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시작
1. 블랙홀 여행
태양이 어떤 불가사의한 이유로 폭발했다고 상상해보자. 태양은 질량은 그대로지만 크기가 아주 줄어들어 블랙홀이 되었다. 그러면 지구와 다른 행성은 어떻게 될까? 초등학교 아이들을 포함해서 물어보면 거의 모두 행성들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이제 당신이 우주 여행자라고 상상해보자. 왼쪽에서 불쑥 블랙홀이 나타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엔진을 가동시켜 그곳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으면’ 행운일 거라면서.
하지만 여기서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중요하고 작은 비밀 한 가지를 알려주겠다. ‘블랙홀은 빨아들이지 않는다.’ 태양이 갑자기 블랙홀이 된다면 지구는 매우 춥고 어두워질 것이다. 하지만 블랙홀이 태양의 질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지구는 여전히 제 궤도를 돌고 있을 것이다.
우주 여행자의 경우는…… 첫째, 블랙홀이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 지구에서도 많은 블랙홀을 식별해낼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우주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우리는 분명 여행길에서 마주칠 블랙홀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혹시나 지도에 빠진 블랙홀이 있다 해도 이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블랙홀의 중력이 우주선에 서서히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갑자기 블랙홀을 발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둘째, 공교롭게도 이 블랙홀을 향해 정통으로 날아가지 않는 한 블랙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보이저호나 뉴허라이즌스호 등등의 우주선이 목성을 지나 태양계의 더 먼 외곽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블랙홀 곁을 지나칠 것이다.
아마 당신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중학생인 내 딸아이는 이렇게 투덜댔다. “하지만 블랙홀이 빨아들인다고suck 생각하는 것은 멋지잖아요cool” 나는 ‘멋지다’와 ‘거지 같다it sucks’는 대개 한 문장에 쓰지 않는다고 지적해서 아이를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당신은 아마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블랙홀이 빨아들이지 않으면 무얼 하지?
그 대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평범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정말 놀라워서 이 진공청소기 이미지를 싹 지워버릴 것이다. 평범한 답은 멀리서 바라보는 블랙홀에 적용된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블랙홀의 중력은 다른 물체의 중력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태양이 블랙홀이 되어도 지구 궤도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고, 우주선은 목성 옆을 지나가듯 블랙홀 옆을 지나갈 것이다. 두 번째, 놀라운 답은 블랙홀에 가까이 다가갈 때 생긴다. 거기서는 오직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극적인 왜곡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이 책의 핵심이 있다. 나는 블랙홀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했다. 왜냐하면 거의 모두가 블랙홀에 대해 들어봤지만, 사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한 가지 목적은 이 이해를 돕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더 중요한 목적도 있다.
상대성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 개념이 사실 우주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본질적으로 말해, 당신은 겉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은 ‘상식’을 가지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보통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진정한 속성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극단적인 조건을 경험하며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진짜 목적은 우리가 살아온 허구와 현실을 구별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이 처음으로 이해했던 현실의 심오한 의미들을 생각해보게 돕는 것이다.
그럼 이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블랙홀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해보자. 이 여행은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가 가장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두 가지 조건을 경험할 기회를 줄 것이다. 두 가지 조건이란 바로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와 블랙홀 가까이에 존재하는 극단적으로 엄청난 중력이다. 우선, 우리는 이 여행에서 실제로 관찰할 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는 이후의 장들에서 살펴볼 것이다.
어느 블랙홀로 갈 것인가
블랙홀로 가려고 한다면 먼저 블랙홀을 찾아야 한다. 블랙홀을 찾는 것이 어려우리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블랙홀이란 용어를 볼 때, 깜깜한 우주 속에서 어떤 검은 것을 찾아야 하니 말이다. 이것은 얼마간 사실이기도 하다. 블랙홀의 정의가 ‘빛이 달아나지 못하는 물체’이기 때문이다. 즉, 블랙홀 자체만 보면 실제로 우주와 구분하기 어렵게 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아는 블랙홀은 질량이 대단히 크다. 최소한 태양 질량의 몇 배가 되고 때로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그 결과, 우리는 원칙상으로, 블랙홀이 주변에 미치는 중력을 통해 블랙홀을 알아낼 수 있다.
