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언젠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글로 쓰이는 날이 올 것이다.
문제는 그 이야기가 얼마나 근사하게 혹은 형편없게 쓰이느냐는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친구와 가족은 물론이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후손들에게 당신에 관한 전혀 다른 초상이 전해질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가 공정하고 정확하며 흥미로운 데다 영감마저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지, 그 이야기를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얼마나 더 나은 삶을 살게 될지를 다룬다.
마냥 손을 놓고 있다가 전부 운에 맡겨버린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이 지구상에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첫 번째는 1퍼센트에 해당하는 유명인의 경우다. 영화배우나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운동선수, 거물급 정치인, 《포춘》 선정 100대 기업의 최고 경영자, 에어프라이어 발명가 같은 유명인들의 경우라면, 전문 기자들이 그들의 삶을 몇 문장으로 요약해 부고를 쓸 것이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에 완전히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만일 그들이 생전에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썼거나 육성으로 이야기한 적이 있다면, 기자들은 사실에 한결 가까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보다 자기 이야기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재는 나 같은 나머지 99퍼센트의 경우다. 이 경우에 당신의 이야기는, 슬픔 속에서 장례 문제를 급하게 처리하느라 정신이 혼미해진 가족이나 친구의 손에 급조될 가능성이 크다. 글쓴이가 선의로 이 작업을 맡았더라도, 그의 묘사 속 인물은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의 모습일 수 있다. 글쓴이는 당신이 생전에 털어놓은 흥미로운 일들을 불완전하거나 흐릿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어김없이 심각하고 따분할 수밖에 없고, 당신이 진정 어떤 사람이었는지,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지, 어떤 배움을 얻었는지, 무엇을 성취했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신문에 좁쌀만 한 글씨로 부고를 싣고 ‘레거시 닷컴Legacy.com’ 같은 온라인 추모 공간에 빈약한 기록으로나마 격식을 차려 망자의 삶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것이다.
나의 인생 이야기, 우리의 인생 이야기가 이보다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이유로 이 책에서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쓰는 방법, 우리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일을 대신 마무리해야 하는 사람에게 최소한 메모나 음성 녹음을 남기는 방법을 설명한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유언장 작성이나 다락방 청소처럼 성가신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어쩌면 즐거운 일일지도 모른다. 뜻밖의 성과를 얻을 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인쇄물과 온라인에 등장할 우리 삶의 요약본이 적어도 우리가 원하는 성적표에 가깝도록 모양새를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좀 더 높게 잡아보자. 이 책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아직 살아 있는 동안의 자신을 위해만약 당신이 아직 젊다면 더더욱!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간결한 회고록이나 자서전처럼 길게 쓰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제껏 살아온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일을 성취하기 위한 방향으로 자신이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우리가 남길 짧거나 긴 이야기에는 동일한 스토리텔링 기법이 적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쓰기 전에 나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여러분도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었는가?
임종을 앞두고 인생 이야기를 고쳐 쓰기엔 너무 늦었다고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 종종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들이다.
수많은 인생 이야기를 요약해서 이 책에 담았다. 인생 이야기를 쓰는 법과 그 이야기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나는 부고 기사를 쓰면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로 낙관적이라는 믿음을 더욱 강하게 품게 되었다. 단지 그들이 세상만사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착각에 빠져 살았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견뎌내면서 성공법을 찾았고, 비관적인 증거들이 넘쳐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은 어쨌든 세상이 계속 돌아가리라 확신했다. 낙관주의와 성공의 연관성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닐뿐더러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치다.
자신이 곤경에 빠졌거나 인류애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단정 짓는 사람들은 이불 밖으로 나와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동기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동안에도 세상에서 전해지는 뉴스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하나 있다. 먼저 신문 1면을 펼쳐 최근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자. 그러고 나서 부고란을 펼치고 자신을 다잡는 것이다. 부고 기사를 읽다 보면 가장 암울한 시기에도 인간의 본성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면서 더욱 견고해진 낙관주의를 품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성공하는 법과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법, 생계를 꾸리는 법, 사랑에 빠지는 법, 자신의 수중에 떨어진 횡재를 나누는 기쁨을 알아가는 법을 발견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이르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글로 남기려고 마음먹지만, 대다수가 실제 행동으로 옮길 시간까지는 내지 못한다. 글을 써서 인생을 정리하는 일이 다른 일보다 덜 시급하고 하찮게 보여서일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을 위해 이 책에서는 문학적 재능 없이도 적당한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실제 인생 이야기들을 통해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 좋은 이야기가 되는지도 보여준다. 이 책이 끝날 때쯤이면 당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는 것이 괴로운 일도, 뻔뻔한 일도 아니며 허영심에 찬 과시도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당신의 삶을, 그리고 당신 이야기를 읽고 배움을 얻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실천이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나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부고를 쓰는 기자로 알려져 있다. 내가 쓰는 부고 기사 대부분은 흥미롭고 주목받을 만한 삶을 살았지만,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부고다. 독자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었어요.”
아직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당신의 인생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롭고 매력적일 수 있다. 당신이 남긴 인생 이야기는 가족과 친구, 자신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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