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홀로 살아가는 생명은 없습니다
모든 사람은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삽니다. 아무리 잘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해도, 많은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살다가 누구나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죽을 때가 다가오면 밥 한 숟가락 목으로 넘기지 못합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닫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밥 한 숟가락에 기대어 살아왔다는 것을.
모든 생명은 하늘과 땅과 공기와 물과 햇볕과 비와 바람과 구름에 기대어 삽니다. 산과 들과 풀과 꽃과 나비와 벌에 기대어 삽니다. 언덕도 언덕끼리 나무도 나무끼리 서로 비바람 막아주고, 기대며 살아갑니다. 서로 기대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생명은 없습니다.
생명 앞에선 머리를 숙이고
농부는 이랑을 갈거나 씨앗을 뿌리거나 풀을 맬 때 머리를 숙입니다.
머리를 숙이는 것은 자신을 낮추어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마음을 여는 소중한 몸짓입니다.
연둣빛 새싹 앞에서도, 지렁이 한 마리 앞에서도, 똥거름 앞에서도, 머리를 숙입니다.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곡식 한 톨 거둘 수 없으니까요. 사람을 살리는 생명 앞에 머리를 숙이는 일이 바로 농사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시 사람들은 바쁜 틈을 내어 절이나 교회를 찾아가 무릎 꿇고 기도하지만, 농부는 사람을 살리는 작물 앞에 날마다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무어 굳이 무릎을 꿇을 것까지야 있겠느냐 할 수도 있지만, 씨앗을 심거나 풀을 맬 때나 배추벌레 한 마리 잡을 때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궁둥이에 붙이는 ‘쪼그리’에 앉거나 무릎을 꿇어야만 합니다. 몸을 낮추지 않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기에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일하다 보면 욕심도 잡념도 새처럼 날아가 버립니다.
농부가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기도나 마찬가지입니다.
*농부들이 앉아서 일할 때 쓰는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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