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나에게 스며드는 말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 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허게 생각되더라….” (12권 122쪽)
서러운 사람이 많아 위로가 되고
식민지 조선에서 간도 땅으로 흘러들어온 ‘주갑’이란 사람의 심정입니다. 간도間島는 그 이름처럼 청나라와 조선 사이에 놓인 땅입니다. 그곳이, 일제강점으로 제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피신처가 되었고 제 땅을 떠난 사람들의 새로운 모색처가 되었습니다. 그런 간도에서 ‘주갑’은 서러운 사람이 많아 위로가 되고, 세상이 고맙다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설움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 소중하다 합니다.
“서러운 사램이 많으면 위로를 받은께. 나보담도 서런 사램이 많은께 세상을 좀 고맙기 생각허게도 되제요. 조선에 남았이면 그 더런 놈의 왜놈우 새끼 똥닦개나 됐일 거이요. 누가 뭐라 뭐라 혀도 여기 온 사람들, 나쁜 놈 보담이사 좋은 사람이 많질 않더라고? 이 주갑이야 본시부터 사람도 재물도 없는 혈혈단신, 잃을 것이 개뿔이나 있었간디? 사람 잃고 재물 내버리감시로 설한풍 모진 바람 마시가며 내 동포 내 나라 생각허고 마지막 늙은 목숨 바친 어른들 생각허면…… 목이 메어 강가에서 울 적에 별도 크고오 물살 소리도 크고 아하아 내가 살아 있었고나, 목이 메이면 메일수록 뼈다귀에 사무치는 설움, 그런 것이 있인께 사는 것이 소중허게 생각되더라 그 말 아니더라고?”(12권 121~122쪽)
이런 ‘주갑’의 말을 듣던 또 다른 조선 사람은 미친놈 헛소리라며 코웃음을 칩니다. 내 땅 두고 쫓겨 온 신세에 무슨 공염불 같은 소리냐는 거지요. 서러움은 술 한잔 마시고 딱 잊어버리는 게 제일이라는 충고도 덧붙입니다. 그런데도 ‘주갑’은 서러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만주바닥으로 흘러들어온 게 잘한 일이라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가 말하는 “사람 잃고 재물 내버리감시로 설한풍 모진 바람 마시가며 내 동포 내 나라 생각허고 마지막 늙은 목숨 바친 어른들”이 소설 속 이야기만은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조선의 명문대가이자 조선 10대 부호였던 집안의 전 재산을 팔아 여섯 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만주로 와서 항일투쟁을 했던 이회영 일가가 있었습니다. 영화 「암살」의 여주인공 모델인 남자현 열사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46세의 나이에 독립운동을 하겠다며 만주로 왔고,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일본 총독 암살 계획을 주도했습니다. 실존 인물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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