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신화
새는 노출되어 있고 물고기는 숨어 있다
새는 불안하고 물고기는 은자이다
그래서 새는 흰 구름이 되어도 좋다고 했고
물고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세상이 끝난 뒤
물고기는 흰 구름이 될 수 없었다
새가 흰 구름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사람이 없는 어느 세상에서인가
흰 구름이 물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사람이 없는 어느 세상에서인가
흰 구름이 물이 될 때 물고기들은 새가 되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은
저 미래의 끝을 향해 노래하며 죽고 살며
흘러갔고
나 외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당도했다
불안한 곳에 살았던 새들이 구름이 될 때까지
흰 구름이 망각하고 물고기가 될 때까지
풀편篇
어렸을 땐 바다에서 날이 밝아오곤 했다
그 바닥이 번들거려서 늘 두려웠다
아이는 아버지처럼 하루를 내다보곤 했다
이제 아이의 후년後年이 되어서
동쪽 산에 빨가니 날이 밝아오면
그는 소년보다 더 소년적인 어른이 되었다는 찌푸린 해가 풀잎 사이로 떠오른다
시인은 자신에게 풀이 사라졌나 두려웠다
소년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번쩍 떴다
파도의 시
그래 그러니까 알았다
울지 마, 울지 마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너의 목마가 되어줄게
너의 눈이 되어줄게
너의 꿈 나의 별
나의 아픔 너의 절망
나도 너를 따라가는
하얀 파도란다
작은 물결이란다
다시 오는 파도란다
파도야 파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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