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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과 놀이와 쉼이
어우러지는 공간 만들기
세종 솔빛초등학교
개교 학교를
‘우리 모두의 학교’로
‘우리 학교’를 만들어 가는 구심점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고 세종시교육청이 개청하면서 세종시에는 50여 개가 넘는 개교 학교가 지어졌다. 솔빛초는 2019년에 개교한 학교로 개교 학교의 특성상 빈 공간이 많아 학교의 비전과 철학에 따라 공간 재구조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즉 학교의 공간을 채우는 일이 학교 공간 혁신 사업과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이다. 교사들은 ‘학교 공간은 교육 과정을 담을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이라는 철학을 토대로 교육 과정과 학생의 삶을 연결하는 공간 혁신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학교 공간 혁신 사업 전부터 시작한 ‘놀이터 재구조화 TF 팀’의 활동과 ‘학교 규정 만들기’ ‘교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험은 학교 공간 혁신에 자신감을 더해 주었다. 학교 공간 혁신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설계 과정에 참여해 다양한 학교 공간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제 막 개교한 학교에 전학 온 학생과 전입 교사 그리고 학부모에게 학교 공간 혁신의 과정은 힘든 일이 아니라 ‘우리 교실, 우리 학교’를 만들어 가는 좋은 구심점이 되었다.
먼저 교사들과 모여 솔빛초의 학교 공간 혁신 목적과 기본 방향을 네 가지로 정했다. 또한 이 방향성을 잊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 학교는 교육 과정을 담을 수 있는 배움의 공간이어야 한다.
○ 학교 공간을 통해서 배움과 쉼, 놀이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 학교 공간을 통하여 학생들은 서로 만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 학교는 학생들이 교육의 공공성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한 사용자 참여 설계과정*
*학교 공간 혁신을 위한 사용자 참여 설계 6단계 과정은 씨 프로그램C-program ‘배움의 공간’ 프로세스를 참고했다.
사용자 참여 설계 과정은 ‘시작하기, 이해하기, 탐험하기, 상상하기, 만들기, 돌아보기’의 여섯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시작하기’ 단계에서는 TF 팀을 구성하고 사업 개요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며 전체적인 학교 공간 혁신 진행 일정을 협의한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일정은 학생과 교사의 수업 일정이다.
두 번째 ‘이해하기’ 단계에서는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 교사들의 생각 그리고 학부모들의 생각을 듣고 서로 공유한다. 이후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학교의 이곳저곳을 관찰 및 조사한 후 모둠 협의를 진행하고 공간 탐방인사이트 투어 계획을 세운다.
세 번째 ‘탐험하기’ 단계에서는 공간 탐방을 진행한 다음 학교 공간을 관찰한 내용과 공간 탐방 결과를 정리하여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이때 담당 교사와 전문가는 그 의견을 분류하고 수합하는 역할을 한다. 그 후 학교 공간에 대한 워크숍과 설문 조사 등을 진행하여 대상이 될 공간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한다.
네 번째 ‘상상하기’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하는 단계이다. 이전 단계를 거치며 정리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는 스케치와 모형 제작, 콜라주 등의 방법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건축사는 수합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기본 디자인을 입혀 다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 단계까지는 주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와 노력이 중요하지만 다섯 번째 단계인 ‘만들기’부터는 전문가가 바빠지는 시간이다. 건축사는 지금까지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시공·감리 등을 진행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 ‘돌아보기’ 단계에서는 실제 변화된 학교 공간을 사용한 후 학교 구성원에게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발생하면 건축사와 함께 이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간다.
새로운 학교 공간을
상상하다
시작하기: 역할 나누기와 일정 협의하기
학교 공간 혁신의 주체는 크게 학교 구성원과 전문가건축사, 촉진자 그리고 행정 담당자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교사들로 공간 혁신 TF 팀을 꾸렸다. TF 팀은 총 네 개의 분과로 나누었는데 기획분과는 참여형 설계 기획을, 연수 분과는 교육 과정 재구성을, 추진 분과는 학생, 교사, 학부모를 위한 공간 수업 자료 제작을, 지원 분과는 공간 혁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았다.