블랙홀의 중력은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첫째, 그 주변을 도는 물체를 보고 블랙홀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항성이 질량이 큰 또 다른 물체 주위를 돌고 있는데, 이 또 다른 물체가 빛을 내지 않는다고 하자. 항성이라면 빛을 내야 하는데 말이다. 눈에 보이는 항성이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다면 궤도 안에 분명 뭔가가 있어야만 하는데, 이 뭔가가 보이지 않는다면 블랙홀일 가능성이 있다.
둘째, 블랙홀의 존재는 블랙홀을 둘러싼 가스가 내뿜는 빛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우주를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주는 완전한 진공 상태가 아니다. 항성과 항성 사이의 광활한 우주공간에조차 언제나 최소한 몇 개의 원자가 떠돌고 있다. 그리고 천문학 사진들에서 보는 아름다운 성운은 사실 커다란 가스 구름이다. 블랙홀 가까이에 있는 가스는 블랙홀 주위를 돌게 되고, 블랙홀이 크기는 아주 작지만 질량은 매우 크기 때문에 블랙홀 가까이의 가스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가스는 온도가 아주 높고, 고온의 가스는 높은 에너지의 빛, 예컨대 자외선이나 X-선 빛을 낸다. 그러므로 매우 작은 물체를 둘러싼 지역에서 X-선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이 작은 물체가 블랙홀일 가능성이 있다.
블랙홀의 이 두 가지 특징은 백조자리에 있으면서 강한 X-선을 뿜어내는 유명한 블랙홀 시그너스 X-1Cygnus X-1에서 잘 볼 수 있다. 시그너스 X-1은 쌍성계, 즉 두 개의 질량이 큰 물체가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는 체계이다. 대부분의 쌍성계는 두 개의 항성이 서로의 주위를 돌지만, 시그너스 X-1의 경우에는 한 항성만 보인다. 이 보이는 항성의 궤도를 측정해볼 때, 또 다른 물체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약 15배임을 말해주고 있지만, 이 두 번째 물체는 어떤 식으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더구나 이 보이는 항성은 X-선을 뿜어낼 만큼 뜨겁지 않으므로, X-선은 두 번째 물체를 둘러싼 매우 뜨거운 가스로부터 나오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로써 우리는 블랙홀의 존재를 알려주는 핵심적인 두 실마리를 얻는다. 즉, 질량이 크고 보이지 않는 물체의 주위를 도는 항성과 X-선 방출이다. X-선 방출은 이 보이지 않는 물체가 매우 뜨거운 가스로 둘러싸일 만큼 크기가 작다는 점을 말해준다. 물론, 이 보이지 않는 물체가 블랙홀이라고 결론짓기 전에,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물체가 다른 종류의 크기는 작지만 질량이 큰 물체일 수도 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야 한다. 그 방법은 7장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현재의 증거들로 보면 시그너스 X-1이 정말 블랙홀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시그너스 X-1과 비슷한 많은 다른 체계가 현재 알려져 있으며, 항성의 일생에 대해 현재 우리가 관찰하고 이해한 바를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블랙홀은 질량이 높은 항성(태양의 질량보다 최소한 10배 이상)이 죽고 남은 잔해다. 즉, 이 질량이 높은 항성들이 ‘살아 있었을’ 때 이들을 빛나게 해주었던 연료가 다 고갈되었다는 의미다. 현재의 기술로, 우리는 시그너스 X-1에 있는 블랙홀처럼 아직 살아 있는 항성을 포함해 쌍성계에서 궤도를 돌고 있는 블랙홀만 식별할 수 있다. 혼자 존재하다 죽은 항성, 두 항성 모두 죽은 쌍성계 등 그 밖의 블랙홀을 식별하기는 훨씬 어렵다. 보이는 항성도 없고, 주변 가스의 양도 너무 적어서 X-선 방출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블랙홀은 현재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블랙홀보다 그 수가 훨씬 많음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이런 블랙홀들도 다 식별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죽은 항성의 잔해인 블랙홀 외에, 훨씬 더 장관이고 일반적인 종류의 블랙홀도 있다. 바로 은하계(혹은 몇몇 경우, 빽빽이 밀집한 항성들의 무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초질량 블랙홀이다. 이들 블랙홀의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거대한 질량 덕분에 이들을 발견하기는 비교적 쉽다. 예를 들어, 지구가 속한 은하계인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중심에는 항성들이 엄청난 속도로 중심 물체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을 관측할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볼 때 이 중심 물체는 태양의 질량보다 약 400만 배나 크지만, 지름은 태양계의 지름보다 그리 크지 않다. 오직 블랙홀만이 그렇게 작은 공간에 그렇게 큰 질량이 압축되어 있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대부분의 다른 은하계도 중심에 초질량 블랙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극단적인 경우, 이러한 종류의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다.
