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비행의 꿈
때로 새처럼 나는 꿈을 꾸지 않는지? 나는 그런 꿈을 꿀 뿐 아니라, 무척 좋아한다. 꿈속에서 힘들이지 않고 숲 위를 활공하며 쑥 치솟았다가 휙 내리꽂히면서, 삼차원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장난을 친다. 우리는 컴퓨터 게임과 가상 현실 안에서 상상한 대로 높이 떠올라서 환상적인 마법의 공간을 날아다닐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이 아니다. 과거의 몇몇 위대한 인물들,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새처럼 날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고, 비행을 도울 기계를 설계한 것도 놀랍지 않다. 우리는 이 오래된 설계도 중 몇 가지를 뒤에서 살펴볼 것이다. 그런 기계들은 작동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작동시킬 수조차 없었지만, 그래도 꿈을 죽이지는 않았다.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비행을 다룬다. 인간이 지난 수백 년에 걸쳐서, 그리고 다른 동물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서 발견한 중력에 맞서는 온갖 방법들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비행을 생각할 때 두서없이 저절로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과 개념도 짬짬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곁다리로 흐르는 생각은 더 작은 활자로 구분했으며, 굵은 글자로 적은 ‘그런데……’로 시작할 수도 있다.
가장 환상적인 환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2011년 〈AP〉 통신은 77퍼센트의 미국인이 천사가 있다고 믿는다는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슬림도 천사를 믿게 되어 있다. 천주교도도 전통적으로 모든 이에게 그들을 돌보는 수호천사가 있다고 믿는다. 모든 천사는 날개가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날개를 움직이며 우리 주위를 난다. 『아라비안나이트』에는 마법의 양탄자가 등장하는데, 그 위에 앉아서 가고 싶은 목적지를 떠올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그곳에 도착할 수 있다. 전설 속의 솔로몬 왕에게는 빛나는 비단실로 짠 양탄자가 있었는데, 무려 백성 4만 명을 태울 수 있을 만큼 컸다고 한다. 그 위에 올라서 바람에게 명령하면, 원하는 곳으로 바람이 운반했다. 그리스 신화에는 날개가 달리고 품격 있는 백마 페가수스가 나온다. 페가수스는 괴물인 키메라를 죽이는 임무를 맡은 영웅 벨레로폰을 태웠다. 무슬림은 예언자 무함마드가 하늘을 나는 말을 타고서 ‘밤 여행’을 했다고 믿는다. 무함마드는 날개가 달린 말처럼 생긴 동물인 부라크를 타고서 메카에서 예루살렘까지 순식간에 날아갔다. 부라크는 대개 그리스 신화의 켄타우로스처럼 사람의 얼굴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밤 여행’은 우리 모두가 꿈속에서 경험하는 것이며, 비행하는 꿈을 비롯하여 우리의 꿈 여행 중에는 적어도 무함마드의 여행 못지않게 기이한 것들도 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는 밀랍으로 깃털을 팔에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교만해진 나머지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갔다. 그러자 열기에 밀랍이 녹았고, 추락해 죽었다. 자만하지 말라는 훌륭한 경고다. 물론 현실에서라면 그가 더 높이 올라갈수록 주위가 뜨거워지는 것이 아니라 차가워졌을 것이다.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서 허공을 붕붕 날아다닌다고 한다. 최근에 해리 포터도 빗자루를 타는 무리에 합류했다. 산타클로스와 순록은 12월에 쌓인 눈 위를 날면서 이 굴뚝에서 저 굴뚝으로 빠르게 돌아다닌다. 명상 지도자와 수도자는 가부좌 자세로 수련을 하고 있으면 몸이 바닥에서 떠오른다고 주장한다. 공중 부양은 아주 인기 있는 속설이다. 거의 무인도 농담만큼 많이 풍자만화에 등장한다. 『뉴요커The New Yorker』에 실린 만화는 내 마음에 딱 든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높은 벽 위쪽에 나 있는 문을 바라보고 있다. 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전국 공중 부양 협회’.
아서 코난 도일은 법의학적으로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인 셜록 홈스를 창조했다. 홈스는 소설 속 최초의 탐정에 속한다. 도일은 가공할 인물인 챌린저 교수도 창조했는데, 잔혹할 만치 합리주의적인 과학자였다. 도일은 분명히 두 인물에 경탄했지만, 정작 자신은 두 주인공이라면 조소를 보냈을 만한 유치한 사기에 속아 넘어갔다. 말 그대로 유치했다. 날개 달린 ‘요정’을 찍은 양 사진을 꾸민 두 아이의 장난에 속았으니까. 사촌 간인 엘시 라이트Elsie Wright와 프랜시스 그리피스Frances Griffiths는 책에서 요정 그림을 오려 내서 마분지를 덧댄 뒤 정원에 매달았다. 그런 다음 각자 그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도일만 속은 것이 아니다. 이 ‘코팅리 요정’ 장난에 속은 많은 이들 중에서 그가 가장 유명 인사였을 뿐이다. 심지어 그는 『요정의 등장The Coming of the Fairies』이라는 책까지 썼다. 책에서 그는 날개 달린 작은 요정들이 나비처럼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닌다는 믿음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성깔 있는 챌린저 교수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벌컥 화를 냈을 것이다. “요정은 어느 조상에게서 진화했을까? 유인원으로부터 평범한 인류와 별개로 진화했을까? 날개는 진화적으로 어디에서 기원했을까?” 도일은 해부학을 어느 정도 아는 의사였으므로, 요정의 날개가 어깨뼈나 갈비뼈의 돌기물로서 진화했는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기관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 눈에는 사진이 위조되었다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도일을 옹호하자면, 당시는 포토샵이 등장하기 오래전이었고 ‘카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였다.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인 우리는 사진이 위조하기 아주 쉽다는 것을 잘 안다. 훗날 ‘코팅리’ 사촌들은 70세가 넘어서 장난이었다고 인정했다. 코난 도일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다.
꿈은 계속된다. 매일 인터넷을 날아다닐 때마다 우리의 상상은 솟구친다. 영국에서 내가 단어를 입력하면, 그 단어는 ‘날아올라’ 클라우드로 들어가서 미국의 어느 컴퓨터로 ‘날아내릴’ 준비를 한다. 나는 빙빙 도는 지구의 이미지에 접속하여 옥스퍼드에서 호주로 가상으로 ‘날아갈’ 수 있고, 도중에 방향을 바꾸어서 알프스와 히말라야산맥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나는 과학 소설의 반중력 기계가 현실에 등장할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 내가 볼 때 의심스럽기에 그 가능성은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련다. 이 책에서는 과학적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말 그대로 탈출하지는 않으면서, 중력을 길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살펴볼 것이다. 인간이 기술을 써서 단단한 땅에서 날아오르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일시적이거나 일부이긴 하지만, 어떻게 중력의 독재로부터 벗어날까? 하지만 먼저 동물이 땅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과연 좋은 일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자연에서 비행은 어디에 좋은 것일까?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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