건축사는 교사와 학생의 생각을 연결하여 전문적이고 실현 가능한 디자인으로 압축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는 자신의 의견과 학교의 가치, 비전을 공간에 담는 구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건축사는 학교에 특화된 디자인을 제안하는 등 최종 설계 도면이 완성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학교 공간 혁신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사람은 촉진자*이다. 촉진자는 학교 구성원과 행정 담당자, 전문가라는 세 주체를 연결하고 사용자 참여의 전반적인 진행을 맡아 워크숍, 공간 교육, 디자인 제안 및 조정을 하는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입찰과 예산 집행, 공사 진행 과정에서는 행정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후 네 주체가 모여 전체적인 일정을 협의하는데 이때 공간 수업 계획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솔빛초는 전 학년이 모두 참여하되, 각 학년의 특성에 맞게 주제를 달리하여 공간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1학년은 ‘함께 만드는 우리 학교’ 2학년은 ‘학교 한 바퀴, 안녕!’ 3학년은 ‘학교의 주인은 우리’ 4학년은 ‘공간, 새로운 발견’ 5학년은 ‘공간, 관계를 맺다’ 6학년은 ‘꿈꾸는 건축가’라는 주제를 정했다. 6개 학년 중 5학년이 중심 학년으로 활동했는데 5학년 공간 수업의 총 시수는 28시간으로 실과, 국어, 미술 교과와 창의 체험 활동 시간을 통합하여 재구성했다.
*촉진자퍼실리테이터, Facilitator
학교 공간 혁신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주로 준비·기획, 참여 설계, 설계·시공의 단계에 합류하며 건축 교육 전문가, 건축사, 공간 디자이너, 문화 기획가 등이 촉진자로 참여한다. 경우에 따라 건축사가 촉진자 역할을 겸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학교 공간을 다시 보고, 함께 생각을 나누며
전학 온 지 한 학기 정도 지난 5학년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솔빛초등학교’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 보았다. ‘축구, 맨발 걷기, 뛰어놀기, 버스킹, 물, 함께, 솔방울, 산, 나무, 놀이방, 꽃, 빛나게, 깨끗이, 즐겁게, 신나게, 사이좋게’ 등 학교가 숲과 가까이 있는 탓인지 자연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장면을 표현하는 단어들도 다수 나왔다. 학교 공간에 대한 교사들의 생각을 물으니 ‘감수성, 의사소통, 문제 해결, 자치, 소통, 편안함, 건강, 상상력, 존중, 자유, 이해, 공감, 어울림, 자연, 감성’ 등 솔빛초의 비전과 교육 목표에 가까운 단어들이 답으로 많이 나왔다. 아마도 학생들이 편안한 학교 공간에서 충분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학교 공간에 대한 학부모의 생각을 들어 봤다. 학부모들은 학교 안의 비어 있는 넓은 공간에 학습과 연계된 놀이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과 기존의 계단식 아트홀이 보다 복합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변하길 바라는 마음을 주로 표현했다.
공간 수업은 눕거나 물구나무를 선 상태로 교실 공간을 보는 등 평소 하지 않았던 자세로 공간을 새롭게 관찰해 보는 수업을 시작으로 진행해 나갔다.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학교 안의 장소를 돌아다니며 새롭게 필요한 공간과 변화가 필요한 공간이 어디인지 찾아보는 활동을 했다.
관찰을 마친 후 학생들은 촉진자와 만나 공간을 탐색한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해당 공간이 가진 느낌과 변화에 대한 기대를 모아 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중앙 현관 로비, 아트홀, 교실 앞 복도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았고, 이 외에도 도서관, 다모임실, 뒤뜰, 운동장 등 학교 내의 다른 공간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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