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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 위의 분당’이 원래는 빈민가였다고?
2000년대 성남시 개발 – 1971년 8·10성남민권운동
도대체 한국 영화에는 왜 그렇게 조폭이 자주 나오나
한국 영화, 그것도 부패한 정치인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꼭 조직폭력배가 등장합니다. 사실 웬만한 영화에는 항상 부동산 개발과 함께 조폭이 나옵니다. 2016년에 개봉한 한 누아르 영화에서는 “천당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안남가상도시!”이라는 집값 상승용 대사를 외치며 시장 선거에 나선 조폭 겸 부패정치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죠. 조폭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기법은 한국영화의 독특한 클리셰이자 사실주의적 묘사입니다. 해방 후부터 1980년대까지 수십 년간, 특히 건설 현장에서 깡패는 공기처럼 흔했거든요.
그중 정치깡패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상대방에게 불법적인 폭력을 저지를 때 고용하는 조직폭력배입니다. 정치깡패 중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는 드라마 〈야인시대〉의 주인공 김두한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김두한이 그랬듯 정치깡패가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는 나라였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법치주의가 자리 잡았으니까 조직폭력배가 사회 곳곳에 개입할 여지가 없냐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198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형사 절차가 피해자의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화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폭력조직과 경찰이 서로 협조하며 뇌물을 주고받거나 사건을 조작하는 풍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조직폭력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우리나라만의 가장 매력적인 특징이 뭐게요?
일반시민
글쎄요. 맛있는 음식? K-POP?
조직폭력배
밤 문화예요. 어떤 선진국에서 야밤에 이렇게 장사들을 해요? 어떤 선진국에서 이렇게 밤늦게까지 모여서 술을 마시냐고요. 다들 여섯시만 되면 가게 문 닫고 집에 가지. 휘황찬란한 도시 야경을 즐기며 시끌벅적하게 취하고 싶다? 웰컴 투 코리아!
일반 시민
아….
조직폭력배
그럼 그 밤 문화는 누가 시작했고, 누가 제공하고, 누가 관리하냐고. 예?
우리나라 폭력조직의 대표적인 수입원은 주류를 파는 음식점이나 클럽 같은 합법적인 유흥과 도박 및 성매매 등 불법적인 유흥입니다. 우리나라는 유흥산업이 발달해 있죠. 서울의 중심이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겨 오면서 건축과 재개발에 조직폭력배 용역이 많이 필요했고, 이는 이후 강남에 들어선 유흥산업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필요했던 대규모 경비인력도 폭력조직에서 댔다고 해요. 강남 개발에 이어 경기장 건설과 도시 미관 정비에 들어간 건설용역과 재개발 철거용역도 폭력조직의 일자리였습니다.
이런 추세는 2000년대에도 유지되었어요. 2006년 연구 결과를 보면 조직범죄집단의 주요 수입원은 ①유흥산업, ②용역깡패, ③불법 사행산업, ④음란사업 운영이에요. 여기에는 온라인 불법도박이나 음란사이트 개설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조직폭력배들이 이런 수입을 불법으로 얻느냐? 이제는 아니죠. 도박과 성매매를 제외하면 합법적인 건설사, 경비회사, 술집과 클럽 등을 통해 돈을 법니다. 폭력조직이 기업화한 거죠. 이들은 민간사업자나 정치인에게 고용되기도 합니다. 2012년 발생한 컨택터스 용역 폭력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컨택터스는 한 대선후보의 개인 경호를 맡기도 했던 경비회사입니다. 2012년 7월, 자동차부품공장에 고용된 경비용역 200여 명이 공장을 점거한 파업 노조원들을 무차별 폭행했습니다. 경찰이 감독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라 나중에 경찰이 징계를 받기도 했죠.
여기서 성남 이야기를 해볼까요? ‘천당 위에 분당’이라는 말은 단지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언론에서 단골로 사용하던 말이에요. 2008년까지는 성남 아파트 가격이 서울 아파트 가격보다 평균적으로 높았어요. ‘수도권 대표 부촌’으로 불렸죠. 그런데 이 부유한 도시는 지역정치인들이 부동산 비리나 조폭과 얽혔다는 의혹이 2000년대 들어 유독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그럴 만한 배경이 있는 법. 명백한 사실로 밝혀진 판교 개발 부정부패와 3,200억 원짜리 호화 청사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성남의 빈민가 시절 역사인 광주대단지 사건까지 들어가 볼게요.
21세기 정치 드라마의 주연 도시
― 2000년대 성남시 개발
2022년 3월, 20대 대선이 막을 내리자마자 시끌벅적했던 이슈가 있었죠. 바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입니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계속 사용하느냐, 용산 등지로 옮겨 가느냐를 두고 한바탕 설전이 있었습니다. 여당은 이전 비용이 1,200억 원 정도 들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야당은 용산의 미군기지나 다른 기관 이전 비용을 더하면 총 1조 원이 넘게 든다고 주장했습니다만, 어쨌든 여당이 말한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 가는 데 든다는 비용보다 2010년 성남시청 건설 비용이 약 세 배 높습니다. 얼마나 돈을 많이 썼는지 감이 올 거예요.
그럼 도대체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썼냐, 쓸 수 있는 돈이 그렇게 생겼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것 아니냐 하는 의문이 자연스레 생깁니다. 아무리 엉성해 보여도 정부 예산은 쓸 곳이 미리 정해져 있어서 마음대로 빼먹기 어렵거든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죠.
성남시민
청사에 무슨 핵융합로 설치했어요? 청사 한 채 짓는데 왜 그 많은 돈이 드냐고요.
성남시청
그게 토지비가 1,753억 원 들고, 건축비는 1,636억 원 들고….
성남시민
그러니까 그 돈이 어디서 났는데….
성남시청
판교신도시 건설하려고 2003년부터 모은 돈에서 빼먹었어요.
2021년 기준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43.6%입니다.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50%대 후반에서 70%까지 오가는 모범 지자체예요. 성남시의 재정수입은 판교와 분당에 자리 잡은 IT 대기업과 첨단산업단지로부터 옵니다. 법인세는 물론 판교·분당에 사는 사람들의 재산세와 자동차세,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담뱃세까지 모여 성남시의 재정을 튼튼하게 해주지요.
성남의 판교신도시는 도시의 자급자족 기능을 강화한 2기 신도시입니다. 2003년 건설하기 시작한 2기 신도시는 일자리를 갖추고 있어야 도시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기에 주택과 산업단지의 조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한마디로 판교는 처음부터 IT 테크노밸리를 기획하고 설계됐습니다. 1기 신도시의 대표 도시인 분당은 물론이고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맞닿아 있어 강남 접근성도 아주 좋아요. 중앙정부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성남시에 돈을 투자할 법하지요.
그런데 성남시장은 투자받은 판교신도시 개발 비용에서 5,200억 원을 빼내서 신도시 개발과는 상관없는 다른 사업에 써 버립니다. 성남시 예산에서 3,200억 원이 청사를 짓는 데 사용되다 보니 다른 사업을 할 돈이 모자라서 판교 예산에서 돈을 빼 쓴 거죠. 보통 고의로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은 하나만 하지 않습니다. 당시 성남시장은 판교 업무지구 개발에 참여할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았습니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불법으로 인허가를 내주기도 했어요. 불법 인사와 관급공사 개입 혐의, 즉 시 예산 횡령과 뇌물수수로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이후 새로 성남시장에 당선된 사람이 바로 20대 대선후보였던 이재명이에요. 그는 2010년 당선되자마자 전임 시장의 횡령 때문에 예산이 모자라 중앙정부와 LH에 돈을 갚을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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