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1제 이름은 정구륜이고나이는 열다섯 살입니다저는 닭장 주인입니다날마다 닭장에 슬그머니 들어가닭이 애써 낳은 달걀을 훔쳐서먹고사는 도둑놈입니다철들 무렵─ 너는 농사짓지 마라.제발, 너는 농사짓지 마라.아버지가 술에 취하기만 하면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다.그런데 자고 일어나면언제 그랬느냐는 듯이탈탈탈탈 경운기를 몰고들녘으로 나가신다.언제나 해보다 먼저 일어나들녘으로 나가시던 아버지가경운기 사고로 크게 다쳐좋아하던 술 담배 다 끊고몇 달째 누워만 계신다.술에 취하기만 하면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이제는 거꾸로 들린다.─ 너는 농사지어야 한다.제발, 너는 농사지어야 한다.못난이 철학1사람은 누구나봄기운을 듬뿍 받아야한 해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사람은 누구나어린시절에 웃음을 듬뿍 받아야한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밥상 기도1밥을 먹는 것은바람에 떨고 있는 작은 풀잎을 먹는 것입니다.밥을 먹는 것은작은 풀잎 위에 내린 달빛을 먹는 것입니다.밥을 먹는 것은달빛 아래 흐르는 개울물을 먹은 것입니다.밥을 먹는 것은개울물로 농사짓는 농부의 땀을 먹는 것입니다.밥을 먹는 것은농부의 땀 속에 들어 있는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밥을 먹는 것은그 마음속에 들어 있는 꿈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이 밥을 먹어야만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이 밥을 먹어야만말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한순간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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