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나는 쓸모 있는 사람보다
오늘 본 밤하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경칩
삼태기에 소거름을 담아
축축축축
감자밭에 뿌립니다
푹푹 날리는 흙먼지에
흙손으로 얼굴을 닦으며
숨을 내뱉습니다
밭에 다녀와 팽!
코를 풀면
소똥 냄새 밴
까만 콧물이 나옵니다
콧물 따라
하루가 빠져나갑니다
월요병과 가뭄병
회사에 다니니까 말이야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만 기다리게 되더라
농부는 월요병 같은 거 없지?
농사를 지으니까 말이야
비 오는 날이 일요일이야
그런데 요즘 하늘이 쉬는 날을 안 주네
회사원은 가뭄병 같은 거 없지?
수수밭
수수밭이라고 수수만 사나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쑥도 살고
내 팔뚝 따갑게 스치는 환삼덩굴도 살고
지구 저편까지 뿌리내린 쇠뜨기도 살지
수수밭이라고 수수만 자라나
온갖 들풀 씨앗이 내려앉아
수수보다 더 빨리 더 깊게
자라 버리는걸
수수밭은 내 마음 같아
키우고 싶은 것만
키울 수 없는 마음 같아
생강밭에서
투수 김수연 선수
솔방울을 야무지게 쥡니다
타자 정구륜 선수
날카로운 눈빛으로
괭이자루를 부웅부웅 돌리고 있습니다
김수연 선수 던졌습니다
정구륜 선수우
호오오옴런!
청년 농부들
함께 일하는 날에는
놀다가 해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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