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 집중력에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
(중략)
우리는 깊이 사고하는 능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나와 이 여정을 함께해야 하는 세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 차원에서 산만함으로 가득 찬 삶은 훼손된 삶이라는 것이다. 집중하지 못하면 이루고 싶은 일들을 이룰 수 없다. 책을 읽고 싶지만 소셜미디어의 알람과 불안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방해받지 않고 아이와 함께 몇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상사가 메시지를 보냈는지 보려고 초조하게 계속 이메일을 확인한다. 회사를 차리고 싶지만 질투와 초조함을 일으킬 뿐인 페이스북의 게시물들 사이로 삶이 흩어져버린다. 자기 잘못이 아닌 이유로 잠시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고요함차분하고 명료한 공간을 충분히 얻을 수 없는 듯 보인다. 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Michael Posner 교수가 실시한 한 연구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자 대다수가 평소에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시간이 단 한 시간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러한 상황이 몇 달에서 몇 년간 이어지면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망가진다. 우리는 자기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게 된다.
집중력과 관련해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자인 제임스 윌리엄스James Williams 박사옥스퍼드 대학에서 기술의 철학과 윤리를 연구한다를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영역에서든, 인생의 어떤 맥락에서든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면 적절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무언가를 해내기란 몹시 어려워요.” 그는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싶다면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커다란 양동이에 가득 담긴 진흙을 앞 유리창에 끼얹었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 사이드미러를 부수거나, 방향을 놓치거나,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겪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문제를 걱정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앞 유리창을 깨끗하게 닦는 것이다. 그러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집중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주제를 숙고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집중력의 분열이 개인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집중력 문제는 사회 전체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하나의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기후위기 같은 전례없는 걸림돌과 장애물에 직면해 있으며, 이전 세대와 달리 이 같은 심각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집중력이 떨어지면 문제 해결 능력도 저하된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사람이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진짜 문제를 파악해 공상과 구분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만큼 긴 시간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시민의 능력을 요구한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온전히 기능하는 사회를 만들 능력을 잃게 된다. 집중력의 위기가 1930년대 이후 가장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와 동시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단순한 권위주의적 해결책에 쉽게 이끌리고, 그러한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와 스냅챗을 오가느라 주의력을 박탈당한 시민으로 가득한 세상은 위기가 연달아 발생해도 그중 무엇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집중력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세 번째 이유는 내게 있어 가장 희망적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면 그것을 바꾸기 시작할 수 있다. 내 생각에 20세기 가장 훌륭한 작가인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문제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이 위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다시 없앨 수 있다.
시작에 앞서 이 책에서 제시할 정보를 모은 방법과 그 정보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책의 자료를 조사하면서 방대한 양의 과학 연구를 읽은 다음 가장 중요한 증거를 수집했다고 판단되는 과학자들을 인터뷰했다. 여러 다양한 과학자들이 집중력을 연구했다. 그중 한 집단은 신경과학자들로, 책에서도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집중력이 변하는 이유를 가장 많이 연구한 사람들은 생활 방식의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개인 및 집단의 차원에서 분석하는 사회과학자들이다. 나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사회과학과 정치과학을 공부하며 사회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를 해석하는 방법과 이들이 제시한 증거를 평가하는 방법, (바라건대) 이와 관련해 면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을 철저히 훈련받았다.
이 과학자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와 그 이유에 관해 종종 서로 다른 의견을 낸다. 그건 사회과학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극도로 복잡한 생물이기 때문이며, 무엇이 집중력에 영향을 미치는지처럼 복잡한 문제를 판단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사실은 분명 집필 과정의 큰 어려움이었다. 완벽한 증거를 기다리면 영원히 기다리기만 하게 될 것이다. 이 학문이 부정확하고 허약할 수 있으므로 조심히 다뤄야 한다는 사실을 늘 의식하는 한편,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훌륭한 정보를 근거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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