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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시 네이스탯이 보여준 유튜브의 위력
어느 봄날 오후, 케이시 네이스탯Casey Neistat은 유튜브에 5분 22초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다른 많은 유튜버들이 그러하듯 그는 카메라를 빤히 쳐다보며 중요한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유튜브의 유명 인사라 그런지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대상이 특정 상품이든 사람이든 띄워주거나 끝장낼 수도 있는 그는 이 동영상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동영상은 뉴욕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 깔린 초고속 데이터 통신망을 타고 유튜브에 올라간 지 단 몇 초 만에 전 세계 40억 명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네이스탯이 운영하는 채널의 구독자들은 자신들의 유튜브 스타가 메시지를 전한다는 알림을 받았다.
세계 곳곳의 아파트 단지며 음식점이며 침실과 욕실에서 휴대전화가 띵, 웅, 삐 하고 울리면서 이 소식을 알렸다. 수십만 명이 즉각 네이스탯의 중대 발표를 지켜봤다.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줄무늬 금발을 한 네이스탯은 유튜버들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비판하는 언론을 향해, 특별히 한 기자를 지목해가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람들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이유가 물욕과 명예욕 때문인가, 아니면 순수한 표현 욕구 때문인가? 네이스탯이 던진 이 질문을 놓고 팬들은 동영상에 댓글을 달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유튜브는 인간 세상의 부자와 괴짜, 선남선녀와 미치광이를 흉내 낸 콘텐츠로 가득한, 영상과 음향 콘텐츠의 만화경이다. 유튜버들은 날이면 날마다 대중음악에서 정치까지, 유행에서 배관 작업까지, 자동차에서 낚시까지, 갖가지 주제로 찍은 영상을 마구잡이로 올린다. 비둘기 경주를 보고 싶은가? 단발머리로 매끈하게 자르고 싶은가? 체게바라를 주제로 토론하고 싶은가? 표준 중국어를 구사하고 싶은가? 아니면, 기타를 치고 싶은가? 유튜브는 뭐든 곧바로 알려준다. 옛날식으로 알사탕을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느긋이 쉬고 싶다고? 로프티 퍼수츠Lofty Pursuits 계정에 들어가 보라. 즉석복권 200장을 사서 꼼꼼하게 긁어대는 사람을 보고 싶다고? 검색창에 무어세이 스크래치카드Moorsey Scratchcards를 쳐서 결과를 확인해보라. 대박이 터졌는지 본전치기나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성 문제에 관한 조언을 하든, 축구의 한 장면을 올리든, 액션으로 가득한 블로그를 만들려고 화면을 줄줄이 이어 붙이든, 동영상 제작자는 19억 유튜브 사용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봐주고 소통하기를 원한다. 언젠가는 케이시 네이스탯처럼 온 세상을 주름잡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수백만 명의 팬들이 자신을 지켜보게 되면, 조회수와 함께 은행 잔고도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초대형 인플루언서가 되면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하루 내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유튜버는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아이들도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놀라운 성장을 알고 있다. 유튜브의 팽창 속도는 워낙 빨라서 비전문가는 그 규모를 정확히 가늠할 수조차 없을 종도다. 유튜브에 날마다 새로 올라오는 동영상은 약 57만 6,000시간 분량인데, 이는 넷플릭스와 비교했을 때 훨씬 많다.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석 달 동안 넷플릭스에는 781시간의 오리지널콘텐츠가 새로 올라왔는데, 쉬지 않고 봐도 32일이 넘게 걸리는 분량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유튜브에는 이 수치의 7만 배에 가까운 약 5,300만 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현재 유튜브의 동영상을 다 보려면 8069년까지 쉬지 않고 봐야 한다.
유튜브는 순식간에 화제로 떠올랐다. 약 10년 만에 덩치 큰 회색 컴퓨터 화면 속 괴짜프로그램에서 초박형 55인치 벽걸이형 TV로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5년 동안 유튜브 시청 시간은 하루 1억 시간에서 10억 시간으로 치솟았다.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69%가 이용하는 유튜브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동영상 서비스가 됐다. 인터넷 방문 순위도 구글에 이어 2위이며 페이스북보다 앞선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로 행하는 최초의 일이자, 한밤중에 전자기기를 내려놓을 때까지 실행하는 마지막 일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나른해질 때, 요 며칠간 들은 소문에 호기심이 생겼을 때, 아니면 최신 팝송을 듣고 싶을 때, 또는 말벌집을 없애는 법을 알고 싶을 때 우리는 유튜브를 본다. 2017년 11월 한 달만 해도 약 9,100만 명의 미국인과 2,100만 명의 영국인이 유튜브를 시청했으며 그들 중 상당수는 몇 시간 내내 유튜브에 머물렀다. 2018년 3월 1일 저녁 9시가 되자마자 유튜브를 시청한 사람 중에는 내 친구 사이먼 카워드도 있었다. 그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내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가장 유명한 유튜버 중 한 사람케이시 네이스탯을 뜻함 ― 옮긴이이 방금 네 얘기를 했어.”
케이시 네이스탯은 서른여덟 살밖에 안 됐지만 유튜브에서는 원로 대접을 받는다. 2003년 그는 아이팟 배터리를 교체 불가능한 형태로 출시하여 사용자들이 새 제품을 빠르게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애플의 전략을 폭로하는 동영상을 올려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폭로 동영상에 이어 그는 같은 소재로 독립 영화를 만들고, 미국의 케이블 방송인 HBO를 위해 8부작 쇼를 만드는 등 활동폭을 넓혀갔다. 마침내 2010년, 애플의 공개 시인과 사과를 요구하던 유튜브 경영진과 접촉하면서 그는 유튜브에 합류했다. 그에게는 1,000만 명의 구독자가 있지만, 실질적인 영향력 앞에서는 그 숫자도 무색해진다.
유튜버들을 위해 그가 마련한 자율형 협업 공간인 뉴욕 브로드웨이의 스튜디오 368에서 촬영한 문제의 동영상에서 네이스탯은 블룸버그에 기고한 내 기사를 따지고 들었다.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 중 96%가 어째서 광고로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미국의 빈곤선을 겨우 벗어나는 정도인지를 설명한 기사였다. 유튜브에 관한 것이면 스타며 생태계며 자금이며 뭐든 흠뻑 빠져 있는 기술 전문 기자인 나는 유튜브가 일부 출세 지향적인 블로거들이 기대하는 금광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네이스탯은 이에 불만을 퍼부었다. 사람들이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성 좋은 그는 구독자들을 좌지우지하는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지라 발언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렇다고 이 기사를 쓴 사람에게 악의적인 댓글은 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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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통상적인 미디어와 다르다. 도달 범위는 넓고, 콘텐츠는 다양하며, 연령층은 젊고, 영향력은 훨씬 강력하다. 그 모든 것이 대기업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유튜브가 광고를 탈바꿈시킨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포드와 아우디 같은 거대 자동차 회사에서부터 P&G와 같은 거대 생활용품 제조업체들까지 더는 TV 프로그램 앞뒤나 중간 시간을 싸서 광고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든 자기 펜을 거느린 크리에이터creator를 통해서든, 특정한 시청자 개개인을 대상으로 직접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신 아이폰 모델에 관한 생생한 평가를 보고 싶다고? 유튜브를 보면 된다. 애플은 최신 기기에 대해 전통적인 미디어의 평가보다 유튜브에 올라온 소수의 평가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는 힘의 균형이 전통적인 방송사에서 유튜브로 확실히 옮겨갔음을 말해주는 뚜렷한 증거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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