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식물이라는 섬뜩한 생물
1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불사신 괴물!?
SF 영화에는 가끔 불사신 괴물이 등장한다. 그런 괴물의 팔은 잘려도 다시 자라난다. 머리를 날려 버려도 다시 생긴다. 몸을 두 동강이 내서 숨통을 끊어 버린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살아난다. 만약 당신의 눈앞에 그런 생물이 나타났다면 어떨까?
게다가 그 괴물은 인간이 만들어 낸 그 어떤 괴물보다도 기묘하게 생겼다. 몸에는 뼈가 없다. 눈도 코도 없고 뇌도 없다. 사실 이런 기묘한 괴물들은 당신 주변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그 괴물의 정체는 바로 ‘식물’이다.
식물은 가지가 떨어져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줄기를 꺾거나 뿌리째 쓰러뜨려도 아픔이나 고통을 느끼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재생한다. 식물도 우리와 같은 생물이다. 하지만 그 생김새는 우리와 완전히 딴판이다. 인간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기묘하고 섬뜩하다.
인간은 조직마다 각기 맡은 역할이 정해져 있다. 뇌는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눈은 사물을 보기 위해 존재한다. 손으로 물건을 잡기 위해, 발은 걷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눈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뇌가 없으면 죽는다.
그런데 식물은 다르다. 식물의 지상부는 ‘잎과 가지’라는 기본 구조를 반복해서 마치 장난감 블록을 쌓아 올리듯 몸을 만든다. 몸 일부분을 잃는다 해도 다시 블록을 쌓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식물은 좌우 상관없이 뻗어 나가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고, 크기도 마음대로 조절한다.
또한 인간의 뇌나 눈, 위장이나 발처럼 조직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기본 단위만 있다면 아무 데서나 자극을 받고 반응하거나 광합성을 하며 성장할 수가 있다.
식물이 기묘한 생물처럼 보이는 이유
원래 생물의 기본 구성단위인 ‘세포’는 각종 기관이 되기 위한 정보를 DNA로 갖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뇌가 되는 세포나 위가 되는 세포처럼 역할이 주어지고 조직화되어 기관이 된다. 이것을 ‘분화’라고 한다. 식물의 세포도 분화를 하지만, 동물만큼 명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식물은 상처가 나면 분화는 하지만 바로 조직화하지 않는 세포, 즉 캘러스로 상처를 막는다. 이것을 ‘탈분화’라고 한다. 이 캘러스에서 특별한 신호가 오면 뿌리를 재생하기도 하고 싹을 재생하기도 한다. 캘러스에서 새로운 기관을 재생하는 것을 ‘재분화’라고 한다. 이처럼 식물의 세포는 탈분화와 재분화를 쉽게 하므로 세포 하나만 있어도 시험관에서 세포를 배양하여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식물이 상당히 기묘한 생물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리 인간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 그럴 것이다. 인간은 모든 정보를 뇌 한곳에 모아 그 뇌가 판단하고 행동에 옮기도록 진화된 생물이다. 그런데 모든 생물이 이와 같지는 않다. 예컨대 어떤 곤충은 정보를 처리하는 뇌가 몸통이나 다리 마디 등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다. 그래서 재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처럼 주저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곤충의 입장에서는 뇌가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상당히 기묘한 생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식물의 관점에서도 인간은 뇌가 없으면 살지 못하는 매우 기묘한 생물로 보일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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