에서 50년 넘게 살았고 거의 매일 아침 이 식탁에 마주 앉았다. 그들 앞에는 찻주전자와 반쯤 먹다 남은 오레오 쿠키 상자, 녹음기가 놓여 있다. 방 한구석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고, 카메라 옆에는 샬럿이라는 젊은 하버드 연구원이 조용히 앉아서 부부를 관찰하며 메모하고 있다.
“꽤 중요한 질문이네요.” 로자가 말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걸 물어보는 겁니까? 아니면 ‘우리’ 두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걸 묻는 건가요?” 헨리가 샬럿에게 물었다.
로자와 헨리는 자신들이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둘 다 가난하게 자랐고 20대에 결혼해서 아이 다섯을 낳아 키웠다. 대공황과 여러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그건 그들만의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아는 다른 사람들도 비슷했다.
그래서 하버드 연구진이 애초에 왜 자신들에게 관심을 갖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도 그 관심이 계속 유지되어 꾸준히 전화를 걸고 설문지를 보내고 때로는 비행기를 타고 미국 대륙을 가로질러 자신들을 만나러 오기까지 하다니 말이다.
그리고 2004년 10월 현재, 그들은 결혼 50주년을 맞이한 지 두 달이 지났다. 2002년에 로자는 연구에 좀 더 직접적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이제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하버드는 1941년부터 꾸준히 헨리의 생애를 추적해왔다. 로자는 헨리가 나이가 든 뒤에도 계속 연구에 참여하는 게 이상해 보인다는 말을 종종 했다. 로자는 평소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자와 달리 헨리는 연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자기 인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었기에 나름 고맙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헨리는 63년에 이르는 자신의 삶을 연구팀에게 공개했다. 사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연구진에게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걸 말해왔다. 그래서 연구진이 뭘 알고 있고 뭘 모르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헨리는 자기가 로자 외에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아주 특별한 내용까지 포함해 연구진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지금껏 연구진이 질문할 때마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질문을 많이 했다. 샬럿은 현장 노트에 “킨 씨는 내가 그들 부부를 인터뷰하러 그랜드 래피즈에 온 것에 대해 우쭐해하는 게 분명했다.”라고 적었다. “덕분에 인터뷰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헨리는 협조적이고 흥미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모든 질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서 대답했으며 대답하기 전에 잠깐씩 말을 멈추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친절했고, 미시건주 출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그대로 조용한 남자의 전형 같은 느낌이었다.”
샬럿은 이틀 동안 킨 부부를 찾아가서 그들의 건강, 개인적인 삶, 그리고 둘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된 매우 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일을 갓 시작한 대부분의 젊은 연구원처럼 샬럿도 무엇이 좋은 인생을 만드는지, 현재의 선택이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매우 궁금했다. 그리고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한 자기만의 질문이 있었다.
자신의 삶에 대한 통찰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는 게 가능할까? 그걸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하는 모든 사람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뿐이었다. 이 특정한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후회하는가? 이런 인터뷰 하나하나가 샬럿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주었다. 자기보다 오래 살면서 다른 환경과 다른 역사적 순간을 경험한 사람과 연결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오늘 샬럿은 헨리와 로자를 함께 인터뷰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다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우리가 ‘애착 인터뷰’라고 부르는 것을 하기 위해 두 사람을 따로 인터뷰할 것이다. 보스턴으로 돌아간 뒤에는 비디오테이프와 인터뷰 녹취록을 연구해서 헨리와 로자가 서로에 대해 얘기하는 방식, 비언어적인 신호, 기타 많은 정보를 코딩해서 그들이 맺은 유대의 본질에 관한 데이터를 만들 것이다. 이 데이터는 그들 파일의 일부가 되고, 또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거대한 데이터 세트의 작지만 중요한 일부분이 될 예정이다.
(중략)
좋은 관계야말로 행복의 핵심 요소다
삶에 대한 헨리와 로자의 접근 방식 중 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번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헨리와 로자의 이야기, 혹은 하버드 연구의 다른 인생 이야기에 시간과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사건을 이해하고자 할 때 그들이 하는 선택과 따르는 길,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인간의 삶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은 대부분 과거를 기억해보라고 요청해서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구멍으로 가득하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 또는 작년 오늘 누구와 이야기를 나눴는지 떠올려보라. 그러면 우리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기억에서 사라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부 사항을 더 많이 잊어버리게 되는데, 이 연구는 어떤 사건을 회상하는 행위 자체가 실제로 우리 기억을 바꿀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4 요컨대 과거의 사건을 연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측면에서 볼 때, 인간의 기억은 부정확한 데다가 최악의 경우 없었던 일을 지어내기까지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지는 전체적인 삶을 계속 지켜볼 수 있다면 어떨까? 사람들을 10대부터 노년기까지 연구해서 그들의 건강과 행복에 정말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투자가 정말 효과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하버드 연구는 85년 동안그리고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을 추적하면서 수천 개의 질문을 던지고 수백 가지를 측정해서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게 뭔지 알아냈다. 이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을 연구하다 보니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 장수와 일관되게 공고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요한 요소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그건 직업적 성취나 운동, 건강한 식단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것들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광범위한 중요성을 증명한 한 가지 요소는 바로 ‘좋은 관계’다.
실제로 좋은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85년간 진행된 하버드 연구 전체를 인생에 대한 단 하나의 원칙으로 요약해보자. 다른 다양한 연구에서 나온 유사한 결과를 통해 뒷받침되는 하나의 인생 투자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좋은 관계는 우리를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준다. 끝.
과학은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따뜻한 관계 발전을 택하라고 알려준다. 그런 관계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앞으로 차차 보여주겠지만 이건 한 번만 하고 끝나는 선택이 아니라 매초, 매주, 매년 수없이 반복되는 선택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기쁨과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선택이다.
하지만 언제나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있어도 자신의 길을 가로막거나 실수를 저지르거나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또는 받기도 한다. 좋은 인생으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우여곡절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버드 성인 발달 연구가 그 길을 알려줄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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