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물은 너무 광대하여 대신 울 수 없다
─ 강정
네 눈을 가만 바라보는데 바다가 뽀글뽀글 빛났다
너는 다시 태어나고 있는데 바다는 내 뒤통수까지 휘어 돌아
나는 곧 바다에 잠길 것이다
눈물이 흐르면 너는 고요히 지느러미 같은 잠옷을 갈아입고
내 깊은 혈류 속에 작살을 꽂거나
이미 미래의 죽음이 되어버린 물고기들을 꽃잎인 양 따 모을 것이다
봄은 그렇게 땅을 밀어내고
오래전 멸망했다가
바다에 죽으러 가는 사람들의 마지막 눈빛 속에서나 발견될
사라진 대륙의 뿌리를 들출 것이다
꽃이나 나무는 그것들의 자디잔 숨결일 뿐
오늘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건 오늘만은 부디 죽어 한 톨 모래섬이 되겠다는 것
눈을 가만 바라보는데 모래가 까칠까칠 코로 스몄다
기도 가득 떡진 혈전이 수상한 노래로 번졌다
비루 속에서 광대함을 찾으려는 네 눈이 더 반짝 빛난다
홀연히 서 있는 내 그림자를 눈꺼풀 삼아 너 스스로 달이 되려고 너는 어제도 오늘도 운다
눈물이 서걱서걱 내 마음을 베는 건
너를 위해 물 담아둘 마음의 쌍봉이 아직 내 심장에서 잠자기 때문,
눈을 가만 바라보는데 그 눈이 네 안을 향하는 건
네가 펼친 마지막 종이에 어울리는 펜이 아직 없기 때문,
바다에 쓴 말이 바다를 부정하고
사막에 새긴 바람이 바다에서 헤엄쳐 나온 인어의 꼴을 아직 완성 못한 오늘 아니겠니
나는 눈물을 참았다
물도 모래도 서로 너무 낯익어 지구를 잠시 멈춰 세운 까닭이다
강정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그리고 나는 눈먼 자가 되었다』 『커다란 하양으로』가 있다. 시로여는세상작품상, 현대시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시란 무엇인가
낯선 집 대문에 새겨져 있는 문장紋章이
내가 오래전 쓴 문장文章 같아 보여
한참 바라보다가 그 집에서 죽어야 할 것 같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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