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안부를 묻습니다.
살아 세운 허술한 집보다
단정한 햇살이 결 고운
식솔 거느리고 먼저 앉았는데
먼 산 가차운 산
무더기째 가슴을 포개고 앉은
무심한 산만큼도 벗하고 싶지 않아
우리보다 무덤이 더 할 말이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승사람일 적
우리만큼 미련퉁이였을
그가요 살아 세운 허술한
집에서 여즉
그와 삶을 나누고 있는 우리에게요
점심밥만큼 서늘한 설움이
장한 바람에 키를 낮추는데
낫을 겨누어 베허버리는 건
누워 앉은 무덤입니다.
신원경
산소에 갈 때마다 저 둥근 무덤 속에 친밀한 육체가 들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몸이 흙을 껴안고, 시간과 함께 서서히 허물어져 마침내 형체를 잃으며 우리를 떠난다는 것이. 그럼에도 우리는 무덤 속에 사랑하는 이가 잠들어 있기를 바란다. 그가 유독 좋아했던 사과 한 알을 들고 함께 나눠 마실 막걸리를 뿌린 뒤, 잠든 조카가 무사히 모든 것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두 번씩 절을 올린다. 돗자리 위에서 우리는 슬픔과는 영 무관한 이야기를 한다. 작년의 농담을 반복하면서.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을 말없이 응시하다가 자리를 턴다. 지난해에 가지치기했던 나무는 이전과 동일해져서 우리는 꼭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되돌아온 것만 같다. 산소에 다녀오면 큰아버지는 한동안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영혼이 드나들 수 있도록. 산 자의 몸에 붙어온 영혼이 다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그 얼굴들을 보고 온 날이면 무덤보다도 할 말 없는 사이가 친밀하지 않은 사이는 아니라고 이해한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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