블랙홀의 위치에 대해 이상과 같은 배경지식을 가지고, 당신이 여행할 블랙홀을 선택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아무 블랙홀이나 선택할 수 있지만,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블랙홀 중에서 우리의 실험에 방해가 될 만큼 뜨거운 가스가 많은 블랙홀은 피한다면 가장 성공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그런 블랙홀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지구에서 약 25광년 이내의 거리에 그러한 블랙홀이 있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그러므로 상상의 블랙홀은 25광년 떨어져 있는 블랙홀이라고 가정하자.
지구에서 블랙홀까지의 왕복 여행
<스타트렉>이나 <스타워즈> 같은 많은 공상과학 영화를 보면 25광년의 여행은 동네 길모퉁이까지 갔다 오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은하계 전체로 볼 때는 정말로 옆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1의 우리 은하 그림을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우리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광년이고, 태양계는 우리 은하 중심과 가장자리 사이의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지구에서 우리가 갈 블랙홀까지의 25광년은 10만 광년의 0.025%이므로 25만 광년은 그저 샤프 펜슬로 찍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 그림은 우리 은하로,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 광년이다. 이 그림에 샤프 펜슬로 점 하나를 찍으면 25광년보다 더 긴 거리를 나타나게 된다. |
그러나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25광년은 꽤 먼 거리다. 광년은 빛이 일 년 동안 갈 수 있는 거리다. 빛은 아주 빠르다. 빛의 속도는 초당 약 30만 킬로미터다. 이것은 1초에 지구를 거의 8바퀴나 돌 수 있다는 뜻이다. 1분은 60초이므로 60을 곱하고, 1시간은 또 60분이므로 60을 곱하고, 하루가 24시간이므로 24를 곱하고, 일 년이 365일이므로 365를 곱하면, 1광년은 10조 킬로미터가 조금 못 된다. 그러므로 25광년이라는 거리는 거의 250조 킬로미터다.
이 거리가 얼마쯤 되는지 실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은 태양계를 실제 크기의 100억 분의 1로 줄여 생각하는 것이다. 그 크기로 줄여 만든 태양계 모형이 보이지 스케일 모형Voyage Scale Model이다(그림 1.2). 이 모형에서 태양은 커다란 자몽만 하고, 지구는 볼펜 끝의 동그란 알보다 더 작으며 태양으로부터 약 15미터 떨어져 있다. 달(인간이 가장 멀리 가본 곳)은 지구에서 엄지손가락 너비만큼 떨어져 있다. 이 모형이 있는 곳에 실제로 가서 태양에서 지구까지 걸어보면 약 15초가 걸리고, 태양계의 가장 먼 행성까지는 몇 분이면 도착한다. 하지만 이 모형에서 1광년은 약 1,000킬로미터이다(1광년은 10조 킬로미터이고, 10조 킬로미터를 100억으로 나누면 1,000이므로). 가장 가까운 항성이라 할 수 있는 4광년 떨어진 항성까지 가려면 미국(약 4,000킬로미터)을 횡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여행하려는 블랙홀인 25광년은 지구를 횡단해도 모자라다.
