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책은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세상에 관해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혜안이 있는 거장들을 취재한 결과, 그들이 향후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과 ‘격차’였다.
우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15년에는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최초로 프로 바둑 기사를 무너뜨렸다는 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에는 컴퓨터, 인터넷 등 정보 통신 기술을 동력으로 하는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사람들, 사물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망이 구축되어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처럼 세계는 ‘평평’해졌다.
그 뒤를 이을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건강과 의료, 주거, 교육, 식생활 등 우리 삶 전반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또한 일의 형태와 성격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3차 산업혁명이 무르익고 4차 산업혁명이 발아하는 과도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2016년에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사건인 일명 ‘브렉시트Brexit’ 사태가 보여주듯, 세계화가 심화됨에 따라 격차와 분극화Polarization가 발생해 피로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편 인공지능이 이끄는 혁명이 막 발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혁명은 사회를 극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기존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미래의 새로운 가치가 어디를 향하는지 일깨워줄 것이다.
지식의 거장이 예견하는 미래
간단히 책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방대한 인류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고 사피엔스의 미래를 전망하는 통찰력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베스트셀러 『사피엔스』김영사의 저자 유발 하라리를 만났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면 대다수 인간이 정치적, 경제적 가치를 잃은 ‘무용 계급useless class’으로 전락할 거라고 내다본다. 그의 논리적 설명에 반박할 여지는 거의 없다.
다음에는 『사피엔스』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문학사상를 비롯해 다수의 저작을 집필한 세계적 문화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그는 인공지능에 의해서든 다른 그 무엇에 의해서든 국가 간 격차가 확대되면 앞으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 예측한다. 특히 세 가지 문제, 즉 신종 전염병의 확산, 테러리즘의 만연, 타국으로의 이주 가속화를 지적하며 그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향후 인공지능이 가공할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젊은 인공지능 연구자 닉 보스트롬을 인터뷰했다. 그는 2014년에 펴낸 『슈퍼인텔리전스』까치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 슈퍼인텔리전스의 도래를 다루는데, 이 책에서 최근 수년간 인공지능 기술이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빠르게 발전해서 그 등장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졌다며 당시의 예측을 정정했다. 초지능이 도래한다면 인류는 멸종하게 될까?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대해 보스트롬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낸다.
『100세 인생』클의 공동 저자이며 인재론, 조직론 분야의 권위자인 린다 그래튼은 우리의 삶과 일이라는, 개인과 좀 더 밀접한 이야기를 해준다. 이제 ‘100세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튼은 100세 시대에 ‘약년기에는 교육, 청장년기에는 일, 노년기에는 은퇴’라는 3단계의 삶의 방식이 통용되지 못한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인생 전략을 제시한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사상가인 다니엘 코엔은 ‘경제성장이 행복을 담보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과학기술의 발달과 경제성장, 행복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인간과 로봇이 결합된 사이보그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 원하는 행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간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우연이나 일시적 결과로 보기 어려우며 민주주의 사회에 어떤 균열이 발생했음을 암시한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포퓰리즘의 귀환이 걱정스럽다면, 노동 전문가 조앤 윌리엄스와 인종 전문가 넬 페인터의 설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양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친 20세기는 ‘전쟁의 세기’로도 볼 수 있을 터, 그렇다면 가국에서 핵이라는 전력을 보유한 21세기에는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벌어질까? 특히 동북아시아 정세에 관해서는 북한의 동향이 커다란 열쇠를 쥐고 있다. 미국 빌 클린턴Bill Clinton 정부에서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국방부 장관으로서 외교교섭을 맡았던 윌리엄 페리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으로 전쟁 위험이 줄었다고는 하나, 우발적인 핵전쟁 발발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며 경종을 울린다.
내일의 세계로 안내하는 나침반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 이끄는 혁명의 한가운데에 있다. 인공지능이 미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예측 가능한 면도 있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예측 불가능성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그것은 짙은 안개 속을 운전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계적 지성이라고 할 만한 혜안 있는 논객들의 식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마음 한켠을 무겁게 짓누르는 걱정은 어느 정도 사라지는 듯하다. 물론 아무도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의 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면, 대략적인 윤곽이라도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으면 현재 해야 할 일은 더욱 명확해진다.
이 책이 여러분을 미래로 이끌어주는 데 일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오노 가즈모토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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