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기후변화란 무엇인가?
기후변화는 세계 불평등, 환경파괴, 안보 불안과 함께 21세기의 주요 과제다. 문제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경제, 사회, 역사, 지정학, 정치, 법, 보건을 비롯한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는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과거 세계 기후변화에서의 온실가스GHG의 역할,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의 증가 원인, 온실가스가 위험한 오염물질로 여겨지는 이유를 살펴본다. 또한 지금까지의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및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순위 변동을 알아본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역할을 알리고 이 기관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최신 증거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평가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지구의 자연적인 온실효과
지구의 온도는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와 우주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균형을 맞추며 결정된다. 태양에너지는 단파복사주로 가시광선과 자외선복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무리 없이 대기를 통과한다. 유일한 예외는 고에너지 자외선인데 이것은 대기 중 오존에 의해 흡수된다. 태양에너지의 3분의 1은 곧바로 우주로 반사된다. 나머지 에너지는 지표면에 흡수된다. 이 에너지는 땅과 바다를 데우고 이 열기는 장파 적외선 혹은 ‘열’복사를 통해 다시 방출된다.
수증기,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같은 가스는 이 장파복사 중 일부를 흡수해 대기를 따뜻하게 데우므로 온실가스라고 불린다. 온실효과는 대기 중에서 측정 가능하며 실험실에서도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있다. 이 자연적인 온실효과가 없다면 지구 기온은 지금보다 적어도 35도 낮아져 열대지방의 평균기온이 영하 10도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산업혁명 이래, 우리는 수억 년간 매장되어 있던 화석연료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연소함으로써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대기에 방출해왔다. 이론 인해 ‘온실효과’가 증가했고 지구 기온이 상승했다. 우리는 사실상 화석화된 태양광을 태우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기후
지질시대의 기후변화는 해양 및 호수의 침전물, 빙하코어, 동굴 퇴적물, 나무의 나이테 등 여러 자료를 통해 재구성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자료에 따르면 지구 대기는 지난 5000만 년간 서서히 차가워졌다. 에오세Eocene世의 온난하고 정적이었던 일명 ‘온실 세계’가 오늘날의 서늘하고 역동적인 ‘냉동고 세계’로 바뀐 것이다. 급격한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가 이 책의 주제인데 지질학적 맥락에서 우리 지구가 아주 차가운 상태라는 건 언뜻 이상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거대한 빙상 및 북극해의 반영구적인 해빙海氷의 존재로 인해 세계의 기후가 온실가스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지구의 장기적인 냉각은 약 3500만 년 전 남극의 빙하 형성과 함께 시작되었고 약 250만 년 전부터 시작된 북반구 대빙하기로 인해 가속되었다. 대빙하기 이래, 세계 기후는 오늘날과 비슷하거나 약간 따뜻한 시기와 본격적인 빙하기 사이를 오갔으며 본격적인 빙하기에는 북미와 유럽에 두께 3킬로미터 이상의 빙상이 형성되었다. 250만 년 전부터 100만 년 전까지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는 4만 1000년이었고, 100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는 그 주기가 10만 년이다.
이러한 빙하기의 주기는 주로 태양에 대한 지구의 공전궤도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250만 년 전부터 대략 80퍼센트의 기간 동안 지구는 기온이 현재보다 더 낮았다. 가빙기에 해당하는 지금의 홀로세는 약 1만 년 전 시작되었으며 이는 각각의 빙하기 사이에 나타나는 잠깐 동안의 따뜻한 시기이다. 홀로세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갑작스럽고도 극적으로 시작되었다. 400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만에 지구 기온은 6도, 해수면은 120미터 상승했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3분의 1배, 대기 중 메탄은 2배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도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보다 훨씬 느린 것이다.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은 저서 『가이아의 시대The Ages of Gaia』에서 홀로세 같은 간빙기는 지구가 고열에 시달리는 상태를 의미하며, 지난 250만 년을 돌아보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이보다 훨씬 낮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러브록은 이미 고열에 시달리는 지구를 인류가 더 못살게 구는 것이 지구온난화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주요한 지구 기후변화는 『기후Climate: A Very Short Introduction』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 있다.
과거의 이산화탄소의 변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세계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 중 하나는 과거의 기후에 대한 연구다. 과거의 온실가스와 기온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는 남극과 그린란드에서 수집한 빙하코어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처음 내렸을 때의 눈은 가볍고 폭신하고 공기 함량이 높다. 눈이 더 많이 내리면 오래된 눈은 서서히 압축되어 얼음 형태로 바뀌는데, 이때 그 얼음 안에 일부 기포가 갇히게 된다. 과학자들은 고대의 얼음에 갇힌 공기를 추출해 과거의 대기 중 온실가스 비율을 측정할 수 있었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을 각 3.2킬로미터 이상 파내려갔고 이를 통해 지난 백만 년간 대기 중에 존재했던 온실가스의 양을 재구성했다. 빙하코어를 구성하는 얼음 속의 산소와 수소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이 얼음이 처음 응결될 당시의 기온을 추정할 수 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의 비율은 지난 80만 년간의 기온과 동일하게 변화했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적인 변화는 기온과 대기 중 온실가스 비율에서 모두 확인된다. 이 결과는 대기 중 온실가스와 전 세계 기온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증가하면 기온은 상승했고,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감소하면 기온은 하락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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