이 엄청난 거리가 우리 여행에서 가장 큰 도전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우리의 일생이 끝나기 전에 이 블랙홀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일생에 일생을 더하고 거기에 또 한 번의 일생을 더해도 모자라다. 지금껏 우리가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은 시간당 약 5만 킬로미터, 초당 약 14킬로미터의 속도로 우주를 난다. 이 속도는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는 꽤 빠르다. 날아가는 총알보다 100배쯤 더 빠른 것이다. 하지만, 빛의 속도에 비하면 2만분의 1보다 더 느려서, 이 속도로 가면 1광년의 거리를 가는 데 2만 년 이상 걸릴 것이다. 1광년을 가는데 2만 년 이상이 걸리는 우주선으로 25광년 떨어진 블랙홀로 가려면 50만 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블랙홀로 가려면 지금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상상해야 한다. 당신은 <스타트렉>에서 본, 빛보다 빠르다는 워프 항법warp drive을 떠올릴지도 모르나 당분간 그 선택은 접어두라고 말하고 싶다. 워프 항법이나 그와 비슷한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나(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한다), 현재 과학 수준에서 이해하고 증명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제한에 묶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빛의 속도에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느냐는 제한하지 않았다. 아주 빠른 속도에 이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만 찾으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의 공학이 빛의 속도의 99%에 이르는 빠른 속도로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가정하자. 간단히 표기하기 위해 우리는 이 속도를 0.99c라고 쓸 것이다. 여기서 c는 빛의 속도를 뜻한다.
지구에 남아 있는 친구들의 관점에서 우리의 여행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쉽다. 빛보다 약간 더 늦은 속도로 여행할 것이기 때문에 여행은 빛이 가는 것보다 약간 더 오래 걸릴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빛이 블랙홀까지 가는 데 25년이 걸리므로 왕복에는 50년이 걸린다. 빛보다 약간 느린 0.99c의 속도로 왕복 여행을 하는 데는 50년 6개월이 걸릴 것이다(50년 나누기 0.99). 2040년 초반에 지구를 떠나서 블랙홀에서 실험을 하며 6개월을 머무른 후 다시 지구에 돌아오면 2091년 초반이 될 것이다.
우리의 평범한 직관으로는 블랙홀에서 머무르는 6개월을 포함하여 총 5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간단하게 계산하기 편하도록 여행 내내 0.99c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치자(실제로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갑자기 가속하고 도착지에서 또 갑자기 감속하면 굉장한 힘에 의해 우주선이 찌그러질 테지만 그건 무시하자).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블랙홀 근처의 항성들이 갑자기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마치 갑자기 다가온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여행해보면 블랙홀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측정한 25광년이 아니라 약 3.5광년으로 줄어든다. 그러니 항성들이 예상과 달리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0.99c의 속도로 블랙홀까지 가는 데는 3년 6개월이 조금 더 걸린다. 지구로 돌아오는 데도 똑같이 걸릴 것이므로, 블랙홀에서 6개월을 보낸 것을 합해 당신은 지구를 떠난 지 총 약 7년 6개월 만에 다시 지구로 돌아올 것이다. 2040년 초반 지구를 떠날 때부터 달력에 하루씩 표시한다면, 지구로 돌아왔을 때 달력은 2047년 중반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잠시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당신의 달력은 지구를 7년 6개월 동안 떠나 있었기 때문에 2047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7년 6개월 동안 쓸 물자만 있으면 되고, 지구를 떠난 후 7년 6개월만큼 나이가 더 들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의 달력은 2091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은 당신이 지구를 떠났을 때에 비해 51년이나 더 나이가 들어 있을 것이다. 사회는 51년만큼의 문화 변화와 기술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이 지구에 돌아와보면 당신에게는 겨우 7년 6개월이 흘렀지만, 지구에서는 51년이 흘렀음을 발견할 것이다. 당신은 우주 여행 동안 아무 이상한 점을 느끼지 않겠지만, 시간은 지구에서보다 당신에게 더 천천히 흘렀을 것이다.
이전에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공부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 이야기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아직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앞으로 차차 설명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빛의 속도와 근사한 속도로 이동할 때 어떤 극적인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바의 한 예를 봤다고만 해두자. 이제 다시 블랙홀로 다가가고 있는 시점으로 돌아가보자.
