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서 제발 이런 원색적이고 처절하며 잔인한 말은 하지 마시기를.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 거야!”
아, 나도 안다. 지금 이 시대에 행정직만큼 선망하는 게 없다는 것을.
제1장
정의
공무원이란 무엇인가? 어느 직급에서 시작해서 어느 직급에서 끝나는가?
1830년 정치 개념에 따르면, 공무원 계급은 관공서 수위는 포함하지만, 장관에서 끝나지 않는다. 코르므냉 씨는 프랑스 국왕이 1천200만 프랑의 급료를 받는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 보인다. 오, 세비의 은총 있으라! 다만 국왕은 거리 한복판에서 인민에 의해, 그리고 의회의 투표에 의해 당장 직위 해제될 수 있는 자다.
프랑스의 모든 ‘정치기계’는 300프랑을 받는 도로 인부나 산림 감시원부터 1천200만 프랑을 받는 치안판사 사이이다. 그리고 1천200프랑을 받는 관공서 수위부터 1천200만 프랑을 받는 국가원수 사이에서 작동한다. 이런 숫자 사다리를 기준으로 권력을 가진 자와 의무를 가진 자, 나쁜 대우를 받는 자와 좋은 대우를 받는 자가 결정된다.
자, 이것이 바로 돈 이외에는 아무것도 믿지 않고 세법과 형법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이 생리학은 정치 원칙에 있어 상당히 높은 도덕관을 가지고 있기에 위와 유사한 교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코르므냉 씨는 양심이 있고 두뇌가 있는 양반이지만 참 나쁜 정치인이다. 그나마 그의 풍자문이 해낸 어마어마한 선행 때문에 그를 용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세비를 받는 것만큼 몰상식한 일이 없다는 것을 그가 탁월하게 반증했으니 하는 말이다. 이제 프랑스와 나바르의 왕은 가신들에게 자기 일을 그냥 맡길 수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봉급은 아니어도 약간의 땅이라도 줘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그런데 이런 질문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공무원을 이런 식으로 정의한다는 것은, 인간과 자리를 조합하는 데 있어 상당히 미심쩍은 게 있다는 말이다. 물론 프랑스 국왕은, 저명한 코르므냉 씨가 암묵적으로 주장한, 그런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적어도 국왕은 권좌를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비 없이도 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술트 원수는 프랑스 고위 장성들의 정치적 상황을 충분히 걱정하면서 이를 공개적으로 피력했지만, 이 대大군의 능수능란하지 못한 연설 솜씨로는 충분히 설득할 수 없었다.
물론, 군인은 공무원이 아니다. 자리를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있는 자리도 별로 없다. 일은 많이 하는데 소총 같은 무기 말고 손에 만져본 쇠붙이는, 그러니까 ‘쩐’錢은 너무 없다.
이 악의적 비평에 따르면, 공무원은 사무용 책상에 앉아 온종일 뭔가를 끼적이는 자다. 사무용 책상은 한마디로 그가 사는 알껍데기이다. 공무원이 없으면 책상도 없다. 그런데 업무 차원에서 보면, 세관원은 중립적 존재이다. 반은 군인이고 반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양쪽에 책상과 무기를 두고 그 중간쯤에 서 있는 셈인데, 어찌 보면 딱히 군인도, 공무원도 아니다.
그러면 공무원은 어디서 끝나는가? 중차대한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도지사는 공무원인가? 이 생리학은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명제1
공무원은 어디서 끝나고, 정치인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지사들 가운데 정치인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사는 국가 지도자의 위계질서에서 중간항에 속한다고 조심스레 결론지을 수 있다. 세관원이 시민인 동시에 군인인 것처럼, 다시 말해 중간항인 것처럼 지사는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이 차원 높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수학 명제처럼 도식화해 보면 좀 더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명제2
봉급이 2만 프랑을 웃도는 공무원은 없다.
파생 명제1
정치인은 최고 대우의 봉급을 받는 자다.
파생 명제2
청장도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래서 의회 의원은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청장이 되는 게 훨씬 낫겠군.”
청장 네 명이 장관 한 명 몫을 한다. 공무원은 내부에서 실장까지 올라가야 끝난다. 따라서 이건 아주 잘 제기된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그 어떤 불확실성도 없기 때문이다. 규정될 수 없을 것 같던 공무원이 얼마나 잘 규정되는가.
공무원이 된다는 것은 정부를 위해 일한다는 의미이다. 가령 티에르 씨처럼 공무원이 되는 게 아니라 이들을 고용하는 자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솜씨 좋은 기계공이 바로 정치인이다.
프랑스 언어나 학예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직장의 우두머리는 고용된 직원이지만, 행정부 집무실의 우두머리는 관료, 그러니까 공무원이라는 것을.
이제 프랑스어 단어 ‘뷔로’Bureaux에 사무실부터 사무국, 집무실, 부서까지 이렇게 복잡 미묘한 수많은 의미가 중첩된 배경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판사는 웬만해선 파면당하지 않으므로, 하는 일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공무원 사회에 포함되는지는 미지수다.
이제 정의는 그만하기로 하자. 루이 18세 시대에 유명한 그 단어를 풍자하기 위해 다음 명제를 꺼내 보자.
명제3
공무원에 대해 정의할 필요는 있지만,
요지가 흐려질 수도 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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