에필로그
당신이 우주에 남긴 흔적
나는 (서문에서) 상대성 이론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떻게 우주 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책을 시작했다. 이제 아인슈타인의 이론들을 모두 소개했으니 이 주장을 되돌아보고 더 깊이 생각해보기에 좋은 시점인 듯하다. 물론, 사람들은 상대성 이론이 왜 중요한지 저마다 다른 결론에 이를 수 있고, 나는 당신도 당신 자신의 결론을 내라고 격려한다. 나의 경우, 상대성 이론은 적어도 네 가지 수준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수준은 순수 과학이다. 아인슈타인이 처음 세상에 상대성 이론을 소개한 이후 100여 년 동안 그의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은 광범위하고 반복적으로 시험되었다. 오늘날, 상대성 이론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적어도 시험된 범위 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상대성을 이해하지 않고는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 몇 가지 예를 다시 보자면 이렇다. 우리는 먼저 E = mc2을 이해하지 않고는 항성들이 어떻게 빛을 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중력이 시공간의 휘어짐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는 블랙홀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시공간 전체의 4차원적 기하학 구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우주가 어떻게 뭔가의 ‘안으로’ 팽창하지 않고 팽창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 또, 우리의 GPS 장치는 상대성 이론에 따른 계산 없이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상대성 이론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이라는 아이디어나 중력 때문에 물체가 땅에 떨어진다는 아이디어만큼이나 우주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상대성 이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번째 수준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우리의 일상적 경험은 시간과 공간이 별개의 것이라고 추정하며 자라게 했지만, 상대성 이론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의 동료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는 1908년 말했다. “이제부터 공간 자체, 시간 자체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고, 둘의 결합만이 독립적인 현실을 보존할 것이다.” 게다가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었다. 뉴턴의 불합리한 원격 조종이 아니라 질량을 가진 물체들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의 기하학적 구조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들은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지 모르나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분명 변화시켰다.
세 번째 중요한 수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발견이 종種으로서 우리 인간의 잠재력을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상대성이라는 과학은 인간이 노력하는 다른 분야와 별개의 것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인슈타인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고 믿는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삶을 통해 인권, 인간의 존엄성, 평화와 공동 번영의 세계를 웅변했다. 인간의 근본적인 선함에 대한 그의 깊은 믿음은 그가 두 세계대전을 겪었고, 나치 독일에서 쫓겨났으며, 동료 유대인 600만 명 이상을 사라지게 한 대학살을 목격했고, 자신의 발견이 핵폭탄 제조로 이용되는 것을 봤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더 감동적이다. 그가 그러한 비극들을 마주하며 어떻게 자신의 낙관주의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나는 상대성 이론에서 교훈을 본다. 당신도 보았듯이, 상대성의 아이디어들은 우리가 자라온 ‘상식’과는 너무나 달라 처음에는 믿기 어렵다. 나는 인간 역사의 많은 시대에서 상대성은 아마 즉각 거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터무니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이라 부르는 과정 덕분에 증거가 선입견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증거가 상대성 이론을 너무나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다시 정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성 이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기꺼이 증거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리려는 이 태도가 인간이 종으로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나(그렇다면 세상에는 더 이상 부정과 부패가 없을 것이다) 과학에서 그렇게 했다는 사실은 그러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상대성 이론이 네 번째이자 보다 철학적인 수준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1955년 사망하기 한 달 전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썼다. “죽음은 아무 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과거, 현재, 미래의 구분은 그저 고집스럽게 끈질긴 환상일 뿐이다.” 이 인용문이 시사하듯이, 상대성 이론은 시간의 흐름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온갖 흥미로운 질문들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질문은 철학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없으니, 이러한 질문들이 당신에게 의미하는 바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믿는다. 시공간의 이해에 근거해 볼 때, 시공간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영원한 것으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한 사건이 일어나면,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당신의 인생은 사건의 연속이고, 이들 사건을 함께 모으면 당신은 우주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아마 우리가 남길 흔적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이 되도록 좀 더 신중하게 처신할 것이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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